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더 미룰 수 없는 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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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대한금연학회장

흡연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에 속한다. 흡연하면 담배와 손가락에 입이 닿게 되므로 바이러스가 흡연자의 입과 호흡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흡입하는 독성 물질은 심혈관과 폐, 면역 기능을 손상시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진다. 고령, 당뇨병 등 기저질환과 같은 코로나19 위험요인과 달리 흡연은 금연을 통해 스스로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백유진(사진·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대한금연학회장에게 코로나19 상황 속 금연의 중요성을 물었다.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흡연자가 포함된 배경은 뭔가.

지난 4월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흡연자를 포함했다. 흡연자를 65세 이상 고령자, 당뇨병?만성 호흡기 질환자, 암 환자 등과 동일하게 위험하다고 분류한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환자 중 흡연자의 중증 질환 발전 가능성은 비흡연자의 1.9배, 사망 확률은 2.4배다. 국내 연구에서도 심장 질환, 고혈압, 호흡기 질환 등이 있는 기저 질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렸을 경우 치명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흡연자는 이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수용체 ACE2가 흡연자, 당뇨 환자, 뇌졸중 환자 등에서 활성화할 수 있다고 밝혀져 흡연자를 코로나 고위험군에 포함하는 데 영향을 줬다.

-최근 보건당국이 간접흡연으로 인한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 가능성과 감염 경로를 설명해달라.

담배 연기의 뜨거운 열 때문에 연기 자체가 바이러스를 운반할 가능성은 작지만, 흡연 환경 자체가 위험하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선 사람이 많은 흡연 장소에서 마스크를 벗고 입에 손을 대야 한다. 입이 담배와 손가락에 닿으면서 바이러스가 입과 호흡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진행한 많은 연구에서 코로나19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친구, 가족 등 주변인 건강을 위해서라도 금연이 필요하다. 한편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데 필요한 ACE2 수용체를 증가시킨다. 이 외에도 담배는 폐와 면역 기능을 손상시켜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몸 상태를 만든다.

-지난해 하반기 감소했던 궐련형 전자담배(가열 담배)의 판매량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상반기 기획재정부 담배 판매량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감소하던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올해 2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계속됐던 2분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 역시 1분기 대비 15.5% 증가해 총 9700만갑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늘어나고 실내 흡연 구역이 폐쇄되는 등의 변화로 비교적 냄새가 덜해 실내 흡연이 가능한 궐련형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흡연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같이 니코틴과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게다가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일반 연초도 함께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 흡연은 니코틴 중독을 심화시킬 수 있어 흡연량이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가 미국 식품의약처(FDA)로부터 '위험 저감 담배제품'으로 인가를 받았다. 덜 유해한 담배임이 입증된 것 아닌가.

궐련형 전자담배 전체가 받은 것이 아니고 아이코스가 FDA로부터 위험 저감 담배제품으로 인가를 받으면서 미국에선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 물질 노출이 적다는 광고 문구를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미국 법으론 개별 제품별 허가를 받게 돼 있다. 따라서 모든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군이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 저감 담배제품이란 표현은 오해의 여지가 많은 번역어다. 실제 영어로는 ‘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Modified Risk Tobacco Product, MRTP)’이다. MRTP 승인은 두 가지가 있다. 제품의 배출물에서 특정 유해 물질이 저감돼 인체 노출 감소가 기대되는 경우 ‘노출 저감’이란 표현 사용 허가를 받는다. 아이코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위험 저감’ 인가는 받지 못했기 때문에 건강 위험 감소나 안전하다는 문구를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할 경우 FDA의 규제를 받는다. 국민도 현재 건강 위험 감소 및 안전 표현 허가를 받은 제품은 전무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론 ‘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이라고 용어를 통일하는 것이 오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한편 아이코스는 FDA 홈페이지에선 연초 담배 제품군에 속하지만, 한국 필립모리스 홍보 홈페이지엔 전자담배로 표현하는데 난센스다. 우리나라 법 규정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분류를 사용하면서 이상한 결과가 생겼다. 건강 위험 감소에 대해선 담배회사의 주장과 다른 의견도 다수 있으며 많은 연구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함이 밝혀지고 있다. 결국 몸에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담배 전문가들이 아이코스 성분을 살펴본 결과, 일부 유해 성분은 일반 담배보다 감소했으나 일부는 오히려 더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일반 담배에선 존재하지 않는 성분이 궐련형 전자담배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물질의 건강 영향은 현재로썬 알 길이 없다. 동물 실험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폐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따라서 나와 주변인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대체재가 아닌 완전한 금연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연구 자료를 근거로 할 때 합리적인 방법이다.

-정부에서 담배와의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가 있나.

국내 코로나 확산이 최고조에 오르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금연 캠프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금연 캠프 참가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많은 흡연자가 금연에 관심을 가진다. 또 다른 변화는 금연 치료 참여자의 금연 의지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보다 최근 금연 치료 참여자 중 8주 또는 12주 프로그램 이수자의 수가 늘었다. 이렇듯 코로나19로 인해 금연 의지가 높아진 고무적인 상황에서 대한금연학회에서도 금연 치료 활성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금연 의지가 있는 흡연자가 실제 금연 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요즘 금연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흡연자가 많을 것 같다. 그런데도 금연 치료를 꼭 받아야 하는 이유는 뭔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금연은 필수지만, 코로나19로 의원·병원 방문 자체를 꺼리는 흡연자가 적지 않다. 금연 실패 경험자라면 잘 알겠지만, 혼자 힘으로 금연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혼자 금연을 시도할 경우 성공 확률은 3~4%밖에 되지 않는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금연을 포기하거나 전자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와 같은 대안을 찾는 경우를 많이 본다. 따라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 상담과 함께 금연 약물 처방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대표적인 금연 치료 약물은 바레니클린 성분의 챔픽스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체내에 흡수되면서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챔픽스는 니코틴 대신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작용해 담배 없이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흡연 욕구를 줄이고 금단 증상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미국 흉부학회를 비롯한 많은 전문 학회에서 챔픽스가 금연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지침을 발표했고 우선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히 처방이 제한되는 흡연자가 아니라면 챔픽스를 우선 처방한다. 흡연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다른 금연보조제 처방 역시 가능하다.

-방역 당국에서 금연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흡연자가 체감할 수 있는 금연 정책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입장과 개선 방안이 있다면.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한금연학회는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공동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시대에 금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흡연자의 건강 피해에 대한 학술적인 근거와 성공적인 금연을 위한 대국민 금연지원서비스 활용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를 대상으로 흡연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금연 사업 예산 증대와 실효성 있는 금연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이후 5개월이 지났고 코로나19는 여전히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어 흡연자의 금연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먼저 금연 치료 활성화를 위해 금연 치료 지원사업에 대한 홍보가 시급하다. 현재 병원에서 무료로 금연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나 4박 5일 금연 캠프에 대해 알지 못하는 흡연자가 많다. 금연 의지가 있는 흡연자가 정보가 부족해 금연에 도전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매년 감소하고 있는 정부의 금연 사업비 예산을 재검토하고 무조건 줄이기보단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지난 6월 3차 추가경정예산에서도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이 일부 감액됐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최소화하면서 사용하지 못한 금연지원서비스 예산 일부를 감액한 것이다.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흡연자가 포함됐고 금연 실천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금연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내년에도 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금연 치료 사각지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금연 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회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나.

대한금연학회는 2008년 창립 이래 흡연과 건강 문제, 담배규제정책, 금연서비스 제도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는 보건의료전문가 200여 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금연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학회와 의료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대한금연학회는 학술대회와 연수 강좌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금연 치료의 질 향상과 의료진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가오는 11월에 온라인으로 열리는 추계학술대회에선 코로나19, 전자담배 사용 증가 등 변화하는 사회 환경과 담배규제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금연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현재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금연콜센터에선 숙련된 상담사가 금연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금연을 시도하는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고 있다. 금연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 거주지 근처의 의원·병원을 소개하고 주기적으로 금연 동기를 고취하며 정서적으로 힘들 때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흡연자에게 미칠 수 있는 해로운 영향을 고려할 때 금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금연을 실천하기에 좋은 시기다.

따라서 온라인을 활용하는 등 대면을 최소화하고 금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 단위에선 보건소에서 비대면 드라이브스루나 온라인 금연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다. 본원에서 운영하는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9월부터 비대면 상담을 온라인으로 확대했다. 온라인·오프라인 혼합형 금연 상담 프로그램 진행으로 대면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증대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대면 금연 상담을 진행할 땐 아크릴판을 활용해 비말 접촉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워킹스루 금연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금연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과 함께 대한금연학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소회와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금연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지난해 금연학회의 발전과 우리나라 금연 치료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세우느라 기대가 컸는데,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코로나 사태는 언젠가 극복되겠지만, 흡연 문제는 계속 진행형이고 미래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정부나 국민은 담배 문제가 이제는 약화해 소멸하는 현상으로 여길지 몰라도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담배회사의 신종 담배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이나 청소년에 대한 홍보가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부분 등에 걱정이 많다. 국민이 보다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선 담배회사의 마케팅에 대한 감시, 금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모두가 코로나 사태로 힘든 상황이지만,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 국민의 많은 성원과 지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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