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 ‘간 수치’ 이상이면 정밀 검사 꼭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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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고려대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김동식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 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과음·과로하기 쉬운 연말연시는 간에 부담이 커지는 때입니다. 건강검진 결과 간 수치(AST·ALT)에 이상이 나와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 방치하기 쉽죠. 하지만 간은 손상 원인이 다양한 데다, 병이 생기면 치료가 까다로워 조기 진단·대처가 매우 중요합니다. 간과 십이지장을 연결하는 담도(담낭) 질환 역시 증상이 모호해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닥터스 픽’에서는 고려대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김동식 교수의 도움말로  간·담도 질환, 간 이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급성 간부전이 온다고 하던데요. 어떤 증상이 흔한가요?
모든 약은 간에서 대사가 되기 때문에 많이, 자주 먹으면 종류를 불문하고 간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반인에게 급성 간부전을 일으키는 약물 중 가장 흔한 것은 해열 진통제인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입니다. 한두 알만 먹는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매일 5~6알씩, 몇 주 이상 복용하면 한 번에 많이 먹지 않아도 간 손상이 누적돼 급성 간부전이 올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황달입니다. ▶소변 색이 진해지며 갈색·빨간색을 띠고 ▶눈이 노래지거나 ▶피부색이 변하면서 가렵다면 급성 간부전을 의심해야 합니다.
 

▶간암도 유전되나요?
B형 간염은 한국인 간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간 경변(간 경화)→간암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B형 간염은 모계 수직 감염(어머니로부터 자녀가 감염)되는데, 이로 인해 간암이 유전된다는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간암은 유전보다 생활습관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부모의 과음·과식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자녀에게 이어져 간 질환의 위험을 키울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 간 수치에 이상이 있다고 합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 이상은 대부분 AST·ALT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경우입니다. 간 수치라고 부르긴 하지만 사실 AST와 ALT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술이나 약물, 심지어 운동한 뒤로도 수치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대다수에게 간 수치 이상은 간세포 손상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 건강검진 결과 간 수치가 비정상적이라면 우선 내과를 찾아 초음파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지방간이나 간 경변도 수술할 수 있나요? 간에 좋은 음식이 궁금합니다.
지방간과 간 경변은 암과 달리 간을 부분적으로 잘라낸다고 해결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간 전체에 오는 변화이기 때문이죠. 만약 병이 악화해 간이 더는 제 기능을 못 할 정도라면 간 전체를 바꾸는 이식 수술을 해야 합니다. 평소 간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환자들이 간에 좋은 음식을 물을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저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음식을 골고루, 제때 챙겨 먹고 가급적 짜게 먹지 말라고 말합니다. 간에 좋다고 해서 특정 음식만 많이 먹으면 오히려 간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간암은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다고 하던데 맞나요.
간암이 커져 절개 범위가 넓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돼 수술이 어려우면 항암제로 치료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간암 치료제는 종류도 제한적이고 효과도 크지 않습니다. 간암의 1차 표준 치료제인 ‘소라페닙’의 경우 항암제를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을 비교할 때 생명 연장 효과가 평균 3개월 정도에 불과합니다. 전체 환자 가운데 항암제가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4명 중 1명꼴로 적습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간 질환은 예방과 조기 진단이 정말 중요합니다.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완치까지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검진과 균형 잡힌 식단, 꾸준한 운동 등 평소 간에 좋은 습관을 갖추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담석증의 증상은 위경련과 비슷한가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쓸개즙)은 담도(담관)를 거쳐 십이지장으로 흘러갑니다. 담도 중간에는 담즙을 저장하는 주머니가 있는데 이를 담낭이라 합니다. 담석증은 대게 담낭에 돌(담석)이 생길 때를 말하며 속 쓰림이나 복통 등의 증상이 위경련과 흡사해 구분이 어렵습니다. 병원에서도 증상만으로 둘을 구분하기 어려워 복부 초음파, 내시경 같은 추가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립니다.
 

▶담도 결석은 꼭 수술해야 하나요?
담석증이라도 증상이 없다면 치료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담석증은 약이 잘 듣지 않아 담낭 전체를 떼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환자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담낭이 아닌 담도 결석은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합니다. 담석으로 인해 담즙이 정체되면 담도염, 간 손상과 같은 더 큰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절개술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십이지장에서 담도로 접근한 뒤 돌을 부수거나 빼내는 ‘담도 내시경’이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담도암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담도는 나무와 비슷합니다. 하나의 나무줄기에서 여러 가지가 뻗듯, 담도 역시 간 안쪽에 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뻗었다가 하나로 합쳐져 십이지장으로 연결됩니다. 담도암은 암이 생긴 위치에 따라 수술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가지 부분인 간내 담도암은 해당 부위의 간을 절제하고, 가지가 모이는 부분인 간 문부(입구) 담도암은 암의 위치에 따라 간을 보다 광범위하게 절제해야 합니다. 줄기에 해당하는 간외(원위부) 담도암은 대부분 십이지장과 췌장이 만나는 부위에 생기는데, 이때는 십이지장·췌장·담도를 각각 자른 뒤 연결하는 췌·십이지장 절제술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담도암 수술은 최근 20년 사이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담도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전이 등을 이유로 수술을 시도조차 못 하는 상황입니다. 답즙 정체로 인한 황달과 복통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한 번쯤 병원을 찾길 권합니다.
 

▶간 이식 수술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간 이식 수술은 건강한 기증자의 간 일부를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이식과 뇌사 상태인 기증자의 간을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뇌사자 이식으로 나뉩니다. 특히, 생체 간 이식은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전에 기대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전’입니다. 기증자는 이식 후 간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지, 향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지 판단하고 수여자도 간 기능이 충분히 돌아올 만큼 이식을 받을 수 있는지, 수술을 버틸 정도로 건강한지 등을 면밀히 평가해야 합니다.
 

▶간 이식 후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간을 이식받은 수혜자는 특히 면역 억제제 복용에 신경 써야 합니다. 타인의 간을 이식하면 필연적으로 내 몸에서는 거부하려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를 조절하는 약이 면역 억제제인데, 계속 동일한 약을 먹는 것이 아니라 면역 반응이나 부작용에 따라 종류?용량을 바꾸게 됩니다. 용법·용량을 지켜 복용하지 않으면 자칫 힘들게 이식받은 간이 또다시 망가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간 이식 후 주의할 점은 매우 많습니다. 간 이식을 진행하는 모든 병원은 환자에게 수술 후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는데요 이를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진의 간 이식 치료 성적이 궁금합니다.
간 이식 파트는 우리나라 의료진이 세계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뇌사자 간 이식은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생체 간 이식은 전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우수한 성적을 자랑합니다. 고려대의료원의 경우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에 동일한 수술 시스템을 갖추고 환자가 아닌 의료진이 해당 병원으로 이동해 수술을 집도합니다. 수술 후 장기간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편의를 위해서입니다. 장기이식 분야의 선두 국가로서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동시에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법 개발을 위해 모든 의료진이 매진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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