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수술은 말기 간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이자 표준 치료법으로 꼽힌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를 넘어 새계를 선도하는 간이식 수술의 '메카'로 1992년 뇌사자간이식 수술과 1994년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작으로 28년 만에 최근 생체간이식 5805건, 뇌사자간이식 1195건을 달성하면서 7000명의 말기 간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겼다.
그동안 기록도 다채롭다. 서울아산병원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 연속 연 300례 이상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 400례 이상을, 2019년에는 한 해 세계 최다 505례의 간이식 수술을 기록하였고,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성적인 98%의 수술 성공률로 간이식 수술의 안정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000년 3월에는 이승규 교수가 세계 최초로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에 성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기증자 간의 좌·우엽 비율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지방간이 심할 경우 혹은 수혜자의 체격에 비해 기증할 수 있는 간의 크기가 작아 기존의 생체간이식 수술법으로는 생존할 수 없었던 560여명 이상의 말기 간질환 환자들의 생명을 구했다.
세계 간이식계가 서울아산병원의 경험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인정하는 데에는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들을 제외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98%(1년), 89%(3년), 88%(10년)라는 뛰어난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체간이식이 뇌사자간이식 보다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성과다. 지금까지 체간이식을 위한 6400명 이상의 간 기증자들은 단 한 건의 사망이나 심각한 합병증 없이 모두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 간이식 수술이 활발한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메디컬센터(University Pittsburgh Medical Center)는 2018년, 2019년 각각 108건, 115건의 간이식을, 샌프란시스코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메디컬센터는 2018년, 2019년 각각 160건, 153건의 간이식을 기록했다. 의료 선진국인 미국의 간이식 생존율은 91%(1년), 84%(3년), 76%(5년)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행된 생체간이식 수술환자는 고위험군 환자가 전체 생체간이식 환자의 20~25%를 차지한다. 면역학적 고위험군인 ABO부적합 생체간이식은 이식이 까다로운 성인 환자에서만 현재 세계 최다인 720건의 수술을 기록 중이며, 성적 또한 혈액형 적합 간이식과 동등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2010년을 시작으로 서울아산병원을 찾아온 미국, 칠레, 러시아, 몽골,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이스라엘 등 해외 환자 수만 112명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와 몽골이 각각 62명,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아산병원은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간이식 수술을 의료 기술이 열악한 아시아 국가에 전수하는 ‘아산 인 아시아 프로젝트’를 10여 년간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간이식 수술 7000례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말기 간질환을 앓고 있는 절체절명의 중증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수술법을 개발하면서 기증자와 수혜자의 영역을 넓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중증 간질환 환자의 상태를 빨리 파악하고 신속한 대응과 표준적이고 체계적인 수술법, 수술 후 집중적인 중환자관리까지 모든 팀원들의 협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아산병원의 풍부한 간이식 경험과 프로그램으로 국내 및 전 세계 간이식 발전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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