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퇴행성 관절염 해결하려면 전신 염증도 다스려야 합니다”

인쇄

[인터뷰] 가천대길병원 정형외과 이병훈 교수

의료계에서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생명과 직결되지 않고 뚜렷한 치료법도 없어 진통제로 버티거나 주사를 맞는 게 고작이었다. 요즘은 인공관절 수술이 매년 7만여건 이상 진행할 만큼 보편화했지만, 소재, 수술법이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의사들마저 ‘무릎도 인공관절 수술을 하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무릎이 전신 건강의 ‘기둥’으로 인식되며 보다 적극적인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로봇,3D프린터,줄기세포 등 임상 분야는 물론 기초 분야의 연구 성과도 잇따라 발표되며 퇴행성 관절염의 ‘정밀의학’ 적용 가능성도 제시된다.
 

가천대길병원 정형외과 이병훈(사진) 교수는 “종전에는 무릎이 아파 활동량이 줄면서 만성질환, 치매 등 각종 질환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이해됐지만, 지금은 관절 염증 자체가 전신 질환을 부르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로부터 무릎 퇴행성 관절염의 최신 연구 성과 등을 물었다.
 
-관절염은 막을 수 없는 것인가?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자주 듣는다(웃음). 과거에는 관절염에 대해 “연골을 쓰다가 닳아 생기는 노화 과정”이라는 패러다임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1990년대 분자 생물학의 발전과 더불어 이제는 퇴행성 관절염을 염증성 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관절염에 대한 색다른 접근을 통해 조만간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쉽게 설명해준다면.
관절염의 증상이나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 실제로 이렇게 다른 양상의 관절염을 분석해보면 염증을 일으키는 매개 물질들이 각각 다르다. 이런 차이가 왜 발생할까? 의구심에 연구를 진행한 결과 관절염이 일종의 염증성 질환이며, 전신의 염증 반응과도 연관됐을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관절염이 동반된 관절액 안에는 염증 매개체들이 집중돼 있다. 국한된 염증 매개 물질들은 점차 혈액 내로 파급되면서 전신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전신적인 염증이 관절 내의 염증 반응을 촉발하기도 한다. 즉, 비만, 인슐린 저항성, 지질 이상, 고혈압 등의 대사증후군이나 다른 원인으로 촉발된 염증 매개체들이 혈액을 통해 관절 내로 들어가 관절염을 발생, 악화할 수 있으며 반대로 관절염도 알츠하이머 치매나, 협심증과 같은 만성 질환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퇴행성 관절염이 단순히 통증만 문제가 아니란 의미인가.
그렇다. 나이가 들면 노화로 전신의 염증 레벨이 올라간다. 대사 증후군과 같은 질환을 갖고 있으면 전신적인 염증 반응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이런 변화가 관절염의 염증 반응을 가중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관절염의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 비만 환자들에서 두 배정도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비단 체중이 무릎에 쏠리기 때문만이 아니다. 추가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단순 비만보다 대사증후군 등 상대적으로 ‘질이 나쁜’ 지방이 많을 때 관절염의 위험성이 더 높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사람마다 관절염의 양상이 다른 다른 이유가 있을까.
염증 유발 기전은 선천적인 면역 상태에도 영향을 받는다. 비슷한 수준의 관절 내 염증 반응이 발생해도 유전적 요인에 따라 누구는 심하게, 누구는 약하게 일어날 수 있다. 성별, 인종 등에 따라 관절염의 진행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관절염이 심하게 나타난다.
임상 현장에서도 무릎 관절염이 심해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눈에 띄게 많다. 이것을 단순히 여성이 쪼그려 앉아 일을 많이 하거나 무릎을 많이 써서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전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관절염을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내는데 폐경 이후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관절염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관절염의 새로운 예방 전략을 수립할 수는 없을까
최근 연구 데이터에 의하면 연골 아래 위치한 뼈는 관절염 진행의 ‘엑셀레이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골이 닳더라도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은 심하지 않을 수 있는데, 통증 신경과 염증 매개체들이 몰린 ‘연골 하 뼈’가 손상되면 상태가 급작스럽게 나빠진다. 즉, 연골이 닳아 뼈가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상으로 인한 연골판 파열을 예방,관리하고 적시에 연골을 재생시켜주는 줄기세포 치료 등을 하면 관절염의 진행,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퇴행성 관절염의 치료 계획을 세우는 유전자 검사가 활용될 있을까.
아직은 유전자 검사로 관절염 위험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염증과 관련해 선천적인 면역 체계에 대한 기전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연구가 축적되면 조만간 관절염을 ‘예측’하는 시대가 찾아오리라 확신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