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으로 40종 넘는 피부질환 진단…의사만큼 뛰어난 AI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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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장성은 교수팀 피부질환 AI 모델 성능 검증

영상 진단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뼈 사진을 보고 성조숙중을 판별하거나 폐 CT를 통해 폐질환을 감별하는 AI는 이미 임상 현장에 도입·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딥러닝 기반의 AI 알고리즘이 피부과 전문의 수준으로 피부암 등 40종 이상의 피부질환을 정확히 진단한다는 연구가 제시됐다. 치명적인 피부질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패'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서울아산병원 장성은·문익준 교수팀(신촌세브란스병원 이주희 교수, 아이피부과 한승석 원장)은 딥러닝 기반 AI 알고리즘이 사진만으로 피부과 전문의만큼 악성 및 양성의 피부암을 포함해 43종의 피부종양 및 피부질환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진만으로 병을 진단할 때 AI알고리즘은 66.9%의 민감도(실제 질병이 있을 때 질병이 있다고 진단할 확률)와 87.4%의 특이도(질병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질병이 없다고 진단하는 확률)를 보였고, 피부과 전문의는 65.8%의 민감도와 85.7%의 특이도를 나타내 정확도가 비슷했다.

턱 아래에 있는 피부암 병변을 AI알고리즘이 정확하게 찾아 표시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이번 연구에 쓰인 AI알고리즘 모델은 사전에 피부암 및 피부질환 총 1만426케이스, 4만여 장의 사진을 학습했다. 영상 인식에서의 AI는 크게 '분류(classification)'와 '검출(detection)' 분야로 나뉘는데 이번 연구의 AI는 분류와 검출이 모두 가능하다. 종전의 AI가 전체 사진에서 병변 부위만 잘라놓은 사진을 보고 암인지 아닌지 구분하거나, 2가지 종류의 피부암을 구분할 수 있었다면 서울아산병원의 AI는 전체 사진에서 병변의 위치, 종류를 모두 인식할 수 있다.

최근까지도 AI를 이용한 피부질환 진단은 '난제'로 평가됐다. 디지털 카메라로 피부 병변 사진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다른 분야와 달리 피부 사진은 표준화가 어렵기 떄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의 훈련에 사용하는 데이터를 공동 연구기관인 세브란스병원에서 제공받아 차별화 했고, AI의 기술 검증 역시 세브란스병원에서 지난 10년 동안 조직검사한 모든 종류의 악성 및 양성 피부암 데이터를 활용해 객관성을 확보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딥러닝을 이용한 분류에 대해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AI알고리즘은 피부암 검출을 주제로 의학 분야 학술지에 게재된 유일한 모델"이라며 "피부암으로 의심되는 병변이 포함된 부위의 디지털 카메라 사진만 있으면 어디가 병변인지 아닌지 알고리즘이 찾아 자동 분석하기 때문에 피부암을 더욱 쉽게, 대량으로 검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장성은 교수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장성은 교수는 “피부암 중에서도 치명적인 악성 흑색종은 폐나 간 등 내부 장기로 전이되면 5년 생존율이 20% 미만일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라며 "AI 알고리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더 많은 사람이 쉽게 피부암을 주기적으로 자가 검진할 수 있어 조기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병변의 사진만으로 진료하는 비대면 방식은 대면 진료에 비해 아직은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번 연구에서도 실제 환자를 보며 진료한 의사는 민감도 70.2%, 특이도 95.6%로 알고리즘보다 높은 정확도를 나타냈다. 환자의 병변을 직접 만져보거나 문진을 하며 의뢰서에 명시된 조직검사 결과까지 확인하는 등 여러 정보를 종합해서 진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메디신(PLOS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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