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뇌졸중 발병 24시간 내 최적 치료법 찾아 생명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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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센터] 탐방 아주대병원 뇌졸중센터

아주대병원 뇌졸중센터 의료진이 모여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치료 전후 영상을 비교하며 후속 치료법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뇌졸중은 ‘뇌 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는데, 골든타임을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과 사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추운 날씨로 혈관이 수축하기 쉬운 1월이면 뇌졸중 발병 위험이 급증한다. 지난 10년간(2010~2019년)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1월(평균 2319명)에 가장 많았다. 특히 의식이 없거나 언어 장애, 한쪽 마비 등 증상이 나타나는 ‘중증 뇌졸중’은 치료를 얼마나 신속하고 안전하게 하느냐가 생사를 가른다. 아주대병원 뇌졸중센터는 이런 중증 뇌졸중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화 시스템을 갖추고 최신 치료법을 도입했다.
 

환자 대기하지 않는 시스템 갖춰



 
아주대병원 뇌졸중센터가 ‘빠른 치료’를 위해 만든 대표적인 특화 시스템은 ‘FAST(Fast thrombolysis code of the Ajou ischemic Stroke Team) 코드’다. 중증의 급성 뇌졸중 환자의 빠른 혈관 재개통을 위해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진료 코드다. 이 센터는 뇌졸중 의심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부터 의료진이 즉시 검사·치료가 가능하도록 응급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실, 뇌혈관 조영 검사실을 비워둔다. 환자가 내원하면 10분 이내에 1차 진료를 마치고 FAST 코드를 활성화한다. 이 코드가 부여된 환자는 내원 시점부터 25분 이내 CT 검사를, 1시간 이내 정맥 내 혈전 용해제 투여를, 24시간 이내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즉시 받을 수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753명이 FAST 코드로 치료받았다. 홍지만(신경과) 교수는 “중증 뇌졸중의 경우 병원 내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 유무가 환자의 생존율을 좌우할 수 있다”며 “우리 센터는 초기 문진, 신경학적 검사에서 뇌혈관 질환으로 의심되면 환자를 ‘초응급 환자’로 분류해 진단·검사의 우선권을 부여한다”고 언급했다.
 
센터에서 응급 치료가 끝난 환자 가운데 중증도가 심한 환자는 신경계 집중치료실로, 중증도가 조금 덜한 환자는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옮겨온다. 그중 센터가 2017년 국내 세 번째로 개소한 ‘다중감시 신경계 집중치료실’은 코마 상태에 빠진 환자가 병상에 누운 채로 CT·MRI 검사, 동공 반응 검사 등을 통해 뇌 상태를 한 곳에서 동시에 보는 다중감시 시스템을 갖췄다. 검사를 위해 환자가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될뿐더러 의사는 현장에서 환자 상태와 검사 결과를 곧바로 확인하며 치료할 수 있다. 중증의 급성 뇌졸중 환자는 치료 후 회복까지의 과정도 험난하다. 이들 환자의 30%는 혈액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발병 초기보다 72시간 이내 더 악화할 수 있는데, 이를 ‘초기 신경학적 악화(END)’라고 한다. END를 적극적으로 발견해 빠르게 대처하는 것도 중증의 급성 뇌졸중 치료의 핵심이다. 신경계·뇌졸중 집중치료실에서는 3명씩 팀을 이룬 간호사가 상주하며 특수 측정기기로 1시간에 한 번씩 환자의 뇌 상태를 확인한다. 환자가 이곳에서 3~5일간 집중치료를 받는 동안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하며 즉각 치료에 대비한다.
 
뇌졸중의 치료 방향은 막힌 혈관은 뚫고 터진 혈관은 봉합하는 등 ‘혈관 재개통’이다. 이 센터는 혈관 재개통 성적을 높이기 위해 최신 치료법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과거엔 머리를 절개해 혈관을 치료하는 ‘개두술’이 주된 해법이었지만, 2015년 이후 다양한 뇌졸중 수술법에 대해 안전성이 입증되고 그에 따른 수술 도구가 발전하면서 뇌졸중 치료의 패러다임은 수술 후 삶의 질까지 고려한 ‘최소침습’으로 바뀌고 있다. ‘뇌혈관 중재 시술’이 대표적이다. 이 시술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넓적다리 혈관인 대퇴동맥으로 관(카테터)이나 스텐트 등 수술 도구를 넣어 혈전을 제거하고 혈관을 뚫는 방식이다. 피부를 많이 절개할 필요가 없어 출혈·통증이 거의 없고 시술 다음 날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피부 절개 최소화로 안전성 높여


임용철(신경외과) 교수는 “뇌혈관 중재 시술은 80세 이상인 고령이거나 뇌 신경학적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은 부위여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출혈 땐 혈관 속에 코일·스텐트를 넣어 터진 혈관을 꿰매거나, 감마나이프 방사선 치료, 개두술 등으로 치료한다. 임 교수는 “15년 이상 쌓은 중증 뇌졸중 치료 노하우로 뇌혈관 중재 시술과 개두술, 감마나이프 방사선 치료 등 여러 치료법 가운데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센터가 중증의 급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시도하는 ‘저체온 치료법’은 차별화한 병행치료법이다. 체온을 48시간 동안 34도까지 낮추고, 뇌 부종·출혈 등 수술 합병증을 최소화한 방식이다. 또 이 센터는 뇌졸중 치료 전후 모든 단계에서의 빠른 처치를 위해 ▶빠른 발견 ▶맞춤 치료 ▶지역 병원과의 연계 협력 등 세 단계의 체계적인 ‘아주 뇌졸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치료받은 환자 가운데 치료법이 까다로웠거나 뇌 속 다발성 병변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목요일마다 여는 다학제 회의를 통해 신경과·신경외과·영상의학과 등 관련 의료진이 모여 후속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중증 뇌졸중 환자에 대한 센터의 체계적인 특화 진료는 치료 성과로 입증된다. 우선 평균 30%대인 초기 신경학적 악화(END) 비율이 6%대로 크게 낮아졌다. 또 센터는 1994년 개원 이후 현재까지 급성 뇌졸중 환자 6000여 명을 치료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급성 뇌졸중 환자 치료 실적도 보유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선 8회 연속 1등급을 받았다. 2019년엔 대한뇌졸중학회로부터 뇌졸중센터 인증을 받았다. 홍 교수는 “조만간 저체온 치료 효과, 역방향 신생 혈관 재생 치료 등 독자적인 여러 치료 성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고 임상에도 확대 적용하는 등 실용화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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