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들쑥날쑥, 채혈 무서운 당뇨병 환자는 '연속혈당측정기' 고려하세요

인쇄

#20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당뇨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입니다. 매일같이 혈당을 체크하고 식단·운동 등을 조절하는 일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죠. 최근 당뇨병 환자들에게 ‘연속혈당측정기’가 주목받는 배경입니다. 이번 ‘닥터스 픽’에서는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의 도움말로 혈당 측정의 중요성과 연속혈당측정기의 원리, 장점 등을 알아봅니다.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뇨병 전 단계라고 하던데 매일 혈당을 측정해야 하나요?

공복혈당장애는 공복 혈당이 100mg/dL 이상, 125mg/dL 이하인 상태로 정상보다 높고 당뇨병보다 낮은 상태를 말합니다. 당뇨병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당뇨병 전기 혹은 당뇨병 전 단계라 부릅니다. 이 단계에서는 적절한 식단 조절과 운동을 통해 정상 혈당으로 회복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별다른 증상이 없기에 본인의 혈당이 높은지 낮은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아직 당뇨병이 아니라 굳이 매일같이 혈당을 잴 필요는 없지만, 정확한 혈당 상태 확인을 위해 혈당 측정기를 이용하고 변화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복혈당과 식후 1시간, 2시간째 혈당을 측정하면 혈당 상승이 적은 식단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운동 전후 혈당을 재보면 운동의 효과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내가 임신성 당뇨입니다. 바늘을 너무 무서워하는데 다른 당뇨병 환자처럼 매일 혈당 측정을 해야 할까요?

임신성 당뇨 또한 당뇨병의 일종입니다. 임신 중에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태아가 과체중이 되기 쉽고, 출생 후에는 역설적으로 저혈당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산전 검진 시 병원에서 시행하는 당 부하 검사 외에도 자가 혈당 측정을 통해 혈당 수치를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과거에는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혈액을 뽑은 뒤 검사지와 기기를 이용해 혈당을 측정했지만, 요즘 복부 피하지방에 자그마한 센서를 부착하면 자동으로 혈당 수치를 확인해주는 ‘연속혈당측정기’라는 의료기기가 있습니다. 임신부도 사용 가능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의 작동 원리가 궁금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복부·팔·엉덩이 등 피하지방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세포 간질액(세포와 세포 사이를 채우는 액체 성분)의 포도당 농도를 5분마다 하루 288회 자동 측정하는 의료기기입니다. 측정 결과는 블루투스나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능을 통해 무선으로 스마트폰 혹은 전용 수신기로 보내져 수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는 채혈 횟수가 줄어들고, 식전 및 식후 혈당뿐만 아니라 하루 24시간 동안 혈당이 어떻게 변화하고 유지되는지를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온종일 부착하고 생활해야 하는 데 불편하진 않을까요?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시 피부에 부착하는 센서는 작고 얇고 가볍습니다. 몸에 부착해도 이물감이 적고 옷 위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센서는 한 번 부착하면 6~14일 가량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방수 기능이 있어 샤워·운동 등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로 ‘TIR(Time In Range)’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TIR는 환자의 혈당이 목표 혈당 수치 범위 내에 머무른 시간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입니다. 혈당 관리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또 하나의 혈당 관리 지표입니다. 당화혈색소는 과거 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를 나타낸 것으로, 당화혈색소나 자가혈당측정검사 결과만으로는 24시간 변화하는 혈당 변동 패턴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환자의 연령이나 임신 여부 등 개별적인 특성에 따라 목표 혈당 범위와 머무른 시간 비율은 달라지는데요, 이를 TIR로 확인하면 혈당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 채혈이 필요한 자가혈당측정기는 쓰지 않아도 되나요?

자가혈당측정기는 직접 채혈한 그 순간의 혈당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연속혈당측정기는 5분마다 혈당 수치를 자동으로 측정하므로 하루 중 혈당 수치 변화와 추이를 포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를 자가혈당측정기로 대신하려면 24시간 동안 5분마다 직접 손가락 채혈을 해야 할 것입니다. 잠을 잘 때나 신체 활동 시 혈당 패턴을 포함해 하루 동안의 혈당 변동 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 의료진이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인슐린을 하루에 여러 번 투여하거나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1형 당뇨병 환자, 인슐린 주사를 여러 번 맞는 2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특히 도움이 됩니다. 다만,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더라도 자가혈당측정기는 지속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세포 간질액의 포도당 수치를 혈액 속 혈당 수치로 변환시켜 보여줍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가혈당측정기에서 측정한 혈당 수치를 연속혈당측정기의 애플리케이션에 입력해주는 교정 작업이 필요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려면 병원에 가야 하나요?

연속혈당측정기는 전문의와 상의 후 사용하는 게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특히, 1형 당뇨병 환자는 일부 기기 구매 시 보험적용이 되는데요, 이 경우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까지는 소모성 재료인 연속혈당측정기용 센서에만 보험이 적용됐지만 올해부터 적용 범위가 확대돼 환자분들의 경제적 부담이 많이 완화됐습니다. 또한, 개인용 기기가 아닌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용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연속혈당측정 검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복적인 저혈당 때문에 연속혈당측정기 구매를 고민 중인 1형 당뇨병 환자입니다. 제품이 여러 가지가 있던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연속혈당측정기는 일정한 주기로, 혈당 수치를 자동 측정해주는 기능적 측면에서는 모두 동일합니다. 다만, 측정된 혈당 수치를 확인하는 방식이나 저혈당 예측 알람 등 부가 기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환자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길 권합니다. 예를 들어, 반복되는 저혈당이 고민이거나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소아 환자의 경우 저혈당 위험을 사전에 알려주는 알람 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보다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이 필요한 대상이 있나요? 당뇨병 환자인 아버지께 권해드리고 싶은데 연령 제한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1~2세 정도로 아주 어리지 않으면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데 특별히 연령 제한은 없습니다. 평소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시거나, 자가혈당측정기 사용 시 매번 손가락 채혈을 하는데 두려움이 큰 환자라면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채혈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학생이나 직장인, 수면 시간 중 저혈당 위험이 높은 환자분들도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혈당 관리를 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나이가 너무 많거나 어린 환자분은 혼자서 기기를 다루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부 제품의 경우 등록된 보호자에게 고혈당 및 저혈당 위험을 문자로 안내하는 기능이 있어 혈당 관리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혈당 관리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동시에 고민 중인데 어떤 제품이 먼저 필요할까요?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겠지만, 혈당 관리의 첫걸음은 혈당 측정이기에 연속혈당측정기로 먼저 아이의 혈당 패턴을 파악해보시길 권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 모두 사용하길 원하신다면, 현재 연속혈당측정 기능을 탑재한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가 국내에 허가돼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는 연속혈당측정 기능으로 사용자의 혈당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인슐린 주입량을 조절합니다. 저혈당 및 고혈당 위험을 낮추고 응급 상황에 보다 적절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