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 '양압기' 치료 기준 강화, 약 빼 먹는다고 급여 중지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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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과학회, 양압기 급여 기준 강화 성토

수면무호흡증은 약 대신에 양압기 치료가 필요하다. 양압기는 매일 착용하고 자야 해 상당한 노력과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사진 필립스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은 양압기 치료가 '약'이다. 양압기는 기도에 지속적으로 공기를 공급해 비정상적인 기도 폐쇄, 협착을 방지하는 의료기기다. 산소분압 변화, 수면 중 각성 등을 방지해 주간 졸림을 개선하고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며 심혈관계 합병증 발병 위험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 미국수면학회도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첫 번째 치료 옵션으로 양압기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대여에 건강 보험이 적용됐다. 비용 부담이 줄면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환자는 시행 직후와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양압기 사용 환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의결을 통해 양압기 급여 기준을 변경하면서 '치료 문턱'이 높아졌고, 이에 대한신경과학회 등 전문가들이 반발하는 등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대한신경과학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번 의결을 통해 양압기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수면무호흡증의 중등도를 수면무호흡 저호흡지수 5에서 10으로 상향했다. 순응 기간 중 본인부담률은 20%에서 50%로 올리고, 처음 90일의 순응 기간 동안 70% 이상의 기간을 4시간 이상 양압기를 사용한, 순응 통과자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신설했다. 순응을 통과한 후에도 평균 사용 시간이 4시간을 넘지 않는 경우에는 양압기 급여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양압기 처방을 막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한신경과학회는 "세계 어느 나라도 약을 매일 먹지 않는다고 급여를 중지하는 나라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미 양압기에 순응하고 잘 사용하고 있는 환자라도 4시간에서 단 1분이라도 미달되면 양압기 치료의 급여가 중단되는 건 과하다는 것이다.

학회측은 "양압기 급여는 처음 90일 동안 양압기를 잘 사용할 수 있는지 순응 평가를 통과해야 계속 급여가 되고 있었다. 이것을 통과한 환자가 다시 급여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어느 치료에도 없는 규정"이라며 "더욱이 대한수면학회, 대한수면의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회, 대한호흡기내과학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등 관련 전문학회들이 동의하지 않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건정심에서 결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수면무호흡증에 양압기 치료는 고된 과정이다. 매일 마스크를 쓰고 자야하는데다 일주일에 한번은 마스크를 포함해 튜브, 물통을 지속적으로 세척하고 관리해야 한다. 수면 중에 자기도 모르게 양압기를 벗는 경우도 많고, 수면 중에 화장실에 갔다가 졸린 상태에서 양압기를 다시 착용하는 것을 잊고 그냥 자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대한신경과학회는 "이렇게 (사용 및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의사가 정기적으로 진료를 통하여 환자가 양압기를 잘 사용하는지 평가하고, 더 자주 사용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조금 적게 사용했다고 해서 갑자기 급여를 중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약을 잘 복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당 치료제 급여를 중지한다는 것이 도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학회는 "의료보험 재정 고갈의 문제는 급여 대상을 임상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경우까지 과도하게 확대한 것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며 "적절한 치료를 저해하는 급여 규정의 변경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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