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이가 들어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고 여기지만, 사실 뒤늦게 발생한 음식 알레르기일 수 있다. 생각보다 흔한데도 환자 스스로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종의 면역 과민 반응으로 구토, 설사에서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uyl@joongang.co.kr
사람의 면역계는 원래 여러 질병이나 감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반면 역으로 이런 면역계의 이상 반응이 신체 내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를 알레르기라고 한다. 음식 알레르기는 우리 몸이 특정 음식을 유해한 것으로 판단해 체내 면역계가 그 음식에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은 위장관을 거쳐 소화, 흡수된다. 특히, 핵심적인 장기는 장(腸)으로, 장은 소화 뿐 아니라 신체 면역 기능까지 좌우한다. 즉, 장 기능이 저하되면 소화가 잘 되지 않을뿐더러 평소에는 반응하지 않던 음식에 대해 신체 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음식 알레르기는 단백질 섭취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약 90%는 달걀, 우유, 밀, 콩, 땅콩, 밤, 생선, 조개에 의해 나타나며 그 외 간장, 바나나, 멜론, 두유, 딸기류, 고추 등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증상은 빨갛고 가려우며 부풀어 오르는 두드러기, 입술과 입 주변의 부종, 오심, 구토, 설사, 복통 등이다. 이 때 콧물, 눈물, 눈의 가려움을 동반하기도 하며 더 심한 경우에는 호흡 곤란, 가슴의 압박감, 숨 막힘, 빈맥, 현기증, 의식 소실 등이 발생한다. 특히 과민반응으로 인해 몸의 각 기관에서 동시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증상이 급격히 진행되고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도 발생할 수 있다.
음식 알레르기는 식품을 먹고 난 후 즉각적으로 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음식 섭취 후 며칠이 지나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지연형 과민반응’이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 음식 섭취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버려서 원인 음식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진다. 때문에 환자들이 증상의 원인을 위장질환이나 기관의 기능 장애로 생각하고 음식 알레르기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음식 알레르기 검사로 원인 물질을 찾아냈다면 이를 포함한 음식은 섭취를 줄이고 대체할 수 있는 식단을 구성해 영양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인 추적 검사를 통해 질환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이아람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지연형 과민반응의 경우 음식 섭취 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상당 시간이 지나 체내에 음식들이 축적되기 때문에 원인 음식을 찾아내기가 힘들고 만성적이며 자각하기 어려워 ‘숨은 알레르기’로도 불린다”며 “평상시 간헐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레르기 유사 증상이 있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90종 음식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 보고 정확한 알레르기 원인을 파악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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