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환자는 암 세포가 퍼져 있는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로 암을 치료한다. 이때는 암 주변에 2~5cm 정도 간격을 두고 위를 광범위하게 절제해 보이지 않는 암 세포를 없애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암이 생기면 암세포가 림프절과 혈관을 따라 밑으로도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암이 있는 곳부터 소장이 시작하는 십이지장 일부까지 위를 절제하는 것이다. 국제 표준 위암 수술 가이드라인에서는 진행성 위암의 경우 암으로부터 위쪽으로 5cm 정도 여유를 두고 위를 절제해야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고 권고한다.
이번 연구는 이런 가이드라인을 뒤짚는다. 기존보다 짧은 암과 1cm 이하 근접한 곳에서부터 위를 절제해도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최대한 위를 많이 보존할수록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연구팀은 2004~2007년 12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성 위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151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암과 위 절제 지점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대상자를 ‘1cm 이하’, ‘1cm 초과 3cm 이하’, ‘3cm 초과 5cm 이하’, ‘5cm 초과’ 등 총 4개의 그룹으로 나눈 후 최대 11년 간 각 그룹의 재발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분석 기간 동안 각 그룹의 국소 재발률은 각각 5.9%, 6.5%, 8.4%, 6.2%로 오히려 ‘1cm 이하’ 집단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국소 재발이 아닌 전체 위암 재발률도 각각 그룹별로 23.5%, 30.6%, 24%, 24.7%로 나타나 큰 차이가 없었다.
김범수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1cm 이하’ 집단에서 재발률이 가장 낮게 나타나기는 했지만 통계적으로 조정하면 네 집단에서 재발률이 거의 비슷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암은 국내 암 발생률 중 1위지만 최근 10년 사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가 위암 수술 표준 가이드라인에 반영되려면 관련 연구가 꾸준히 이뤄져야겠지만, 앞으로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소화 기능 등 삶의 질을 더 높이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세계소화기학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최근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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