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에 차도 없는 류머티즘 관절염, 한방으로 다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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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자가면역난치질환센터 이재동 교수

50대 주부 김모씨는 10년 넘게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다. 손 마디부터 허리, 무릎까지 통증이 심하고 소염진통제를 오래 복용해 위장 장애까지 생겼다. 김씨는 여러 치료법을 써봐도 차도가 없자 한방병원을 찾았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자가면역체계 이상으로 전신 관절에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한의학에서는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어혈을 원인으로 본다. 어혈이란 몸에서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 탁한 혈액으로, 자신의 혈액임에도 적으로 인식돼 면역체계의 공격을 받아서 염증의 원인 물질이 된다. 어혈은 관절을 감싸고 있는 활액막에 달라붙어 염증을 일으킴으로써 관절에 부종과 통증을 유발하고 연골 파괴와 관절 변형을 초래한다.

김씨는 어혈을 없애고 관절의 염증과 통증을 제거하기 위해 봉독 요법, 옻나무 추출물(건칠관절단), 생활습관 교정을 처방받았다. 봉독 요법은 일종의 천연항생제인 벌의 독을 침 자리에 주입해 피를 맑게 함으로써 어혈을 제거한다. 물론 벌을 직접 몸에 쏘이는 게 아니라 전자파충격법을 통해 꿀벌에서 벌의 독을 추출·정제해 침 치료 부위인 경혈에 주입한다. 주성분은 단백질의 일종인 멜리틴과 아파민과 효소 성분인 포스폴리파아제 등 40여 가지로 구성돼 있다.

항염증, 면역기능 조절 효과 확인
한의학에서 봉독 요법은 이독(以毒) 치독(治毒)의 개념을 아우른다. 즉 독성을 지닌 약을 이용해 질병의 독을 치료하는 약물요법과 인체의 기혈 흐름 통로인 경락과 경혈을 자극해 질병을 치료하는 침구 요법을 결합한 치료다. 예로부터 민간에서 관절염, 신경통에 특효로 알려진 벌침을 과학화한 방법이다. 

봉독 요법의 역사는 기원전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와 바빌로니아 의서에 이미 봉독이 치료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봉독을 가리켜 ‘신비한 약’이라고 일컬었다. 한의학에서도 최초의 침구학 문헌이라 할 수 있는 마왕퇴의서에 이미 봉독을 이용한 임상 사례가 있다. 이에 따르면 “벌집이 있는 나무에 닭고기 덩어리를 매달아 벌이 그 고기를 쏘게 한 뒤 고깃덩어리를 아픈 부위에 붙여 피부를 통해 벌 독이 몸속으로 들어가도록” 해서 치료했다. 

봉독은 항염증 효과와 면역기능 조절, 신경 장애 개선, 호르몬 분비 촉진, 진통 효과 등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특히 봉독 요법이 관절의 염증과 부종을 완화하고 관절염 통증과 관련된 신경세포 수를 감소시킨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신경통, 관절염 등에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탄수화물 줄이고 단백질 위주로 식사를
건칠관절단은 옻나무 추출물을 이용해 개발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이다. 옻나무는 오래전부터 관절 질환에 사용했지만, 피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우르시올 성분이 들어 있어 환자가 복용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위 연구팀은 우루시올을 제거한 옻 추출물을 개발했으며,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활액막 세포에서 옻나무 추출물이 염증유발물질(사이토카인)을 상당 부분 억제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관절 부종 완화와 관절 운동 능력 향상 효과도 확인했다. 봉독과 옻나무추출물 연구결과는 각각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에는 일상생활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첫째, 관절 주위 근력 강화를 위해 단백질이 충분한 균형 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 류머티즘 관절염이 빈발하는 중년 여성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많이 한다. 그러면 체중이 늘고 근력은 줄어 관절 증상이 심해진다. 둘째, 운동과 휴식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관절 강화를 위한 지나친 운동은 염증을 악화하며 반대로 지나친 휴식은 관절을 굳게 만든다. 셋째, 밤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한의학적으로 야간 수면은 낮잠으로 대체되지 않는다. 염증과 통증을 줄여 주는 호르몬 생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밤에 충분히 자야 한다.
 
류머티즘 관절염 자가 검진 3단계

▶집에서
1단계: 무릎, 손가락, 손목 등이 좌우 대칭적으로 아프고 뻣뻣하다
2단계: 아침 기상 시 30분 이상 뻣뻣함이 지속한다
3단계: 피로감, 미열, 체중 감소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2단계 이상 해당한다면 류머티즘 관절염이 의심되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 필요

 ▶병원에서 
1단계(류머티즘 관절염 진단): 류머티즘 관절염은 퇴행성 관절염과 발병 원인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한의사의 진찰에 따른 감별이 필요. 필요하면 혈액검사, X선 검사 및 핵의학 검사를 시행해 관절의 침범 부위나 염증 정도를 종합해 진단

2단계(한의학적 근본 원인 확인): 한의사의 진찰을 바탕으로 맥진 검사, 양도락 검사, 적외선 체열검사 등을 통해 체질에 따른 한의학적 근본 원인을 진단

3단계(봉독 약침 알레르기 검사): 류머티즘 관절염의 통증 및 염증 억제에 뛰어난 봉독 약침에 대한 알레르기 검사를 거쳐 봉독 약침 시술 여부를 결정
 

 체질과 증상에 따른 맞춤형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 과정

1. 통증·염증 억제를 위해 봉독 약침 시술
2. 면역 조절 효과가 뛰어난 건칠단 복용
3. 체질에 따른 한약 요법 시행
4. 한방기공요법·절식요법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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