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 부추기는 가향담배, 본격 규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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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규제 정책, 이대로 좋은가?①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흡연자가 포함되면서 어느 때보다 금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담배 소비량은 급증했다. '코로나 블루'에 지친 흡연자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담배를 많이 피우기 때문일까. 전문가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흡연율은 2015년 이후 22%대에서 정체돼 있지만 청소년 흡연율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한계에 다다른 ‘금연 정책’의 대안은 없을까? 기획시리즈 '담배 규제 정책, 이대로 좋은가?'는 2회에 걸쳐 현 금연 정책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올 상반기 담배 판매량 4년 만에 증가, 청소년·여성 흡연율 지속 증가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담배 시장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담배 판매량은 2019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특히 일반 궐련 담배 판매량은 5.5%로 급증해, 6.6% 감소한 궐련형 전자담배, 80% 이상 감소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과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성인 흡연율은 2015년 1월 담뱃값을 한 갑에 2,500원에서 4,500원으로 급격히 인상하면서 22.6%까지 줄어들었으나, 2018년 22.4%로 4년째 22~23%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특이점은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5년 39.4%에서 2018년 36.7%로 감소한 반면, 성인 여성흡연율은 2015년 5.5%에서 2018년 7.5%로 지속 증가 중이다. 아울러, 청소년 흡연율은 2016년에 6.3%까지 감소한 이후 2019년 6.7%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최근 흡연율의 증가 추세는 2015년 가격 인상으로 빤짝 성과를 거둔 기존 금연 정책이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청소년 흡연의 게이트웨이, ‘캡슐담배’ 규제 시급

지난 5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흡연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0년 국민 흡연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중 62.7%가 가향담배(캡슐, 감미필터 등 사용한 일반 궐련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고, 이 중 89.6%는 캡슐 담배가 흡연 시작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필터에 캡슐을 넣거나 설탕띠 등을 두른 일반 담배가 청소년 흡연의 게이트웨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있는 12~17세 중 80.8%가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고 답했으며, 미 식품의약국(FDA)은 2009년 ‘가향 궐련은 많은 아동 및 젊은 성인층을 정기 흡연자가 되도록하는 게이트웨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질병관리본부가 2017년 9월 연세대 김희진 교수팀에게 의뢰해 조사한 가향담배 실태조사(9,063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가향담배가 흡연시도를 쉽게 하고 흡연자로 유인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캡슐 담배 판매량에 대해 민주당 김수흥 의원실에서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2010년 약 3천 9백만갑에 그쳤던 캡슐 담배 판매량이 2019년 9.1억갑으로 약 23배 늘어났다고 한다. 판매금액 역시 2010년 970억원에서 2019년 4조 880억원으로 약 42배 폭증했으며, 전체 담배 시장에서 캡슐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도 9년 새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간 4조원 이상 사용되는 캡슐 담배는 안전한가? 질병관리본부가 2017년 1월 공주대 신호상 교수팀에 의뢰해 국내 시판 캡슐 담배에 대한 성분 분석을 진행한 결과, 캡슐에서 128종 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건강증진개발원 김지혜 선임 연구원은 ‘가향담배란? 그 위해성 및 규제방안’ 보고서에서 “캡슐 담배의 경우 캡슐이 포함돼 있지 않은 가향담배보다 많은 양의 가향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캡슐을 터뜨리면서 필터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하게 해 건강 위해성이 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감미필터 관련 2012년 독일 암연구센터 보고에 의하면, 설탕과 같은 감미료의 경우 연소하면서 발암물질로 잘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하며, 코코아 성분 중의 테오브로민은 기관지를 확장해 니코틴이 흡연자의 폐에 보다 용이하게 흡수되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캡슐에 포함된 100여 가지 이상의 물질 및 감미필터 성분에 대한 조사와 위해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진 바 없다. 정부는 조속한 실태조사 및 위해평가를 진행하여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캡슐 담배 규제법안 발의…정부, 법안 통과 적극 지원해야 

청소년 흡연 예방은 정부가 올해 금연캠페인의 테마로 정할 만큼 중점과제로 두고 있는 부분인데, 정작 청소년들이 흡연을 쉽게 시작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캡슐 담배 등에 대한 위해평가 및 규제 등 실질적인 대책은 부재하다. 오히려 정부는 올해 6월 25일 발명의날 기념식에서 지용성 액체 캡슐화 기술 개발을 치하하며 KT&G에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반면 해외의 경우 미국과 EU, 캐나다, 브라질, 터키 등은 가향물질 첨가를 금지 중이다. WHO 역시 FCTC 제9조 및 제10조 가이드라인에서 담배제품의 맛을 향상하기 위한 구성요소는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다. 또 2016년 FCTC 제7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캡슐 담배와 같이 담배의 매혹도를 높이는 담배 제품 디자인에 대한 규제가 추가로 권고돼야 한다는 결정문이 채택되기도 했다.

물론 우리 정부도 캡슐 담배와 감미필터 등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 계획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2019년 5월 21일 발표된 정부 금연 종합대책의 중점추진과제에는 2021년부터 담배사업법을 개정해 가향담배를 규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담배 맛을 향상해 여성 및 아동 청소년 등의 흡연을 유도하는 가향물질 첨가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후속 대책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국회에서도 지난 제20대 국회에서 김명연 의원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으로, 박맹우 의원이 담배사업법 개정안으로 캡슐 규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된 바 있다. 폐기된 법안의 검토의견서를 보면 ‘가향물질 캡슐은 담배의 구성품 중 하나로 금지할 경우 담배사업자의 영업권 및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함’, ‘가향담배에 대해 규제하고 있지 않은 국가들이 다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헌법상 보장된 사업자의 영업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음’ 등의 이유로 담배업계의 반대의견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제21대 국회에서 올해 9월 민주당 김수흥 의원이 가향물질 캡슐을 사용한 담배의 제조 및 수입판매를 금지하고, 위반 시 벌칙을 부과하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정부와 여당은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해 캡슐 등 가향담배가 실질적으로 규제되도록 함으로써 청소년 흡연의 게이트웨이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담배는 중독이다. 한번 중독되면 금연하기는 너무 힘들다. 지지부진한 현재의 금연정책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흡연 유입부터 막아야 한다.
 
[미니인터뷰]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청소년 흡연 예방이 화두인데, 정책적 차원에서의 개선점은.

"청소년 흡연 예방은 정부가 올해 금연캠페인의 테마로 정할 만큼 중점과제로 두고 있다. 그런데 정작 청소년들과 여성들이 흡연을 ‘쉽게’ 시작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캡슐 담배와 감미필터 등 일반담배에 대한 규제 강화와 같은 실질적인 금연 정책은 미진하다. 캡슐 담배는 필터 부분에 들어있는 캡슐 속에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고, 동시에 캡슐 때문에 ‘더 순하게’ 느껴지고, ‘더 깊게’ 폐에 빨아들이는 이런 부작용까지 이중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 달콤한 향의 액상형 전자담배인 쥴 사태에서 보았듯이, 일반담배에 달콤한 설탕 띠 등을 두른 감미필터 등도 청소년은 물론 여성 흡연자를 유인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주요 국가들은 캡슐 담배부터 시작해 일반담배의 가향물질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연종합대책’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을 통해 가향담배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겠다고 계획을 밝혔으나, 아직 구체화한 것이 없다. 청소년 흡연의 유인요인을 철저히 차단함으로써, 흡연으로의 진입 자체를 막아야 성인 흡연율 감소도 가능할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해 말한다면.
"정부가 현재의 금연정책의 한계점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대안을 마련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청소년과 여성의 흡연을 유인하고 유해가 입증된 일반담배에 대한 규제 강화가 최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정부는 주로 전자담배 등 신종담배에 대한 규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신종담배에 대해서는 미국과 영국, 유럽 등 선진국들처럼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유해성을 판단하고, 정확하게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은 ‘무조건 금연’에만 집중돼 있다. 금연정책의 하나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건강 위해 감축 정책을 도입을 고려해 봐야 한다. 담배 위해 감축의 전략은 금연에 도달하기 힘들거나 금연에 실패한 흡연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흡연으로 인한 건강·사회적·경제적 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유럽은 물론 뉴질랜드 등도 정부 차원에서 건강 위해 감축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이 금연정책의 하나로 건강 위해 감축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과학적 능력이 떨어져서는 아닐 것이다. 즉각적인 금연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흡연자들이 종국적으로 금연으로 가도록 하는 중간 단계로 건강에 덜 해로운 담배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종국적으로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대해 정부와 국회의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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