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기에 흔한 치아 외상, 치료 골든타임 지켜야 하는 이유

인쇄

[치과 명의의 덴탈 솔루션] 경희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최성철 교수


소아·청소년 치아 외상은 부모로서 빈번히 겪는 일이다. 유치열에서는 약 30%, 영구치열 학령기에서는 약 25% 정도가 외상을 경험한다. 대개 넘어지거나 부딪혀 발생하는 치아 외상은 상악 앞니의 손상에 집중돼 있다. 이는 미관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정신·사회적 활동,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치아 외상 발생 빈도는 여아보다 남아가 2배 정도 높다. 이는 신체적 활동 범위가 넓거나 접촉이 많은 운동을 하는 등 생활 특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다. 연령별 외상 발생 빈도는 걷기 시작하는 시기인 2~5세와 활동이 활발한 시기인 8~10세 학령기에 집중돼 있다. 유치를 가진 학령 전 어린이는 외상에 의한 치아 빠짐 등 치아 위치 변화가 잘 일어나고, 영구치를 가진 학령기 어린이·청소년은 치아 부러짐 등이 빈발한다.

최근 경희대치과병원 소아치과에 치아 외상으로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 넘어짐 등 낙상에 의한 치아 외상이 많았고 외부 활동이 많은 5~7월에 발병률이 높았으며 상대적으로 겨울(12~2월)에는 방문 빈도가 낮았다.

“우리 아이가 3살인데, 어제 집에서 넘어져서 식탁에 얼굴을 부딪쳐 치아가 들어갔어요. 나중에 영구치 나는 데 문제가 없을까 고민이 됩니다.”

치아 외상으로 병원을 찾은 학령 전 어린이. 상악 오른쪽 유치 가운데 앞니의 치아 위치 변화가 관찰됨. [사진 경희대치과병원]

“저희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인데 학교에서 친구랑 장난치다가 넘어져서 치아가 부러졌어요.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치아 외상으로 병원을 찾은 초등학생 어린이. 상악 오른쪽 영구치 앞니가 부러져 레진으로 치료함. [사진 경희대치과병원]

빠진 영구치, 5분 안에 제자리에 넣어야

치아 외상이 생기면 가급적 빨리 치과에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혈을 동반하거나 치아 빠짐, 부러짐은 환자와 보호자 대부분 심각성을 깨닫고 바로 병원을 방문하지만, 그렇지 않은 가벼운 출혈이나 진탕(외상은 관찰되지 않으나 시리거나 아픈 증상)의 경우 종종 병원 방문이 지연되기도 한다.

모든 치료에 골든타임이 있듯 치아 외상 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영구치가 완전히 빠진 경우 5분 이내에 즉시 재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치아를 제자리에 넣지 못하더라도 우유, 식염수 등에 보관해 빠르게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또한 무언가를 씹는 과정에서 외상 치아가 닿는 경우 동통과 불편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또한 빠르게 위치를 잡아주고 고정해줘야 한다. 치아가 부러져 신경이 노출된 사례라면 구강 내 세균에 의한 감염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처치로 신경을 살리거나 치아의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유치 외상은 영구치와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 유치의 뿌리와 영구치의 싹이 매우 가깝기 때문에 유치 외상 시 영구치의 손상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유치 외상으로 후속 영구치 싹의 위치가 변한다거나 맹출 이상, 반점 형성과 같은 형태 이상 등의 문제점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파악하려면 방사선 촬영을 토대로 한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또한 치아 뿌리 쪽의 염증성 소견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치아가 부러졌다면 부러진 치아 조각을 치과용 접착 술식을 통해 붙일 수 있다. 이러한 술식은 자기 치아를 보존할 수 있고 짧은 시간 내에 외상 치아의 외형 및 심미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작은 조각으로 잘게 부서진 경우라면 불가능할 수 있다. 또한 부러진 치아 조직이 건조된 상태로 보관됐다면 접착력이 떨어지고 치아 색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우유나 생리식염수 등을 이용해 보관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세계치아외상학회 홈페이지에 한글로 통역돼 있는 '치아를 지켜주세요' 한글 포스터. 최성철 교수 외 경희대치과병원 소아치과팀이 번역해 제작했다.

‘마우스 가드’ 착용으로 치아 외상 예방

치아 외상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치아 변색이다. 변색 치아는 곧바로 치료를 시작하기보다는 우선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일시적인 증상으로 색깔이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의 변색은 치료의 적응증이 되지 않으나 후속 영구치 발육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만약 염증이 발생했다면 치아 발치도 고려한다.

반면에 영구치의 변색은 임상 및 방사선학적 검사를 통해 치아 신경의 생명력이 상실된 것으로 확인됐다면 신경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이외에도 치아 신경의 생명력 상실(치수괴사), 외상 치아의 뿌리 흡수·발달 저해 등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상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뭘까. 치아를 보호해줄 수 있는 ‘마우스 가드’를 착용하는 것이다. 마우스 가드는 입술이나 점막 등 연조직이 치아와 부딪혀 찢어지는 손상, 앞니의 파절이나 위치 변화를 예방할 수 있으며 뇌진탕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열가소성 소재로 변형이 가능한 기성형 마우스 가드부터 맞춤형 마우스 가드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이 중 맞춤형 마우스 가드는 치열과 악골의 발육에 따라 1년에 한 번 정도 교환해주는 것이 좋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