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모씨(28세)는 어느 날 뒷목을 만졌다가 우연히 뾰루지 같은 작은 멍울을 발견했다. 거울을 통해 보려 해도 잘 보이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내버려 두다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은 기분에 손으로 짜버렸다. 그런데 작게만 느껴졌던 멍울이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염증과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정씨는 대학병원 성형외과에 내원해 표피 낭종을 진단받고, 간단한 수술 치료를 받았다.
피부에 손으로 만져지는 혹이나 멍울이 있는지를 주변에 물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분이 오래전부터 작은 혹이나 멍울이 있다고 대답한다. 암처럼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전이성이 있어 생명에 위협적인 악성종양과 달리, 이러한 멍울은 대부분은 양성종양에 속한다.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어느 정도 자라면 더 심하게 커지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작은 혹 정도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외관상 보기 안 좋거나, 크기가 점점 더 커지거나, 염증과 통증으로 수술적 제거가 필요할 수 있다.
흔한 양성종양 중 하나인 표피 낭종은 목·팔·가슴·등에 많이 생기지만 신체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특별한 증상이 없고, 손으로 만졌을 때 동그란 지우개 같은 느낌이 든다. 자세히 살펴보면 중심부에 ‘여드름 집’ 같은 작은 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표피 낭종은 모낭 입구가 피부에 막히거나, 표피 부위가 다양한 원인으로 피부 안쪽으로 들어간 후 증식하면서 낭종의 벽을 형성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낭종의 내부는 벽에서 만들어진 ‘케라틴’이라는 물질로 채워진다. 여드름으로 오인해 낭종을 짜거나 압박하면 피지 같은 분비물이 배출돼 크기가 작아진다. 이 때문에 억지로 짜내는 경우가 많지만, 그만큼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 낭종이 피부 안에서 터지면 내부의 내용물이 피부 조직 사이로 흘러나와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므로 병원을 찾아 올바른 진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표피 낭종의 치료 방법으로는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압출기·레이저 등으로 낭종 내부의 물질을 압출해 제거하는 비수술적 치료는 흉터가 적고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낭종을 완전히 제거하기 힘들어서 재발 우려 크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피부를 절개하고 낭종의 껍데기·내용물을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가 가장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 시에는 절개선의 방향을 적절하게 설정하고, 절개선의 길이를 최소화해 낭종을 제거해야만 수술 후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표피 낭종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내버려 뒀다가 염증이 생겨 병원을 찾아오거나, 환자 스스로 낭종을 짜거나 터트렸다가 세균에 감염돼 병원을 찾아오는 사례를 자주 접한다. 한 번 생긴 표피 낭종은 그냥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터뜨리고 짜내서 없애버리려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낭종을 완전히 제거하는 근본적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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