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운동성 되살리는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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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시간 단축하고 합병증 위험 줄여

“모든 사람은 시간 앞에서 평등하다.” 미국 작가 지그 지글러 (Zig Ziglar, Hilary Hinton Ziglar)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노화한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은 퇴행하면서 크고 작은 신호를 보낸다. 걸을 때마다 쑤시고 아픈 퇴행성 관절염이 대표적이다. 무릎 연골이 닳아 무릎 뼈와 뼈가 부딪치는 말기까지 진행하면 염증·통증이 심해 약물·주사·물리치료 등으로도 호전되지 않는다. 망가진 관절을  깍아낸 다음 이를 대체할 인공관절을 끼워넣어야 한다.

최근엔 자신의 무릎 상태에 맞춘 인공관절 수술 도구를 출력해 수술 정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다. 무릎의 크기, 생김새, 손상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무릎의 운동성을 복원한다. 국내 최초로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도입, 최근 누적 수술 1만 례를 넘은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의 도움말로 무릎 퇴행성 관절염과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알아봤다. 

무릎 인공관절은 정확도가 생명이다. 인체 해부학적으로 봤을 때 엉덩이 뼈인 고관절과 무릎·발목을 잇는 중심 축이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무릎을 굽히고 펴면서 움직일 때마다 바뀌는 운동 역학적인 회전 축도 고려해야한다.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목적지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처럼 관절의 절삭 위치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수술법이나, 의료진 대신 로봇이 관절을 깍는 로보닥 수술 등이 고안됐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수술은 센서를 뼈에 고정할 때 골절이나 염증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한다. 로보닥 수술은 치료비용이 비싸다. 무릎 한 쪽 당 150~200만원 가량의 1회용 기구를 사용해야 한다. 또 시스템 오류나 기술적 테크닉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맞춤형 수술도구 제작해 하체 정렬 정확도 높여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는 “환자의 무릎 형태와 하체 정렬 상태를 계산한 환자 맞춤형 수술도구를 사용해 빠르고 안전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연세사랑병원에서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 사용하는 수술 도구를 출력·제작해 사용한다. 맞춤형 수술도구는 기계를 정비할 때 부품 크기에 맞는 공구를 사용해야 수리가 완벽하듯 맞춤형 수술도구로 인공관절 수술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망가진 무릎 연골의 위치·각도를 특수 자가공명영상(MRI)로 촬영해 3차원 입체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를 통해 ▶어떤 인공관절이 가장 적합한지 ▶어떻게 하면 최소한으로 절삭이 가능한지 ▶어떤 각도로 잘라야 하체 정렬이 맞는지 등을 수술 전에 살펴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 개인의 맞춤형 수술 도구를 3D프린터로 전송해 출력하고, 오차 범위를 최소화한 수술 계획을 세운다. 고 병원장은 “정확하게 계산된 맞춤형 수술도구를 쓰면 수술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고 무릎 관절을 최소한만 절삭이 가능해 합병증  발생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연세사랑병원은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에 필수적인 특수 MRI 촬영비를 병원에서 지원한다.

Q. 한국에서는 연세사랑병원이 최초로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도입했다던데.

“그렇다.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2010년 미국·유럽 등에서 먼저 상용화된 수술기법이다. 한국에는 2013년 9월 연세사랑병원이 최초로 도입했다. 도입 초기에는 100% 해외 기술에 의존했다. 맞춤형 수술도구를 주문하면 완성품이 도착하기까지 6~7주 정도 걸렸다. 이제는 연세사랑병원에서 맞춤형 수술도구 국산화를 주도하면서 2주면 제작이 가능하다. 또 환자의 관절을 확실하게 감싸는 굴곡형 브릿지 구조를 추가하고, 하지 정렬 축의 각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능을 더했다.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연세사랑병원의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법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할정도로 치료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됐다.”

Q.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경험이 1만 건을 넘었다고 들었다.

“연세사랑병원에서 시행하는 인공관절 수술의 90%는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로 진행한다. 누적 수술 건수가 1만 례가 넘는다.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1000례 이상 진행한 병원은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임상 경험이 쌓이면서 각국의 공동연구를 제안하거나 해외 강연 요청도 잇따른다. 맞춤형 수술도구를 사용하면 의료진의 숙련도와 상관없이 일관된 수술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Q. 수술 정확도는 어떤가.

“매우 우수하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170명을 대상으로 수술 방식에 따라 하체 정렬 축이 3도를 초과했는지를 비율을 살펴봤더니 기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그룹(100명)은 26%가 하체 정렬 축이 3도를 초과했다.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그룹(70명)은 이 비율이 5.7%에 불과했다. 참고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하지 정렬 축이 3도만 벗어나도 체중이 골고루 분산되지 못해 한 쪽만 중점적으로 마모돼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 극복을 위한 연구도 계속한다. 연세사랑병원은 인공관절 자체도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연구 중이다. 연세사랑병원의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 모델은 미국에서 개발된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보다 내구성이 강했다. 이 외에도 증강현실을 수술에 적용해 환자 눈에 수술 부위가 보이도록 하거나, 연골을 재생해 무릎 운동성을 개선하는 줄기세포 치료 범위를 넓히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고 병원장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망가진 무릎 기능을 되살려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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