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대란' 원인, 휴스턴·상하이·서울 등 도시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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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당뇨병 줄이기 캠페인(CCD) 35개 도시서 출발

지난해 세계 성인 당뇨병 인구는 약 4억6600만 명. 그런데 당뇨병 환자는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매년 늘어 2045년엔 7억 명까지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Fact Sheet) 2020’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7명 가운데 1명이 당뇨병 환자로, 500만 명에 달한다. 당뇨병 전(前) 단계 환자 수는 870만 명으로, 당뇨병 환자와 당뇨병 전 단계 환자까지 포함하면 1370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네 명 중 한 명꼴로, 그야말로 ‘당뇨병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당뇨병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2만3000명으로 OECD 국가 중 5번째로 높다.

이에 세계 여러 도시의 당뇨병 유병률 감소를 위한 특별한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도시 당뇨병 줄이기’(Cities Changing Diabetes, 이하 CCD)’ 캠페인인데, 덴마크 스테노 당뇨병 센터(Steno Diabetes Center)와 영국 UCL 대학(University College London), 덴마크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노보 노디스크가 시작한 글로벌 캠페인이다. 

CCD 캠페인 로고.

CCD는 ▶당뇨병 유병률을 성인 10명 중 1명(10%)으로 줄이고 ▶질환 인지도를 끌어올려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겠다는 게 취지다. CCD는 당뇨병 유병률 증가 원인을 급격한 도시화에 초점을 맞췄다. 도시에 대한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 연구를 통해 당뇨병 문제의 크기, 당뇨병 원인·관리의 위험 요인을 가져오는 사회·문화적 요인을 확인하고, 당뇨병과 관련된 도시 속 문제점을 제시해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그 후 CCD 진행 도시에서의 문제 해결 방안과 사례 공유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회의, 관련 학술 행사, 홍보 등을 수행하는 절차를 밟는다.

 
코펜하겐·런던 동참… 한국은 서울·부산서 

현재 미국 휴스턴, 중국 상하이, 덴마크 코펜하겐, 영국 런던, 대한민국 서울, 부산 등 전 세계 35개 도시가 CCD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CCD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멕시코시티, 휴스턴, 코펜하겐, 톈진, 상하이 5개 도시에서 총 16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각 도시가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했다.

그 예로, 멕시코시티는 가정 방문을 통한 검진 후 당뇨병 특화 클리닉을 설립했다. 휴스턴은 당뇨병 리소스 센터를 설립하고 종교를 바탕으로 당뇨병 예방·관리를 위한 진료를 촉진하는 회담을 열었다. 코펜하겐은 당뇨병 취약 계층에 다가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톈진은 당뇨병 환자 대상 건강 스타 선발대회를 개최했다.당뇨병 관리 앱을 통한 당뇨병 관리·치료를 개선했다. 상하이는 당뇨병 중재를 위한 3년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당뇨병 치료 관리 훈련을 했다.

이처럼 전 세계 여러 도시가 도시 당뇨병 줄이기를 위한 CCD에 참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당뇨병 환자와 도시, 학계 모두 이득이 있어서다. 당뇨병 환자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고, 치료·관리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도시는 당뇨 위험 요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당뇨병 유병률을 낮출 수 있다. 결국 도시의 생산성을 늘리고 당뇨병 관리를 위한 예산을 줄여 도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학계도 이해관계자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당뇨병을 정치적 의제로 삼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한국 CCD 위원회, 서울·부산·대구서 정량평가

한국도 당뇨병 유병률 감소를 목표로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진행되는 CCD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기획·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도시 당뇨병 줄이기 한국 운영 위원회를 구축했다. 현 대한당뇨병협회 이사장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가 위원회장을 맡았다. 이 위원회는 서울·부산·대구 3개 도시에서 정량평가를 통한 연구에 착수했고,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 취약성 평가를 위한 정량적 연구를 위해 코펜하겐의 CCD 분석에서 나타난 '당뇨병 관리에 대한 절반의 법칙'을 참고했다. 이 법칙은 '당뇨병 환자의 절반만 진단 받고, 그중 절반만 치료를 받고 있으나, 치료받는 환자의 절반만 목표 혈당으로 조절되고 그중 절반만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국 CCD 운영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참여 도시별 인구 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당뇨병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 합병증 현황 파악 및 관련성 분석 연구를 수행했다.

서울·부산·대구 3개 도시의 정량분석 리서치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서울의 경우 전체 인구집단의 10.2%, 부산 11.6%, 대구 11.5%였다. 서울의 당뇨병 환자 중 약 63%가 진단 받았으며, 부산의 경우 65%, 대구 65%가 진단 받았다. 서울에서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대상자 중 94%가 치료를 받는다고 답했고, 부산 89%, 대구 91%가 치료를 받고 있었다.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 대상자 중 23%가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부산 32%, 대구 24%가 목표 혈당으로 조절됐다.   
 

나이 많고 교육수준·소득 낮을수록 유병률 높아

서울·부산·대구 모두 당뇨병 관리에 대한 절반의 법칙과 비교해 볼 때, 당뇨병 환자 중 치료를 받는 비율은 높았으나, 각각 조절률이 23%, 32%, 24%로 낮았다. 특히 3개 도시의 인구 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당뇨병 및 당뇨병 위험요인의 분포를 분석해 본 결과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나왔다. 서울·부산·대구 모두 주요한 인구 사회학적 특성이 당뇨병 위험요인의 분포에 영향을 준 것이다. 성별·연령·교육수준이 위험요인에서 차이를 보였다.

즉 당뇨병 고위험 그룹은 ▶남자 ▶낮은 교육수준 ▶직업이 있는 경우 높게 나타났다. 교육수준과 관련성이 높았으나 소득수준에 따라서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 당뇨병 유병률은 ▶높은 연령 ▶교육수준이 낮은 경우 ▶직업이 없는 경우 ▶소득이 낮은 경우 높았다.

윤건호 CCD 한국운영위원회장.

윤건호 CCD 한국 운영위원회장은 "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지만 많은 환자가 자신이 당뇨병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낸다"며 "한국에서 CCD에 참가한 서울·대구·부산의 각 위원회는 유관 학회와 기업, 공공기관과 힘을 합쳐 도시민이 당뇨병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공공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이사장은 이어 "한국에서의 도시 당뇨병 줄이기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내 당뇨병 유발 원인을 연구한 다음, 그 원인을 바탕으로 시민 건강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게 방향"이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면 국내 당뇨병 유병률 감소는 물론 전 국민의 당뇨병 질환 인지도를 높이고 치료 접근성을 개선해 특히 고위험군 환자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2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2009년 8.4%에서 2017년 10.6%로 증가했다. 윤 이사장은 "도시의 어떤 요소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며 "이번에 나온 1차 연구 결과를 분석해 향후 도시에서 당뇨병을 줄이기 위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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