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의 75%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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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신경과 박기정 교수

경희대병원 신경과 박기정 교수.

최근 노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무엇일까.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인 ‘치매’를 꼽을 수 있다. 환자는 물론 가족까지 고통에 놓이기 때문이다.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높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외에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치매, 루이체 치매 등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75%를 차지한다. 치매 환자 10명 중 7명 정도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초기에는 사소한 기억력 감퇴를 느끼지만, 중기에서 말기로 갈수록 점차 증상이 나빠지며 사고력, 이해력, 계산 능력, 판단력 등 인지 기능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다 혼자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른다.

알츠하이머병은 1906년 독일인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처음 보고해 세상에 알려졌다. 인지 저하가 있다가 사망한 여성의 뇌 부검 소견에서 ‘아밀로이드 반’과 ‘신경섬유 매듭’이라는 특징적인 병리 소견을 알아낸 후 알츠하이머병이라 명명됐다.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요인으로는 머리(두부) 손상, 우울증, 저학력, 여성 등이 알려져 있다. 최근엔 유전적인 요인과 혈관 위험인자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아밀로이드 가설, 타우 가설, 염증적 가설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다.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이 나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나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증상은 대개 최근 기억이 저하되고 새로운 이름을 익히기 어려우며 알던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해 길 찾기 장애와 오래된 기억의 망각, 언어 이해력과 표현력이 떨어진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도구를 잘 못 쓰게 되고 성격의 변화나 이상 행동이 관찰되기도 한다. 또 대소변 실수와 보행 이상도 보인다. 
 

힌트 제시 후 기억해내면 건망증, 못 하면 치매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덜한 초기에는 건망증과 비슷하다.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은 ‘힌트를 제시하면 기억을 해낼 수 있는가’다. 단순한 건망증은 정보들이 뇌에 입력된 상태이기 때문에 단서를 주면 입력된 정보를 다시 기억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치매는 정보들이 입력되지 않는 상태이므로 힌트를 줘도 지난 일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인지 저하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계이지만 주위 사람은 환자의 인지 저하를 알 수 있다. 객관적인 신경 심리 검사를 통해 이상 소견을 평가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데 크게 기억성과 비기억성(기억력과는 관련이 없는 다른 영역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으로 나눌 수 있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저하는 보이지만 일상생활에는 불편함이 없어 정상적인 유지가 가능한 상태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매년 10~15%가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이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65세 이상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전체 추정 치매 유병률은 1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남성 38%, 여성 62%로 여성 환자가 훨씬 더 많다. 연령별로는 85세 이상이 33.7%, 80~84세 27.2%, 75~79세 23.3%, 70~74세 9%, 65~69세가 4.2%다.
 

혈관 건강 관리, 인지 훈련으로 예방을

알츠하이머병은 먼저 문진을 통해 기억력 저하의 내용과 경과, 심한 정도, 환자의 병식 등을 평가한 뒤 진단한다. 언어 기능과 시공간 기능에 대한 평가도 동일하다. 다음으로 일상생활의 이상 여부를 평가하는데 보다 복잡한 도구적, 신체적 일상생활능력으로 나눠진다. 

이상 행동은 인지 저하보다도 보호자를 괴롭히는 증상일 수 있다. 그리고 인지 저하의 원인이 되는 여러 질병을 감별한다. 이러한 인지, 일상생활, 이상 행동에 대한 평가는 규격화된 신경 심리 검사를 활용해 실시한다. 이와 함께 신체, 신경 검사, 혈액·소변, 뇌 영상(자기공명영상(MRI) 또는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진단용 검사를 시행한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약물·비약물 치료법이 인지 기능과 행동상의 증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50년에는 치매 환자가 1억 명 이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30여년간 진행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의 결과는 일부 대증적 치료제만 승인되고 대부분 실패했다. 그렇기에 현시점에선 치매의 발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정상 인지 상태인 노인을 대상으로 수년에 걸쳐 혈관 위험인자(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를 관리하고 운동, 식이조절, 인지 훈련을 시행할 경우 전반적인 인지 기능, 집행 기능, 처리 속도가 덜 악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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