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 수술하면 아이 갖기 힘들다? 오히려 임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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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환자 증가세…가임력 보전에 로봇 수술 유리

올해 초 결혼한 30대 김모씨는 얼마 전 생리통의 원인을 알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다. 평소 가볍게 지나가던 생리통이 5개월 전부터 점차 심해지더니 이제는 한 번 시작되면 배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됐다. 병원에서 수술이 최선의 치료라고 권유했지만, 2세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자궁에 칼을 대는 수술을 할 결심이 서지 않는다. 

생리통, 단순 불임증으로 의심하기 쉬워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의 복강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가임기 여성의 10~15%에서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다. 자궁내막증 환자 수는 2015년 10만 명 이하에서 2019년 13만 명 이상으로 4년 새 42% 이상 늘며 지속적인 증가세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연령대는 40대지만 임신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은 20~30대 발병률도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자궁내막증의 주요 증상은 심한 생리통, 만성적 골반 통증, 성교통, 불임증 등으로 여성이 특정 질환을 의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거나 여성호르몬 중 난포호르몬이 과다한 경우, 월경 주기가 짧거나 긴 경우, 생리 양이 많거나 빠른 초경일 때 등에서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진다.

자궁내막증은 진단이 어렵고 재발이 흔하며 계속 진행하는 특성이 있어 치료 또한 까다롭다. 약물치료만으로 자궁내막증이 발생한 조직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수술을 통한 절제가 가장 중요한 치료다. 흔히 수술 후 난임을 우려하지만, 오히려 불임 증상을 보이는 자궁내막증 환자의 경우 수술을 통해 가임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상태 까다로울수록 로봇 수술 선호 
자궁내막증의 수술적 치료는 개복 수술보단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 등 골반경을 통한 수술을 우선으로 한다. 수술적 치료는 환자의 증상, 연령, 결혼 상태, 출산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시행한다. 자궁내막증의 치료에서 로봇 수술과 복강경 수술은 대체로 비슷한 결과를 보이지만, 질환의 특성상 로봇 수술이 더 선호되기도 한다.

자궁내막증은 주변 조직과 유착을 많이 일으키는 질병으로 주변 장기를 절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로봇 수술은 이 과정에서 시행되는 절제와 봉합에서 훨씬 용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로봇 수술은 고화질 시야를 통해 질환이 발생한 부분을 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 까다로운 자궁내막증 수술에서 유리하며 수술 후 합병증 발생 비율도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어경진 교수는 “자궁내막증 수술은 환자의 건강뿐 아니라 향후 임신 가능성인 가임력과도 매우 밀접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특히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로봇 수술은 10배 이상 확대된 깨끗한 수술 시야로 안정적인 수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관절 기능이 있는 로봇 팔을 활용해 미세한 조직까지 세밀하게 수술할 수 있어 가임력을 보존하기에 더 유리한 수술적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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