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후 10명 중 1명 '무증상' 심장 판막 질환 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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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박성지 교수팀 2만여명 분석 결과

50세 이상 10명 중 1명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의 '문'인 판막이 고장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지 교수 연구팀이 2012~2016년 심초음파 검진을 받은 50세 이상의 대상자 2만3254명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이 발표한 ‘국내 무증상 환자에서의 심장 판막 질환 발생 빈도와 임상인자’ 연구를 보면, 50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 10명 중 1명(9.4%)에게서 심장 판막 질환이 발견됐다. 이 중 176명은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중등도 이상의 심각한 심장 판막 질환을 앓고 있었다. 75세 이상 노인 유병률은 전체 평균의 3배(29.3%)에 달했다.

심장 판막 질환은 심장과 심혈관 사이에서 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심장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이 고이거나 역류하는 질환을 말한다. 크게 판막 구멍이 좁아져 피가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는 ‘판막 협착증’과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피가 역류하는 ‘폐쇄부전증(역류증)’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심장 판막 질환 중에서도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 질환이 흔하다. 이 중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경우 환자 수가 2015년 9100여명에서 2019년 1만5400여명으로 5년새 70% 가량 급증했다. 10명 중 7명(73%)이 70세 이상 고령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승모판 협착증(Mitral Stenosis, MS)을 제외한 모든 유형의 심장 판막 질환의 빈도와 중증도가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져 노화가 심장 판막 질환 발생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관련 연구를 뒷받침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지 교수가 14일 개최된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코리아의 미디어 세션에 참석해국내 무증상 심장 판막 질환자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코리아

심장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숨이 가빠지거나 잦은 피로감을 느끼며 다리가 붓는 등의 심부전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방치하게 되면 심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까지도 이를 수 있다. 조기 진단과 수술, 시술 등 치료가 중요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률과 진단률이 낮아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Nature research Scientific Report'에 게재됐다. 최근 무증상 심장 판막 질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조기 진단이 강조되면서, 박 교수는 14일 개최된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코리아의 미디어 세션에 참석해 해당 내용을 토대로 주제 발표를 했다.

박성지 교수는 “심장 판막 질환은 조기 진단 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무증상 환자의 경우 발견이 늦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인구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심장 판막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심장 판막 질환은 심초음파 검사로 대부분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5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이상 증세가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예방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대동맥판막 삽입술이 시행된다.  수술적 치료와 최소침습적 시술 치료의 두 종류로, 가슴을 열어 심장을 멈추고 문제가 되는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 그리고 사타구니 부근의 대퇴동맥을 작게 절개한 후 혈관을 통해 인공 심장 판막을 삽입, 석회화로 좁아진 기존의 대동맥판막 부위에 생체조직형 인공 심장 판막을 위치시키는 최소침습적 시술인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이 있다. 

TAVI의 경우 고령 혹은 기저 질환 등으로 개흉 수술이 불가능한 고위험군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TAVI는 시술 시간이 1시간 내외로 짧고, 시술 후 평균 3일 전후로 퇴원할 수 있어 환자의 빠른 일상 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통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또한 여러 임상을 통해 SAVR 대비 우수하거나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  최근 외국에서는 수술 고위험군 뿐만 아니라 저위험군까지 그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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