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 데려온 불청객 '당뇨망막병증' 시력 잃기 전 골든타임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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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센트럴서울안과 송민혜 원장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당뇨병은 미세혈관에 병변을 일으키는 대사성 질환으로 눈을 포함한 전신 조직에 광범위한 장애를 일으킵니다. 그중 눈에 발병하는 대표적인 합병증이 '당뇨망막병증'입니다. 당뇨망막병증은 시력 저하를 일으키고, 심하면 실명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번 닥터스 픽에선 센트럴서울안과 송민혜 원장의 도움말로 당뇨망막병증의 예방·관리법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당뇨병 환자는 눈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당뇨망막병증 예방을 위한 식습관·생활습관을 알려주세요.
혈당 조절을 잘하는 것이 당뇨망막병증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합니다. 당지수(GI)가 높은 케이크나 과자·떡·빵 같은 탄수화물 음식 섭취를 줄이고 닭고기·생선·두부 같은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채소를 잘 챙겨 먹는 게 좋습니다. 당 조절과 함께 당뇨병에 동반되는 고혈압·고지혈증 같은 기저질환을 치료하는 것, 적절한 운동, 체중 조절, 금주 등이 중요합니다. 금연은 필수입니다. 흡연 시 혈관 내 일산화탄소 증가, 혈소판 응집 증가, 혈관 수축 등으로 당뇨망막병증 예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20년 이상 된 환자에서 흡연으로 인해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의 위험이 상당히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당뇨병 환자입니다. 혹시 당뇨병 유전으로 제게도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할 수 있을까요? 요즘 들어 아지랑이 같은 게 보여 걱정입니다.
당뇨병은 가족력일 수 있으므로 당뇨망막병증도 가족력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어도 본인이 당뇨병으로 진단받지 않았다면 질문자분의 증상은 ‘비문증’일 수 있습니다. 비문증은 나이에 따른 변화나 여러 가지 눈 질환으로 인해 유리체(수정체와 망막 사이 공간을 채우는 조직) 내에 혼탁이 생기면 망막에 그림자를 드리워서 마치 눈앞에 뭔가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을 말합니다. 젤리 같은 물질인 유리체는 나이가 들면서 액화되고 눈의 외벽(망막)에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이 ‘후유리체 박리’입니다. 후유리체 박리로 인해 비문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안과에서 검진을 받아 원인을 파악하길 권합니다.

▶당뇨병으로 인해 눈을 관리하고 싶은데, 당뇨병으로 인한 눈 질환은 당뇨망막병증이 유일한가요?
당뇨병이 눈에 일으키는 합병증으로는 당뇨망막병증뿐만 아니라 백내장, 외안근 마비, 신생혈관녹내장, 각막 지각 감퇴 및 상피 손상, 시신경 병증, 당뇨황반부종 등이 있습니다. 특히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눈에 나쁜 신생혈관이 생겨 방수 유출로를 막고 안압을 올리는 신생혈관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안압이 조절되지 않아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당뇨황반부종 환자의 경우 백내장 수술을 받고 황반부종이 심해져 시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당뇨황반부종을 유리체 내 항체 주사 등으로 치료한 상태에서 백내장 수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당뇨망막병증이 일단 발병하면 무조건 실명되나요?
당뇨망막병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실명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조기 검진을 통해 주기적으로 당뇨망막병증 단계별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시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단, 당뇨망막병증은 초기·중기에 아무런 증상이 없습니다. 그만큼 조기 검진이 중요합니다. 당뇨병 가운데 ‘제1형 당뇨병’인 경우에는 당뇨병을 진단받은 지 5년 이내, ‘제2형 당뇨병’인 경우에는 유병 기간을 알 수 없으므로 당뇨병을 진단받자마자 망막 검진을 받는 게 추천됩니다. 황반부종이 생겼거나 진행됐다면 시력 저하, 눈부심, 찌그러져 보이는 변형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유리체 출혈이 생기면 까만 덩어리가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4년 전 당뇨병을 진단받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벌레 같은 게 자꾸 눈에 떠다니는 것 같습니다. 밤에는 빛 번짐 현상도 있는데 당뇨망막병증일까요?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의 유병 기간과 어느 정도 관련 있습니다. 그중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유병 기간이 5년 이하이면 당뇨망막병증 발병률이 29%, 15년 이상에서는 78%이며,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5년 이하에서는 2%, 15년 이상에서는 16%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유병 기간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질문자분이 제2형 당뇨병이라면 진단 즉시 안과 검진을 받는 게 좋고, 정상이어도 이후 1년마다 정기검진을 받으시기를 권장합니다. 벌레가 날아다니는 듯한 증상은 ‘비문증’입니다. 유리체가 액화될 때, 또는 망막열공·당뇨망막병증이 증식성으로 진행돼 나타난 유리체 출혈 등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우선 안과 검진부터 받기를 추천합니다.

▶한쪽 눈이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라고 합니다. ‘증식성’이면 더 나쁜 건가요? 수술치료 시 레이저 수술이 더 좋을까요? 비용도 궁금해요.
당뇨망막병증은 크게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과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단계를 나눌 수 있습니다. ‘비증식성’이 진행되면 ‘증식성’이 됩니다. 증식성 당뇨망망병증은 눈에 나쁜 신생혈관이 자라난 상태입니다. 증식성의 고위험군이 되면 유리체 출혈, 증식성 막이 생겨 ‘견인성 망막박리’가 생길 수 있고 수술해야 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 ‘증식성’인데 유리체 출혈이 없다면 진단 즉시 레이저를 이용해 허혈성 망막에 레이저광 응고술을 시행합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하면 부종이 생겨 시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3~4회에 걸쳐 시행합니다. 비용은 레이저 횟수에 따라 다르고 병원 규모에 따라 대학병원과 의원급에서 다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국가건강보험 급여 항목입니다.
 

▶당뇨병이 있는데, 양쪽 눈이 잘 안 보입니다. 당뇨망막병증일까 걱정되는데, 1936년생으로 고령입니다. 치료받아도 될까요?
우선 시력저하의 원인부터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백내장 때문에 시력저하가 생길 수 있고, 황반부종이나 당뇨망막병증의 단계에 따라서 유리체 출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은 연령과 상관없이 치료를 권합니다. 백내장이 있다면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하고, 황반부종이면 유리체 내 항체 주사 치료로 황반부종 치료해야 합니다. 심각한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라면 레이저광 응고술을, 증식성으로 진행한 경우라면 유리체 절제 수술을 시행합니다. 고령이어도 열심히 치료하고 관리하면 많은 경우에서 현재의 시력보다 좋아지거나 현재의 시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머님이 당뇨망막병증으로 한쪽 눈 시력을 잃었고 다른 한쪽 눈은 노안입니다. 남은 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술이 가능할까요? '노안+당뇨망막병증' 치료법을 알려주세요.
기본적으로 당뇨병은 전신질환이므로 당뇨망막병증도 양안성이 많습니다. 한쪽 눈이 실명됐다면 반대쪽 눈도 당뇨망막병증이 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지 노안 때문에 시력이 나쁜 건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노안을 교정하기 위해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건 당뇨망막병증 정도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심각한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 이상인 경우 남은 시력을 유지하기 위해 레이저광 응고술을, 황반부종이 있는 경우에는 항체 주사치료를, 유리체 출혈이 있는 경우엔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하는 등 먼저 망막을 안정화한 다음 백내장이 있다면 추후에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백내장부터 수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이나 당뇨병으로 인한 백내장을 치료하려면 어디서 치료받아야 하나요? 안과 선택할 때 따져보면 좋은 점을 알려주세요.
당뇨망막병증을 포함해 당뇨병으로 인한 안과 합병증은 이와 관련한 진단과 치료 경험이 풍부한 곳에서 치료받는 게 좋습니다. 형광안저촬영, 황반부종을 알 수 있는 빛 간섭 단층촬영 등 검사와 레이저광 응고술, 유리체 내 주사 치료를 할 수 있는 망막전문의가 있는지, 신생혈관 녹내장까지 동반한 경우 녹내장전문의가 모두 있는지 확인하길 권장합니다. 안과별 사이트의 ‘의료진 소개’ 항목을 참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망막 전문의이면서 망막 임상강사, 망막 전임의 경력이 있거나 대한망막학회 회원인지 확인하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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