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맞춤형 다학제 치료로 부인 암 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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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진휘 교수

최근 들어 사회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수명이 연장되면서 암 발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2020년 발표)에 따르면 산부인과 진료의 주 대상인 여성의 암 발생 확률은 기대수명까지 생존한다면 34.2%로 3명 중 1명꼴이다. 대표적인 우리나라 부인 암은 자궁경부암, 자궁체부암, 난소암이다. 한 해에만 2018년 기준 각각 3500명, 3182명, 2898명이 발생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침윤성 암은 감소 추세이지만 암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상피내암은 8215명이 진단돼 발생률 1위를 기록했다. 즉, 조기 진단을 통해 암으로 진행하기 전 상피내암 단계에서 치료해 침윤 암의 발생은 감소했지만,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질환 자체의 발생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달리 자궁체부암이나 난소암은 효과적인 조기 검진 방법이 없다. 또한 매년 발생이 유의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부인 암 영역도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 등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암의 유전적·면역학적 정보가 밝혀지면서 표적 치료나 면역 치료와 같은 환자 개인에게 최적화한 새로운 치료가 대두돼 전망이 매우 긍정적이다. 따라서 증상이 있는 경우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난소암, 무증상 많아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 빈번

자궁경부암이나 자궁체부암은 비교적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성교 후 출혈이나 폐경 후 출혈 같은 이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소암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릴 정도로 무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복강 내 전이로 인한 복통, 복부팽만, 소화불량 등 다른 질환의 증상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래서 환자 대부분이 단순한 소화기 불편감이나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로 여겨 뒤늦게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난소암이 복강 내에 전이돼 3기에 진단되는 사례가 49.9%, 4기는 9.3%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의 5년 생존율은 대략 3기 36%, 4기 17% 정도로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자궁 입구의 상피세포에 발생한다. 자궁경부 세포진검사 및 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상 이상이 발견되면 질확대경검사를 통한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자궁체부암의 경우 초음파 검사 등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자궁 내막 소파수술이나 자궁내막 흡인생검 등의 조직검사를 시행해 진단한다. 그러나 난소는 복강 내 장기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수술 전 진단법이 없어 초음파 등 영상검사와 혈액검사상 난소암이 의심되는 경우 수술을 통해 조직학적 진단을 하게 된다.

정밀한 로봇 수술, 임신력 보존에 큰 도움
세 가지 부인 암 모두 초기에 발견될 경우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며 개복 수술, 복강경 수술은 물론 최근에는 로봇 수술이 추가돼 환자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 로봇 수술 장비에 달린 카메라는 일반 복강경 장비보다 최대 10배 확대된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로 인해 보다 넓은 수술 시야를 제공해 안정적인 수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관절 운동까지 자유로워 세밀한 수술이 가능하고 주변 장기 손상이나 출혈, 수술 후 통증이 적어 일상 복귀가 빠른 장점이 있다. 특히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가임기 여성들에게도 부인 암뿐 아니라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등 부인과 질환이 흔하게 발견되는데 이런 경우에도 임신력 보존을 위한 정밀한 수술에 큰 도움이 된다.

수술만으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재발 우려가 높을 땐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 등을 보조요법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때 종양내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학제 협진체제를 통해 개별 환자에게 최적화한 치료 계획을 세우고 표적 치료나 면역 치료 등의 최신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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