"간장·된장, 천일염으로 만들 때 대장암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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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과대 박건영 교수팀, 생쥐 실험서 확인

간장과 된장을 만들 때 천일염을 사용하면 대장암 억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이는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진 국산 천일염과 간장·된장 등 장류의 만남을 통한 시너지 효과라는 분석이다.


차의과학대 식품생명공학과 박건영 교수팀은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된장의 대장암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에서 박 교수팀은 실험용 생쥐에 일부러 대장암을 유발했다. 간장 제조 시 어떤 소금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생쥐를 소금물 섭취 그룹(실제 간장과 같은 염도인 18% 소금물 섭취) ▶일반 소금(정제염)으로 만든 간장 섭취 그룹 ▶일반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 섭취 그룹 ▶세척·탈수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 섭취 그룹 ▶세척·탈수·건조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 섭취 그룹 등 5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세척·탈수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을 먹은 생쥐는 18% 소금물을 먹은 생쥐보다 대장암 생성이 억제됐다. 대장암으로 인한 체중 감소, 대장 길이 축소 등 증상도 적었다. 대장 조직 내 암세포 자살 유도 인자(Bax)의 발현은 높아졌다.
 

박 교수팀은 또 생쥐를 ▶정제염으로 만든 된장 섭취 그룹 ▶일반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 섭취 그룹 ▶세척·탈수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 섭취 그룹 ▶3년 숙성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 섭취 그룹 등 4그룹으로 나눴다. 세척·탈수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 섭취 그룹에 속한 생쥐는 대조 그룹 생쥐보다 체중 감소, 대장 길이 축소가 적고 종양 생성이 억제됐다.
 
천일염 된장에 사포닌 등 항암 성분 풍부

세척·탈수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을 섭취한 생쥐는 면역력을 좌우하는 장 건강도 우수했다. 장내 미생물의 구성이 다른 그룹보다 눈에 띄게 다양했다. 특히 대장 건강에 유익한 유산균인 비피두스균의 점유 비율이 높았다. 항암 효과를 가진 미생물(Facalibaculum)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논문(C57BL/6 마우스에서 세척·탈수 천일염으로 제조된 간장과 된장의 암 예방 효과)에서 “천일염에 풍부한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장에서 발효 미생물의 활발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세척·탈수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에선 사포닌·제니스테인·다이드제인 등 항암·항염증·항비만 효과를 나타내는 기능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분석했다. 천일염을 이용해 간장·된장 등 장류를 제조하면 맛과 품질은 물론 대장암 억제 효능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 간장과 된장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여기에 소금물을 부어 발효·숙성 과정을 거쳐 제조한다. 이때 여러 미생물이 발효에 관여한다. 이 미생물이 콩의 단백질 성분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다. 예부터 장류 제조엔 주로 3년 숙성 천일염을 사용했다. 숙성 기간에 마그네슘이 많이 든 간수가 없어지면서 쓴맛과 오염물이 함께 사라진다. 이 방식은 제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최근엔 세척·탈수 과정을 거쳐 간수가 제거된 천일염을 간장·된장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경기도 지역협력연구센터(GRRC)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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