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 위암, 가이드라인보다 덜 잘라도 재발률 차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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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암 1cm 간격 두고 위 절제해도 안전"

진행성 위암에서 암 세포로부터 1cm 간격만 남기고 위를 절제해도 5cm로 넓게 잘라낸 것과 암 재발률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김범수 교수(가운데)가 복강경 위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김범수 교수와 고대안산병원 위장관외과 김아미 교수 연구팀은 진행성 위암으로 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최대 11년 간 치료 결과를 분석한 결과 암 세포로부터 위 절제 지점까지의 거리가 암 재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29일 밝혔다.

위암 환자는 암 세포가 퍼져 있는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로 암을 치료한다. 이때는 암 주변에 2~5cm 정도 간격을 두고 위를 광범위하게 절제해 보이지 않는 암 세포를 없애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암이 생기면 암세포가 림프절과 혈관을 따라 밑으로도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암이 있는 곳부터 소장이 시작하는 십이지장 일부까지 위를 절제하는 것이다. 국제 표준 위암 수술 가이드라인에서는 진행성 위암의 경우 암으로부터 위쪽으로 5cm 정도 여유를 두고 위를 절제해야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고 권고한다.

이번 연구는 이런 가이드라인을 뒤짚는다. 기존보다 짧은 암과 1cm 이하 근접한 곳에서부터 위를 절제해도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최대한 위를 많이 보존할수록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연구팀은 2004~2007년 12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성 위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151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암과 위 절제 지점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대상자를 ‘1cm 이하’, ‘1cm 초과 3cm 이하’, ‘3cm 초과 5cm 이하’, ‘5cm 초과’ 등 총 4개의 그룹으로 나눈 후 최대 11년 간 각 그룹의 재발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분석 기간 동안 각 그룹의 국소 재발률은 각각 5.9%, 6.5%, 8.4%, 6.2%로 오히려 ‘1cm 이하’ 집단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국소 재발이 아닌 전체 위암 재발률도 각각 그룹별로 23.5%, 30.6%, 24%, 24.7%로 나타나 큰 차이가 없었다.  

김범수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1cm 이하’ 집단에서 재발률이 가장 낮게 나타나기는 했지만 통계적으로 조정하면 네 집단에서 재발률이 거의 비슷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암은 국내 암 발생률 중 1위지만 최근 10년 사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가 위암 수술 표준 가이드라인에 반영되려면 관련 연구가 꾸준히 이뤄져야겠지만, 앞으로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소화 기능 등 삶의 질을 더 높이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세계소화기학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최근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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