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낙태약' 임신 10주 이내만 복용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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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먹는 낙태약 바로알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 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올해부터는 인공 임신중절(낙태)를 해도 처벌이 불가능해집니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처벌 조항(형법 268조·270조)에 대해 합헌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낙태죄가 폐지됐습니다. 임신 중단 방법 역시 수술만 허용했던 것에서 약물 투여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음지에서 암암리에 사용됐던 먹는 낙태약 미프진·미페르펙스 등도 조만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민감한 주제인 만큼 관련 입법 논의는 매우 더딥니다. 대략적으로 임신 14주 이하인 경우에는 조건 없는 인공 임신중절이, 사회·경제적인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임신 24주까지도 낙태가 허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합법적으로 허용된 먹는 낙태약이 어떤 약인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미프진·미페르펙스 등은 임신 초기 유산을 유도하는 약입니다. 흔히 먹는 낙태약으로 불립니다. 자궁 내 착상된 수정체에 영양 공급을 차단해 자궁과 수정체의 분리하고, 이렇게 분리한 수정체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산부인과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임신 시점 등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복용하면 수술을 받지 않고 낙태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는 법적인 문제로 지금까지 유통·판매되지 않았지만,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뒤 미국·영국·독일·스웨덴·호주 등 70개 국 이상에서 팔리고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먹는 낙태약의 국내 도입을 위한 허가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내에서도 이 약으로 임신 중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먹는 낙태약 복용 후엔 산부인과 검진 필수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누구나 미프진·미페르펙스 등을 먹으면 언제든지 임신 중단이 가능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어떤 이유로든 이 약을 먹을 때 기억해야 할 점은 세 가지 입니다.
 
첫째로 임신 주수입니다. 약 복용 가능 시점은 태아 심음을 확인한 임신 6주부터 최대 임신 10주(마지막 생리일 기준으로 70일 이내)까지 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임신 주수가 빠를수록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특히 임신 7주 이전에는 먹는 낙태약을 활용하는 것이 수술보다 확실하게 안전한 임신 중단 방법으로 보고됐습니다. 대략 임신 10주 이내일 때 먹는 낙태약을 이용한 임신중절은 약 97% 정도 입니다. 그런데 임신 9~10주 사이에 미프진을 복용했는데도 임신이 유지되는 경우도 3%나 됩니다. 만일, 이 시점을 놓치면 약을 먹어도 임신이 유지되는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런 이유로 미 식품의약국(FDA)에서도 마지막 생리일 기준으로 70일, 임신 10주차 이내일 때만 약 복용을 허용합니다.
특히 임신 10주가 넘은 상태에서 이 약을 복용하면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자궁 파열의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자궁 파열에 의한 대량출혈이 발생하면 매우 위험한 상태로 자궁적출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생리가 중단돼 임신을 의심하는 시점이 4~7주인 점을 감안했을 때 약 복용이 가능한 시점까지 남은 기간은 의외로 짧습니다.
 

둘째는 정상적인 자궁 내 임신 상태 여부입니다. 약 복용 전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자궁 내 임신은 태아의 심음(心音)을 확인하는 시기부터 간주합니다. 만일 태아 심음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자궁 외 임신일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미프진 같은 먹는 낙태약은 자궁 내 임신일 경우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약 복용 후 산부인과 검진입니다. 불완전 유산에 대비하면서 부작용 발생여부를 확인해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 입니다. 미 FDA에서도 먹는 낙태약 복용 후 7~14일 사이에 산부인과 방문을 권고합니다. 먹는 낙태약을 복용하면 평균 9~16일 동안 질 출혈을 경험합니다. 대개 임신기간이 길수록 출혈 지속시간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먹는 낙태약 복용자의 8%는 30일 이상 지속되는 질 출혈을 경험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다 출혈 , 패혈증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 검진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불완전 유산이 아닌 임신 중절이 완전히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먹는 낙태약을 복용해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3~4%, 드물지만 임신이 유지되는 경우도 1% 보고됩니다.
 

태아 심음 등 정상 임신 여부 확인해야
약 복용법도 주의해야 합니다. 미프진·미페르펙스 등 먹는 낙태약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이라는 두 종류의 약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미 FDA에서 권고하는 먹는 낙태약(미페르펙스) 복용법은 첫날에는 알약 형태의 미페프리스톤 200㎎를 물과 함께 먹은 후, 24~48시간이내 미소프로스톨 200㎎ 4알을 양쪽 볼에 두개씩 30분 동안 머금으면서 녹여 먹습니다. 특히 각 성분별 복용법과 복용 시점을 잘 지켜야 합니다. 미소프로스톨을 24시간 이전 혹은 48시간 이후에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또 미소프로스톨 복용 후 2~4시간 사이 출혈이 시작돼 편안한 장소에서 복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참고로 어떤 약이든 병원·약국이 아닌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먹는 낙태약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남에게 노출을 꺼리는 낙태 특성상 음성적인 방법으로 약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효능·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가짜 약을 복용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내 몸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겨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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