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극심한 어깨 시원히 … 관절 내시경 맞춤 수술이 비결

인쇄

[명의 탐방] 조근호서울바른병원 관절센터 원장

서울바른병원 조근호 원장은 4500건 이상의 관절 내시경 수술 경험을 토대로 환자별 맞춤 치료를 구현한다. 김동하 객원기자

 

 경남 삼천포에 거주하는 김성자(75·여·가명)씨에게 어깨 통증은 고질병이었다. 낮에는 밭을 일구고 밤에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다 보니 어깨가 쉴 틈이 없었다. 동네 병원에서 ‘오십견’이라며 약을 주고 주사를 놔줬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뒤늦게 관절을 감싼 힘줄(회전근개)이 모두 파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을 앓는 탓에 전신마취 수술은 피하고 싶었다. 이러다 관절염이 심해지면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두려움만 커졌다.

그런 김씨는 지인의 소개로 당시 여수의 관절전문병원에서 일하던 조근호(47) 원장을 만나게 됐다. 자기공명영상(MRI)과 문진으로 환자의 증상을 체크한 조 원장은 “국소 마취로 힘줄을 최대한 살리며 치료할 수 있다”고 그를 안심시켰다. 조 원장은 유착된 힘줄을 풀고 끊어진 회전근개를 연결하는 수술을 1시간 만에 완료했고, 마침내 김씨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회전근개 치료법 연구에 집중
 
어깨는 과거 ‘잊힌 관절’로 불렸다. 어깨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위해 뼈 주변에 근육·인대·힘줄을 비롯해 신경·혈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설령 한 조직에 문제가 생겨도 수술 과정에서 주변 조직이 더 크게 손상될 수 있어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통증·저림 등의 증상을 모두 오십견이라며 노화 탓으로 여기거나 자연 치유되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울바른병원 관절센터 조근호 원장에게도 어깨 질환은 풀어야 할 숙제였다. 맏며느리로 4남매를 키우느라 어깨 통증을 달고 살던 어머니를 보며 의사의 꿈을 키웠다. 조 원장은 “노화로 인한 어깨 질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지는데, 수술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병을 키우는 환자가 많다”며 “가족을 치료한다는 생각으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을지 매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관절 내시경에 매료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1㎝ 미만의 구멍에 내시경을 집어넣어 수술하는 방법으로 주변의 근육·혈관 등을 최대한 지키는 ‘정밀 치료’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수술로 인한 통증·출혈은 물론 근 감소증, 폐렴 같이 장기 입원에 따른 후유증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다. 조 원장은 “어깨는 관절 사이 공간이 1㎝ 안팎에 불과해 절개해도 안쪽의 문제를 속속들이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관절 내시경 수술은 고화질 카메라로 병변을 직접 볼 수 있어 X선·MRI로 알아내지 못한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가 집중적으로 연구한 질환은 회전근개 파열이었다. 회전근개는 모두 4개의 힘줄로 구성돼 어깨의 안전성·가동성을 책임진다. 힘줄의 일부만 파열될 경우 약물·재활 치료로 통증을 다스릴 수 있지만 전체가 끊어지는 전층파열은 수술로 이를 연결해야 한다. 이 경우 주변 조직까지 잘라내는 절개술보다 미세하고 정확한 처치가 가능한 내시경 수술의 치료 결과가 훨씬 좋다.
 
단, 관절 내시경 수술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옷을 꿰맬 때도 소재·패턴에 따라 바느질 방법이 달라지듯 회전근개도 파열 형태나 힘줄의 장력, 유착 범위에 따라 각각 다른 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 예컨대 똑같은 힘줄이 끊어져도 직접 연결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 주변 힘줄과 연결해 지지력을 확보하는 게 최선인 경우가 있다. 힘줄 상태에 따라 당기는 방향·힘을 조절하지 않으면 오히려 파열이 심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조 원장이 ‘차세대 관절 내시경 치료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10년 넘게 진주·여수 등 지역 병원에서 4500여 건의 내시경 수술을 집도하며 또래 의사들보다 월등히 많은 치료 경험을 쌓았다. “환자가 오지 못하면 내가 간다”는 진료 철학에서 내린 결정이 그의 수술 실력을 향상하는 계기가 됐다. 조 원장은 “지역 환자들은 고령이면서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해 어깨 질환의 양상이 다양하다”며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며 어깨의 해부학적 특성과 나이·직업·증상 등을 고려한 맞춤 치료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시경 수술 4500건 이상 집도
 
이런 과정을 통해 그가 정립한 치료법이 바로 국소 마취 관절 내시경 수술이다. 일반적으로 관절 내시경 수술은 전신 마취 후 팔을 들어 고정한 채 진행된다. 환자가 오랜 시간 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 원장의 경우 전체 수술의 95%를 1시간 내에 완료해 전신 마취 대신 부분 마취만으로 수술한다. 빠른 진단과 수술 노하우를 동시에 갖춰야만 가능한 일이다. 조 원장은 “환자별로 사전에 5~6가지의 치료법을 구상하고, 수술실에서 내시경으로 힘줄의 장력이나 주변의 조직 변화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결정한다”며 “나이가 많거나 심장·폐 건강이 나쁜 환자, 빠른 일상 복귀가 요구되는 젊은 층 모두 수술로 인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의 ‘맞춤 치료’는 진료실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는 환자에게 “어깨가 얼마나 아프세요”라는 질문 대신 “가슴을 긁을 때 통증 때문에 불편한가요” “반찬을 집을 때 어깨가 욱신거리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일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어깨 질환의 종류와 치료 범위·순서를 가늠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지역 병원에서 수많은 어르신을 대하며 터득한 그만의 진료 노하우다. 그는 “모든 치료는 환자로부터 시작한다”며 “내 손을 거쳐 간 환자가 같은 질환으로 다시 병원에 찾아오는 일이 없도록 관절 내시경 수술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근호 원장이 짚어주는 어깨 질환 증상과 치료법

힘줄이 끊어지는 ‘회전근개 파열’

원인   노화, 혈액순환 장애, 외상, 과격한 운동
주요 증상   어깨 관절의 앞·옆쪽에서 아래쪽으로 통증이 뻗치듯 내려옴. 팔을 들거나 무거운 물건을 집어 올릴 때, 누운 자세에서 특히 통증이 심해짐.
치료법   힘줄의 일부가 찢어지는 부분 파열의 경우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시행. 전층 파열의 경우 대부분 내시경으로 끊어진 힘줄을 꿰매는 수술로 치료. 최근에는 전신 마취를 꺼리는 고령 환자나 심장·호흡기 질환자를 위해 팔만 국소 마취한 뒤 수술하기도 함.
 
염증으로 관절막이 굳는 ‘오십견’
원인   노화, 당뇨병 등 내분비계 질환, 외상, 다른 어깨 질환으로 인한 조직 변형
주요 증상   초기에는 어깨를 안쪽으로 돌릴 때 통증이 심해지다 점차 바깥쪽으로 돌릴 때도 심한 통증을 호소함. 머리를 감거나 빗을 때, 뒷목을 잡을 때 통증이 심함.
치료법   대부분 스트레칭과 스테로이드 등 약물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음. 이런 치료에도 통증이 계속되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면 내시경으로 관절막의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관절낭 유리술)을 시행.
 
관절에 딱딱한 돌이 생기는 ‘석회성 건염’
원인   노화,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산소 공급의 감소, 과도한 어깨 사용
주요 증상   다른 어깨 질환과 비교해 급성으로, 가만히 있어도 발생하는 특징이 있음. 유독 밤에 증상이 심해짐.
치료법   석회성 건염이 발견돼도 통증이 없다면 치료하지 않음. 초기에는 약물·냉찜질 등 물리치료나 체외 충격파 등을 시행하고 효과가 없을 경우 석회가 파묻혀 있는 힘줄(회전근개)에 구멍을 뚫은 뒤 내시경으로 짜내는 수술을 고려.
관련 기사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