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별 맞춤 솔루션 제공하는 ‘디지털 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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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명의의 덴탈 솔루션] 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김형섭 교수

보철 치료 명의 김형섭 교수가 말하는 '디지털 보철'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요새 임플란트 가이드 수술이 있다던데, 그건 뭔가요?” “치아 본을 뜰 때 요새는 입안에 재료를 가득 담고 있지 않아도 된다고 하던데, 이건 어떤 치료인가요?”

2~3년 전부터 보철 진료 시 환자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질문들이다. 최근에는 환자가 의학적 정보에 접근하기 더 쉬워지면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보철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흔히 말하는 디지털 진료란 기존의 물리적인 과정 대신 전용 소프트웨어로 디자인하고 정밀 기계 가공으로 제작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치아를 본뜰 때 사용하는 구강 스캐너, 임플란트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콘빔컴퓨터단층촬영(CBCT)과 전용 소프트웨어, 보철물·장치를 제작하는 밀링머신 또는 3D 프린터를 활용한다.
 
구강 사진 찍듯 스캔해 환자 불편감 덜어

대부분 보철 치료를 할 땐 충치 치료나 임플란트 수술 후 적절한 치아 모양을 만들기 위해 치아를 본뜨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실리콘 등을 이용해 환자의 입 안에 재료를 넣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이를 입 안에서 제거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디지털 과정에서는 구강 스캐너로 입 안을 사진 찍듯이 스캔한다. 따라서 환자는 입 안에 재료를 머금고 있어야 하는 불편감과 재료로 인한 구역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편의성으로 환자는 구강 스캐너를 활용한 본뜨기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스캔된 이미지는 보철물을 제작하는 기공소에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어 기존의 석고 모형을 배송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기공사와 동시에 스캔된 이미지를 확인하며 상담할 수 있어 최종 보철물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사용되는 구강 스캐너는 임상적으로 사용하는 실리콘 재료와 비교 시 통계학적으로 정밀도가 떨어지지 않지만, 전체 악궁을 본떠야 하는 경우 다소 낮은 정확도를 보였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기존의 과정보다 본뜨는 시간이 증가한다고 보고된다. 따라서 넓지 않은 범위의 보철 진료를 하는 경우 구강 스캐너를 활용한 진료를 통해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수복물의 보다 효과적인 질적 관리를 할 수 있다.

앞니 부위에 보철 치료를 할 땐 환자의 안모와 조화되는 수복물을 제작하기 위해 예전에는 얼굴 사진을 촬영해 이를 진단·치료에 참고했다. 그러나 현재는 스캐너로 얼굴을 스캔해 치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스캔한 얼굴·치아 데이터를 이용해 환자 개개인에 맞춘 치아의 색, 형태, 위치 등을 치과의사와 환자가 함께 디지털 이미지를 참고해 상담함으로써 보다 나은 심미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구강 스캐너에 충치 진단을 도울 수 있는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스캐너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추후 치아 진단 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디지털상 모의 수술 진행해 오차 줄여

심한 치주질환이나 충치, 치아 파절 등으로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경우에도 디지털 보철이 이미 많은 치과에서 활용되고 있다. 임플란트 식립을 위한 진단을 위해 대부분 CBCT를 촬영해 잇몸뼈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이때 촬영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또한 디지털 과정이다. 과거 방사선 촬영 후 필름을 현상하는 방식이 아닌 CT 촬영 후 바로 모니터로 확인하며 수술 부위를 평가할 수 있어 치과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편리하다.

촬영된 CT 이미지로 구강 내를 본떠서 만든 모형이나 앞서 말한 구강 스캐너를 이용해 구강 내를 기록한 자료들과 합쳐서 추후 임플란트 보철이 위치할 부위를 예상할 수 있다. 일종의 모의 수술을 디지털상에서 진행해 환자별 가장 적합한 임플란트의 위치와 각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원하는 목적지에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있는 것처럼 보철물과 임플란트의 위치가 결정되면 진단한 내용을 바탕으로 임플란트 식립 시 원하는 부위에 위치시킬 수 있도록 하는 환자별 맞춤 장치를 밀링머신이나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다.
 

디지털 보철 치료, 담당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해야

이 구강 내 장치는 임플란트 수술 시 환자의 입 안에 연결돼 진단한 위치로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도록 해 잇몸 절개 부위가 작아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필요한 경우 미리 제작한 임시 치아와 임플란트를 수술 당일 연결할 수 있다. 다만, 당뇨나 고혈압 등 전신질환이 있거나 치아의 염증이 심해 뼈 이식이 필요한 경우 치료 과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담당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치과 진료는 현재 국내에서 빠르게 정착되고 있으며 환자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과정을 활용한 보철 치료는 수복물의 보다 효과적인 질적 관리가 가능하며 환자별 자료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표준화된 과정으로 제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모든 임상 과정에 적용할 수 없어 담당 치과의사와 상담 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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