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뇌염 경보 발령…영유아 예방접종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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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험 속 세 번 덜 맞는 생백신 선호

# 서울에 사는 주부 김모씨는 올해 두 살 된 자녀의 돌 이후 예방접종시기를 미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병원 방문이 꺼려져서다. 하지만 얼마 전 ‘일본뇌염 경보’가 발령하자 더 이상 적기 접종 시기를 미룰 수 없었다. 고민하던 중 일본뇌염 생백신이 접종 횟수가 적다는 걸 알게 됐고, 병원 방문을 줄일 수 있는 생백신으로 접종시키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3월)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줄면서 어린이 필수 예방접종 10종 가운데 생후 12개월 이후 처음 접종하는 백신의 접종률은 지난해보다 1%p, 만 4세 이후의 추가 접종 접종률은 약 2~3%p 감소했다.

실제 최근 코로나 위험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뇌염에도 비상이 걸렸다. 23일, 부산지역에서 일본뇌염 매개모기(작은빨간집모기)가 경보 발령 기준 이상으로 채집됐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하고 예방접종 등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생백신은 두 번, 사백신은 다섯 번 접종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렸을 때, 혈액 내로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전파돼 신경계 증상을 일으키는 급성 감염병이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거나 열이 나는 가벼운 증상으로 그친다. 하지만 일본뇌염 감염자의 약 30%는 사망에 이를 수 있고, 회복된다 해도 세 명 중 한 명꼴로 언어·운동·정신장애 등 다양한 신경계 합병증이 남을 수 있다.
  
면역력 약한 영유아에게 발병 시 더 위험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생후 12개월 이후 모든 영유아가 일본뇌염을 예방할 수 있도록 국가필수예방접종(NIP)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생후 12개월~만 12세의 어린이, 면역력이 없는 성인이 대상이다. [사노피 파스퇴르 제공]

일본뇌염 백신은 크게 생백신(약독화 백신)과 사백신(불활성화 백신) 두 가지로 나뉜다. 백신에 따라 접종 횟수가 다르다. 생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해 몸에 넣어주는 방식으로 항체의 면역을 유도한다. 반면 사백신은 죽은 바이러스의 일부를 이용해 만든다. 해외 다수 연구에 따르면 생백신은 소량으로도 면역을 유도할 수 있지만 사백신의 경우 같은 면역을 발휘하려면 생백신보다 많은 양의 항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생백신과 같은 예방 효과를 내려면 생백신보다 더 많이 접종해야 한다.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환 교수는 “요즘 같이 감염병 우려로 병원 방문을 망설여 권장 예방접종 스케줄을 챙기기 어렵다면 접종 횟수가 적은 백신을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유아 표준 예방 접종 일정에 따르면 사백신은 12년 동안 총 5회 접종해야 한다. 반면 생백신은 만 12개월 이후부터 2년 내에 2회만 접종하면 된다. 

 

데이터 출처: 질병관리본부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일본뇌염 생백신은 베로세포 배양 방식, 햄스터 신장세포 유래 방식의 백신으로 총 2종이다. 우선 베로세포 배양 방식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생산법 중 하나로, 국내 유통되는 일본뇌염 백신 4종 중 3종이 베로세포 배양 방식으로 제조된다. 베로세포 배양 방식의 대표적인 생백신인 이모젭주(사노피 파스퇴르)는 WHO의 품질·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사전적격심사(Pre-Qualification) 승인됐다. 수은보존제·젤라틴·항생제 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포함되지 않았다.   

햄스터 신장세포 유래 백신은 중국에서 처음 생산돼 국내 도입된 생백신으로, 햄스터 신장세포에서 1차 배양해 얻어낸 백신 바이러스를 정제·동결 건조해 만든다. 씨디제박스(글로박스)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베로세포 배양 백신은 무한 분열하는 베로세포를 배양해 생산하므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고 살아있는 동물 세포를 사용하지 않아 오염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40세 이상 성인, 평생 1회 접종으로 예방 

성인도 안심할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4~2018년) 보고된 일본뇌염으로 환자 가운데 92%는 40세 이상 성인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일본뇌염으로 사망한 12명 모두 40세 이상이었다. 

 

데이터 출처: 질병관리본부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5세 이상의 일본뇌염 항체 보유율을 조사한 결과, 40대부터 항체 보유율이 점차 낮아졌다. 일본뇌염 백신이 도입된 1970년대 이전 출생자, 과거 접종했더라도 나이가 들어 면역이 떨어진 사람에게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국내에도 성인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 허가돼 있어 성인은 평생 1회 접종으로 일본뇌염 예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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