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뻣뻣해지는 강직성 척추염, 한의(韓醫) 치료로 가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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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자가면역·난치질환센터 김형석 교수

한방 자가면역·난치질환 명의 김봉현 교수가 말하는 ‘강직성 척추염’

강직성 척추염은 허리에 통증과 뻣뻣함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때로는 목이나 엉덩관절 등에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질환은 척추나 천장관절(척추와 골반 사이의 관절) 주변에서 염증이 시작돼 결국에는 뼈와 뼈가 만나 움직임을 담당하는 관절을 사라지게 해 움직임에 심한 제한을 일으킨다. 강직성 척추염을 관절 없이 하나의 긴 뼈처럼 이어진 모습을 빗대 ‘대나무 모양의 척추(bamboo spine)’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직성 척추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허리 통증이다. 휴식 시 증상이 나아지는 대부분의 퇴행성 허리 통증과 달리 휴식을 취한 후에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움직일수록 통증과 뻣뻣함이 줄어든다. 결국 해가 갈수록 곱사등이와 같이 등이 굽어지는 자세 변형이 온다. 이러한 변형이 생긴 후에는 심호흡이 어려워지고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이 생긴다. 강직성 척추염은 때로는 팔꿈치, 뒤꿈치 등에 증상을 유발하고 심지어 눈, 심장 등의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근육·관절 순환 돕고 심신 안정에 기여

강직성 척추염은 단 한 가지 방법으로 진단할 수 없다. 휴식 후 특히 아침 기상 직후 심한 요통을 호소하는 임상 증상과 허리뼈의 유연성을 확인하는 쇼버 검사 등의 이학적 검진, X선 검사 및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의 영상 검사, HLA-B27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한 피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한다. 초기에는 다른 질환과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지는 일도 흔하다.

치료에는 소염진통제, 근이완제, 스테로이드 주사제, 항류머티즘제, 생물학적 제제 등이 쓰인다. 이 약들은 증상의 변화에 따라 적재적소에 쓰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사용은 소화 장애, 졸음, 힘줄 약화, 감염과 같은 또 다른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과 컨디션 관리, 식단 관리를 잘하면 이러한 약물에 대한 의존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침 치료, 약침 치료, 추나요법, 한약 치료 등의 복합적인 한의 치료를 병행하면 신체 기능이 개선되고 몸이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침·약침 치료는 환자의 몸 상태에 맞춰 시행돼 근육이나 관절의 순환을 돕고 심신을 안정시킨다. 추나요법은 뭉친 근육을 풀고 움직임이 적어진 관절을 적절하게 운동시켜 관절 사용이 균형적으로 이뤄지게 해주고 몸의 긴장을 풀어준다. 염증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생강, 강황, 계피 등의 한약재를 이용한 한약 치료는 염증 발생을 낮춰 관절을 건강하게 해준다. 이러한 한방치료 효과는 최근 연구를 통해 국제 저널에 활발하게 발표되고 있다.
 

수영, 관절의 유연성 기르는 데 도움

강직성 척추염을 예방하려면 흡연 중인 환자는 금연하는 게 좋다. 흡연이 호흡 장애 증상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운동을 하면 뻣뻣함이 줄어들고 일상생활을 더 편하게 영위할 수 있다. 관절과 근육을 이완하고 늘리는 기본적인 스트레칭은 뻣뻣함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상당수 환자는 수영하면서 큰 도움을 받는다고 표현한다. 이때 환자들은 평영이나 접영보다는 자유형, 배영이 더 도움된다고 한다. 이는 척추를 격렬하게 굽히고 펴는 것보다 부드럽게 좌우로 회전하는 동작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유연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수영은 전신운동이면서도 적절한 근력과 유연성을 단련시킬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등 근육에 대한 근력 운동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양팔을 이용해 당기는 운동을 하면 등 근육이 발달한다.

식단 또한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고등어, 참치, 삼치 등 등푸른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는 각종 실험을 통해 염증을 낮춰주는 것으로 확인됐으므로 지속해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반면 설탕, 글루텐, 유제품 등은 염증을 유발해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 이들의 섭취를 끊음으로써 증상이 완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살펴본 것처럼 운동, 식단 등의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한의 치료로 몸을 정상화해 강직성 척추염이 발휘되지 못하게 혹은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한의 치료의 핵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이 망가지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부분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므로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말하듯 ‘지한이소욕(志閑而少慾, 마음을 한가롭게 하고 욕심을 적게 갖는다)’하는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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