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심장병 환자 살린 '타비시술' 아산병원 국내 첫 800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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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마취로도 가능. 합병증 위험 크게 낮춰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국내 최초로 수술 없이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이하 타비시술) 800례를 달성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국내 최초로 수술 없이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이하 타비시술) 800례를 달성했다. 2010~2019년까지 국내에서 진행한 모든 타비시술의 30%를 시행했고,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타비시술 경험을 보유한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심장내과 박승정·박덕우·안정민·강도윤, 흉부외과 주석중· 김준범·김호진, 마취과 최인철·함경돈)이 최근 80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여성을 타비시술로 치료하면서 2010년 국내 첫 도입 후 10년 만에 아시아 의료기관 첫 800번째 타비시술을 달성했다고 15일 밝혔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노화된 대동맥 판막 때문에 판막이 좁아져 혈액 이동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가슴 통증을 비롯해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과거에는 가슴을 열어 직접 대동맥을 절개해 판막을 교체했지만, 전신마취 등을 해야하는 만큼 고령환자나 만성질환자는 수술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 '타비시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이다. 가슴을 열어 진행하는 수술과 달리 허벅지 동맥혈관을 통해 심장판막에 도달한 후, 좁아져있는 판막 사이에 기존 판막을 대체할 인공판막 스텐트를 넣어 고정한다. 흉터가 작아 회복이 빠르고 고령환자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2010년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박승정 교수팀이 국내 처음 도입한 시술법이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호진,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왼쪽부터)가 협진을 통해 대동맥판막협착증에 타비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97세 박모씨는 손에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올해 초 병원을 찾았다가 가벼운 뇌경색과 함께 심방세동 및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았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으면 2년 내 사망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워낙 나이가 많아 수술을 받기가 부담스러웠다. 고령에 동반질환이 있어 가슴을 여는 수술은 어렵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그에게 대동맥판막치환술(타비시술)을 권했고, 그 결과 박 씨는 부작용 없이 현재 6개월째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진행한 800례의 타비시술 환자들은 평균연령 81세로 매우 고령이었다. 47%의 환자에게서 당뇨, 85%에서 고혈압, 12%에서 뇌졸중, 6%에서 이전 심장수술 병력이 있었다. 다만, 2017년 이후부터 기관삽관을 해야 하는 전신마취가 아니라 간단한 수면마취로 타비시술이 진행되면서 환자 안전성와 시술 성공률이 크게 올랐다. 평균 시술 시간은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절반가까이 줄었고 성공률은 98%에 달한다. 중증 뇌졸중 발생률은 1%, 30일 이내 조기 사망률은 1% 등 현저히 낮은 합병증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95% 이상의 환자가 수면마취로 타비시술을 받고 있다. 

박승정 교수는 “10년 만에 연간 170건 이상 진행하는 세계적인 타비시술센터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진료과의 유기적인 협진 체계(Heart team)덕분이다. 아시아에선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미국 유수 병원들과 비교해도 손에 꼽히는 우수한 성적”이라고 말했다.

박덕우 교수는 “타비시술은 심장시술 중 가장 고위험·고난도지만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령의 환자들에게 간단한 수면마취로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수면마취는 전신마취에 비해 회복이 훨씬 빠르며 환자들도 시술 당일 식사가 가능하고 3일째에 퇴원할 수 있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도 환자들의 삶의 질을 고려해 최선의 치료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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