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심장과 가까운 곳의 대동맥 내막이 찢어지면 약물이나 시술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가슴을 열고 파열된 대동맥을 인조 혈관으로 교체하는 대동맥 치환술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 인공 심폐기를 이용해 심장을 정지시키고 체온을 떨어뜨려 혈액의 순환을 멈춰야 한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면 합병증이나 사망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전문 의료진의 숙련된 실력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급성 대동맥 박리로 수술받은 환자 365명의 결과를 5년 단위로 나누어 비교했더니 수술 성공률은 89%→ 89%→90.1%→97.8%로 점차 높아졌다. 이에 반해 수술 사망률은 약 11%(1999~2004년)에서 2.2%(2014~2019년)로 5분의 1수준까지 낮췄다. 국제 급성대동맥박리학회(IRAD)가 발표한 대동맥 박리 수술 성공률(평균 80~85%)을 월등히 앞서는 결과다.
쇼크 상태로 병원에 온 고위험 환자 비율은 8.8%에서 15%로 약 1.7배, 대동맥과 심장을 연결하는 대동맥 판막까지 함께 인조혈관으로 치환하는 등 수술 범위가 넓은 복합 수술 비율이 3%에서 23%로 약 7.7배 증가했음에도 수술 성공률이 향상된 것이라 전담팀은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급성 대동맥 박리 수술 시간은 평균 284분에서 194분으로 약 31.6%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시간이 짧아지면 환자 부담이 그만큼 줄고 감염 위험도 낮아진다.
김준범 교수는 “대동맥 박리 환자의 약 80%가 고혈압을 앓고 있기 때문에 평소 혈압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지 며칠간 약 복용을 거르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의료진을 찾고 평소 복용하는 약을 잊지 않고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3대 흉부외과 학회 중 하나인 유럽심장흉부외과 학회에 최근 발표됐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