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흡수력, 오랜 지속력, 강한 회복력 딱 3가지만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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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비타민제제 선택 가이드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대표적인 영양제 중 하나가 바로 비타민입니다. 매일 챙기면 참 든든하죠. 근데 시중에 판매되는 비타민제제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 어떤 걸 선택하는 게 좋은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비타민제제를 고를 때는 빠른 흡수력, 오랜 지속력, 강한 회복력까지 골고루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비타민제제 선택 가이드'를 주제로 잡아봤습니다.

 

고함량 비타민은 좋다? 따져 보면 빛 좋은 개살구!
비타민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과 함께 몸에 꼭 필요한 6대 영양소 중 하나입니다. 신체가 정상적으로 성장·기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죠. 체내에서 저절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섭취를 통해 체내에 꾸준히 공급해줘야 하는 게 바로 비타민입니다. 하지만 현대인의 식단으로는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는 데 한계가 있죠. 사람들이 저마다 비타민제제를 챙기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어떤 비타민 제품을 선택해야 할까요. 비타민을 드셔보신 분들이라면 '고함량'이라는 문구가 익숙하실 겁니다. 그만큼 해당 비타민 성분이 많이 들었다는 의미죠. '많이 들어있으면 좋은 거 아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근데 여기에는 약간의 함정이 있습니다.

 

비타민은 크게 지방에 잘 녹는 '지용성 비타민'과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비타민'이 있습니다. 비타민 A·D·E·K 등이 지용성 비타민에 해당합니다. 지용성 비타민은 물에 안 녹기 때문에 체내에 저장되는 특성이 있죠. 그래서 과량 섭취하면 체내에 쌓이면서 독성을 일으킵니다. 부작용 중에는 신부전증, 아나필락시스 유사 반응 등 심각한 급성 중독 증상도 있습니다. 많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얘기죠.
 
수용성 비타민(비타민 B·C)은 어떨까요. 수용성은 물에 잘 녹다 보니 체내에 축적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흡수력이 떨어지고 반감기에 따라 일정량 이상은 소변 등을 통해 체외로 배출됩니다. 과다복용으로 큰 문제가 되진 않지만 넘치는 만큼 몸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비타민 낭비가 되는 거죠. 게다가 고함량 비타민은 섭취 후 속 쓰림이나 소화불량 등의 위장 장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즉, 고함량은 빛 좋은 개살구인 셈입니다.

 

'강남 비타민' '의대생 비타민'으로 불리는 이유
결국 비타민에도 효율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수용성 비타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된 것이 바로 '활성비타민(활성형 비타민)'입니다.
 
'활성비타민'은 체내 흡수율을 높인 성분입니다. 적정 함량으로 몸에 필요한 양을 챙길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비타민B군뿐 아니라 종합비타민을 고를 때도 비타민B1(티아민)이 활성형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B1이 티아민염산염, 티아민질산염 같은 비활성형일 경우에는 흡수력이 낮아 그만큼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활성비타민을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는데요. 비타민B1 중 활성비타민인 '푸르설티아민'은 뇌에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뇌는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인 만큼 이를 온전히 지키려는 체내 보안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뇌혈관 장벽'이라는 것이죠. 신체에 어떤 성분이 들어와도 이 장벽을 거쳐야 뇌에 도달·작용할 수 있는데, 이를 뚫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근데 푸르설티아민은 일반 티아민과 달리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 뇌세포에도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뇌가 하루 24시간 활성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로 회복 효과가 있는 티아민(비타민B1)이 뇌까지 작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푸르설티아민은 머리를 많이 쓰는 수험생에게 효과적인 비타민으로 알려지면서 '강남 비타민'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특히 학업량이 엄청난 의대생(본과생)들이 챙겨 먹는 비타민으로 알려지면서 '의대생 비타민'으로 통하기도 하죠.
 
사람들이 많이 찾고 명성을 얻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푸르설티아민은 흡수율이 높은 만큼 효과 또한 빠릅니다. 이는 섭취 후 혈중 티아민 농도 변화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비타민 전문 학술지 'Vitamin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푸르설티아민의 혈중 농도는 섭취 후 30분 만에 티아민염산염, 비스벤티아민 등 다른 티아민의 혈중 최고치를 월등히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스벤티아민 역시 활성비타민인 점을 고려하면 푸르설티아민의 효과가 얼마나 빠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혈중 농도가 높게, 빨리 도달한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의 차이를 더 빨리 느낄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죠.
 
다양한 비타민제제가 나오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소비자에겐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소비자로서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에 근거해 따져봐야 할 요소를 짚어보면 현명한 선택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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