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장 고민 ‘염증성장질환’ 한방으로 관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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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자가면역난치질환센터 하나연 교수

직장인 김진수(가명·33)씨는 만성적인 설사와 복통에 시달린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아파 화장실로 뛰어간다. 업무 특성상 장거리 운전과 회의가 많아 난처한 상황이 많아지고 최근에는 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식사와 배설이 정상적으로 조절이 안 되다 보니 친구 모임도 기피한다. 점차 좌절감만 커져 삶의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염증성장질환은 말 그대로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한 병이다.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으로 구분한다.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 환경, 면역 반응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증성장질환은 1980년대 후반부터 급속한 증가세다. 2019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약 4만7000명, 크론병 환자는 약 2만4000명에 이른다. 이는 서구화에 따른 현대인의 식생활과 환경의 변화로 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에는 궤양성대장염 유병률이 크론병보다 높게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크론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두 질환 모두 어느 연령대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20~30대 젊은 나이에서 흔하다.
 
크론병, 병변 부위 따라 증상 달라져 주의

염증성장질환은 장 점막의 면역계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해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장 점막이 손상되고 궤양이 유발되며 장의 흡수, 분비 장애까지 일으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궤양성대장염은 염증 반응이 대장과 직장에만 국한돼 나타나지만(95%),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전체 소화관에 걸쳐 장의 전층을 침범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궤양성대장염은 하루 수차례 점액·혈액을 포함하는 묽은 변이나 설사하는 증상이 특징이다. 복통이나 체중 감소, 변비, 잔변감, 빈혈 등도 동반할 수 있다. 크론병은 증상이 그 병변 부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증상이나 검사로는 진단이 쉽지 않다. 흔히 설사와 복통이 주증상이며 누공 등의 항문 주위 병변이 나타나기도 한다.

협착 및 장폐색, 독성거대결장, 천공, 심한 출혈, 농양 등이 염증성장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할 수 있다. 장관 외에 동반하는 전신 증상으로는 관절염(15~20%), 결절홍반(10~15%), 포도막염 등 눈 증상(1~10%), 영양 및 대사 질환(식욕 부진, 체중 감소, 성장 지연), 간담도계질환(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등이 있다. 
 

4주 이상 복통·설사·혈변, 전문 진료 받아야

염증성장질환의 초기 증상은 단순 장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유사해 별도의 치료 없이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질환 특성상 회복과 재발이 반복하고 점차 악화하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질병 초기에 치료가 이뤄질 경우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치료가 늦어지면 염증 상태가 약물치료 범위를 벗어나거나 이미 악성 종양으로 발전해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특히 병변 부위가 크고 오래 지속할수록, 염증이 장기간 관리되지 못할수록 일반인보다 대장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심한 복통이나 설사, 혈변 등의 증상이 4주 이상 지속한다면 반드시 병·의원에 방문해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염증성장질환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증상과 점막의 염증을 완화해 비교적 건강한 시기인 관해 상태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는 관해를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염증성장질환의 치료는 질병의 범위와 중증도, 임상 증상(혈변의 횟수, 발열, 빈맥 등)으로 구분해 단계별로 적용할 수 있다. 

 흔히 약물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염증 조절제, 스테로이드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가 대표적이며 각기 항염증 작용 및 증상 완화, 관해 유지, 또는 재발성 질환의 치료를 목표로 두고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약 20~40%는 이 같은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소화불량 및 궤양, 혈구감소증, 녹내장 등 약제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독성거대결장, 천공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 장 절제 수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수술도 문합부 협착, 출혈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크론병은 다른 부위에서 질병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어 필요한 경우에만 수술이 진행돼야 하며 수술 후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치료할 때 증상 개선과 관해 유지 우선시

한의학적으로 염증성장질환은 장벽, 변혈, 복통, 적취 등의 범주에 해당한다. 소화관의 기능 저하 및 장의 기혈 순환장애 또는 운동장애 탓에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기존 약물치료에 한방치료를 병행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증상의 호전, 치료 기간의 단축, 스테로이드제제의 용량 감량, 관해의 장기적 유지, 부작용 관리 등이다. 또한 소화불량, 전신 피로감 등의 동반 증상을 조절해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자체적인 회복 능력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한방치료를 적용할 때는 기존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 정도와 증상의 중증도(경도, 중등도, 중증)를 구분해 고려한다. 흔히 경도, 중등도 단계가 한방 치료의 적응증이 된다. 활동기에는 증상의 정도를 파악해 염증 반응을 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설사와 잦은 출혈이 동반된다면 항염증 효과, 면역조절 작용, 지혈 효능이 있는 금은화, 황련 등의 한약재를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금은화, 백출, 택사 등이 포함된 보장건비탕은 설사, 복통, 혈변 증상과 장의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꾸준히 보고됐다. 

관해기에는 신체 저항력을 높이고 전신 증상 관리 및 상태 유지, 재발 억제에 중점을 둔 치료가 시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급성 증상은 거의 사라지고 식욕 저하, 피로감이 주증상을 이룰 경우 인삼, 산약, 백출 등 비위 기능을 돕는 약재를 선택할 수 있다. 또는 아랫배의 냉감을 지속해서 호소하는 경우 건강(말린 생강)을 활용해 배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동시에 복부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침과 뜸 치료는 통증을 조절하고 소화관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 특히 뜸 치료는 만성적인 냉성 통증을 없애는 데 탁월하다. 온열 자극이 도움되는 복부 부위는 중완(명치와 배꼽의 가운데), 천추(배꼽 양쪽), 관원(배꼽과 치골 사이)이 대표적이다. 온기를 심부로 전달하기 위한 뜸 치료가 권장되는 부위다.

염증성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중완, 천추, 족삼리 등의 혈 자리를 변용해 침이나 뜸 치료를 시행했을 때 증상이 호전되고 삶의 질이 증가한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 외에도 이완 요법, 호흡법 등을 활용한 기공, 명상 치료는 스트레스를 줄여 통증을 완화할 수 있고 전신의 기혈 순환을 도모함으로써 저하된 전신 기능을 회복하는 데 효과가 있다.   
 

거칠지 않은 곡류, 부드러운 육류·생선류 섭취 권장

염증성장질환의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소화가 잘되는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되,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카페인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 특히 전문가와의 영양 상담을 권한다.

이를 통해 개별화된 식사 계획을 세워 증상을 악화하는 음식은 피하면서 균형 있는 식사로 영양 결핍을 예방함으로써 장 점막의 상처 회복을 돕고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거칠지 않은 곡류와 부드럽게 조리한 육류, 생선류 등이 권장되며 이를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염증성장질환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의 변화, 음식 및 약물 부작용 등 본인이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고 정기적인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자신감을 갖고 수면 습관, 식생활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과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당한 산책이나 수영과 같은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향상할 뿐 아니라 질병의 활동성을 줄이면서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권장된다. 그러나 과격한 근력 운동은 오히려 설사나 복통을 악화할 수 있어 피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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