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사회 병리의 '백신' 삼고, '넥스트 노멀'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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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니어 인터뷰]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이 코로나19 이후 사회 변화를 논의하는 ‘넥스트 노멀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연대와 통합적인 대응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독(毒)도 쓰기에 따라 약(藥)이 된다.' 

김영훈(62) 고려대의료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는 “오늘날 성공적인 ‘K-방역’이 5년 전 메르스의 경험에서 비롯됐듯, 코로나19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백신’이 될 수 있다”며 “보건의료를 비롯해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 영역이 함께 인류의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새로운 일상)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고대의료원이 미국 존스홉킨스대, 영국 맨체스터대, 독일 베를린자유대와 공동으로 ‘넥스트 노멀 컨퍼런스 2020’을 주최한 배경이다. 지난 23일 고려대 유광사홀에서 열린 컨퍼런스 현장에서 김 의료원장을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와 기회에 관해 물었다.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경험·지식 나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어떻게 바라보나. 
“코로나19는 인간이 만든 업보(業報)다. 사실 이전부터 지구 환경은 급변하고 있었다. 온난화 현상은 ‘지구 과열’이라 할 정도로 심해졌고 산불·가뭄 등 자연재해가 빈발했다.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발생·유행 주기가 단축될 것이란 예측은 꾸준히 제기됐다. 그동안 지구가 보내온 경고가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체감되는 공포로 다가왔다고 본다.”
 
사회 각 분야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질병이라는 이슈를 통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모두 연결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개인적·미시적 접근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도 어렵다. 인류의 생활 방식과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서로 다른 분야가 연결·연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넥스트 노멀 컨퍼런스’가 그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접속해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컨퍼런스로 꾸준히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넥스트 노멀’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무엇이라 여기나.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했다. 건강이 약한 요양·정신병원 환자와 생계 유지를 위해 일하는 콜센터·물류센터 인원들이 신체·정신·경제적으로 고통받았다.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위협적인 것처럼 ‘사회적 면역력’이 약한 계층·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끄집어낸 사회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팬데믹이 올 때 인류는 더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미래의 변화는 생명과 자연 존중, 사회적 면역력 향상을 기반으로 논의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생명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는 보건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담론을 주도하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중환자 관리 강화 위해 700여 명 채용 

보건의료는 어떻게 변화할까.
“돈보다 환자를 중시하고,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곳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난치병을 숙명처럼 여기고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전부란 인식이 의료진·환자 모두에게 팽배했다. 앞으로는 병의 근원을 탐구하고, 치열한 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이 더욱 인정받을 것이다. 비대면 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의료 접근성이 확대되면 대학병원뿐 아니라 규모가 작은 병·의원도 더 많은 환자를 돌볼 수 있다. 대학병원과 개원가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환자 치료 방안을 논의하는 ‘E-컨설팅’ ‘E-모니터링’ 등 상생 모델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내년 초 정릉에 ‘넥스트 노멀’(K-Bio) 캠퍼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바이러스·미생물, 생태계에 관한 연구와 백신·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실험이 이뤄질 것이다. 사회 전반의 ‘넥스트 노멀’에 대한 논의도 이곳을 중심으로 계속된다. 고려대의 지식 경험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총장 직속의 ‘넥스트 노멀 위원회’에서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최근 고려대의료원은 안암·구로·안산 등 3개 병원에 간호사를 포함한 700여 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중환자실을 1인실로 개조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의료원장은 “코로나19로 경영상의 압박이 있지만 중증·감염병 환자를 돌보는 일은 대학병원이 수행해야 할 사명”이라며 “대면·비대면을 넘나드는 ‘듀얼 진료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환자 안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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