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Pick]갑상샘 약 먹고 있는데 살이 찐다고요? 약 용량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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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주대병원 두경부암 이비인후과 김철호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눈·뇌를 제외한 머리부터 목 사이에 생기는 두경부암은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암세포는 코 안쪽이나 입 안의 혀, 목 부위인 인후두, 갑생샘 등 어디에나 생길 수 있습니다. 대개 발병 부위에 따라 혀에 생기면 설암·구강암, 코·목은 인후두암·갑상샘암 등으로 부릅니다. 두경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좁은 공간에 숨을 쉬고, 먹고, 말하는 등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신체 기능이 집약돼 있습니다. 수 많은 신경·혈관이 오밀조밀하게 얽혀 있습니다. 또 수술하는 부위가 얼굴인 만큼 암세포를 제거할 때 외관상 변화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종양은 떼어내도 ‘살아도 산 게 아닌’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두경부암이 다른 암에 비해 치료가 특히 고난도인 이유입니다. 이번 닥터스 픽(Dortor's Pick)에서는 아주대병원 두경부암센터 김철호(이비인후과) 교수와 함께 두경부암 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30대·남성) 또래인 모 연예인이 비인두암으로 진단받았다는 소식에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인두암은 어린 나이에 발병하기도 하나요?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목소리가 허스키하다면 암이 발병할 위험이 더 높을까요? 음식을 넘길때 목에 이물감·통증이 있다면 두경부암을 의심해야 할까요? 두경부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무엇인가요?
코와 목이 연결된 부분인 비인두에 암이 생기는 비인두암도 두경부암의 일종입니다. 흔히 암에 걸렸다고 하면 술· 담배를 떠올리기 쉽지만, 비인두암은 엡스테인바 바이러스(EB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감염이 주된 원인으로 발병합니다. 여기에 인종·유전·생활환경적 요인도 함께 작용합니다. EB바이러스는 대부분 어른이라면 누구나 감염됐다가 나은 흔적이 있을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입니다. 구체적인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과 음식 등의 영향으로 EB바이러스가 활성화되면서 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목소리가 변하거나 음식을 넘길 때 이물감·통증이 점점 심해진다면 두경부암을 의심해야 합니다. 암세포가 후두·성대·인두 등을 자극해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증상이 점점 심해집니다. 빨리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본래 목소리가 저음으로 허스키한 것과 암은 별다른 관련이 없습니다.
 

▶시아버님이 후두암 4기로 진단받았습니다 항암·방사선 치료 때 식사라도 잘 챙겨드리고 싶은데,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암 병기의 진행이 심해 후두를 보존하기 위해 항암·방사선 치료를 진행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후두와 그 주변 식도 점막까지 영향을 줍니다. 후두·식도가 잘 붓고, 헐고, 염증으로 대부분 식사를 하는 걸 어려워합니다. 항암·방사선 치료 횟수가 늘면 점점 먹는 것을 꺼려합니다. 후두·식도 점막 자극을 줄여주는 부드러우면서 잘 넘어가는 고단백 유동식 음식 섭취를 권장합니다. 요즘엔 팩에 여러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한 제품도 나와있습니다. 항암·방사선 치료로 음식 섭취량이 줄었다면 영양보충제로 이를 챙겨주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 식도암으로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습니다.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기본이 중요합니다. 식도암으로 항암 치료 중이라면 일차적으로 술·담배를 끊어야 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술·담배가 식도 점막을 반복적으로 자극해 암 치료를 방해합니다. 식습관 관리도 필요합니다.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타거나 짠 음식은 줄입니다. 위산 역류가 잦으면 정상적인 점막이 암세포로 변합니다. 이 외에도 정기적으로 암 재발 여부를 추적·관찰을 해야 합니다. 암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적으로 이 부분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때 가족력이 있는 질환의 정밀검진을 권합니다.
 

▶최근 갑상샘 유두암으로 진단받았습니다. 가족 중 갑상샘암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이 4명입니다. 갑상샘암도 유전인가요? 아니면 암 발병요인이 따로 있을까요? 아직 어린데 어떻게 해야 하죠?
갑상샘 유두암은 일부 수질암종을 제외하고는 유전적 질환이 아닙니다. 다만 가족력은 흔하게 발견돼 가족 내 여러 사람에게 암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갑상샘 유두암의 발병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유전적요인, 방사선노출, 일부 특정한 식이 등이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술·흡연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논란은 있지만 만성적인 갑상샘 염증도 갑상샘 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암으로 진단받아 힘드시겠지만 암과 평생 지낸다는 생각으로 생활해야 합니다. 일단 갑상샘암의 크기, 전이 여부 등을 살펴보고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을 합니다. 이후 갑상샘을 모두 제거했다면 갑상샘 호르몬을 보충하는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합니다. 한쪽만 제거했다면 갑상샘 기능이 얼마나 남았는지에 따라 약 복용 여부가 달라집니다. 일부 약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도 있습니다.
 

▶갑상샘암으로 2018년 처음 진단받아 수술을 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 재발해 수술 2회 후 동위원소 치료 총 3회 받았습니다. 요즘 몸이 피곤해 정기검진 일정을 당겨서 진료받았는데, 약간 보이던 결절이 좀 커진 것 같다고 조직검사를 하자고 합니다. 갑상샘암은 왜 이리 자주 재발할까요? 제가 뭘 잘못해서 재발한 건가요? 또 수술 후 동위원소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힘드시겠지만 마음을 편안히 가지는 게 좋습니다. 갑상샘암 중에서 유두상과 여포상암 종은 예후가 좋습니다. 수술 전 검사에서도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치료도 신체조직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이뤄집니다. 이런 이유로 장기간 추적?관찰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재발이 잦은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환자 스스로 어떤 것을 잘못해서 갑상샘암이 재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암이 재발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암 진행 속도가 느리고, 재치료 성적도 좋다는 것입니다. 동위원소 치료는 갑상샘암 재발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진료 담당 전문의와 상담 후 진행하시면 좋겠습니다.
 

▶갑상샘암이 3번 째 재발했습니다. 다행히 재발한 암의 크기가 전보다 작고 안정화돼 고주파 치료로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본래 하루 입원해야 하는데 아직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어 치료 후 통증을 가라앉히고 당일 퇴원하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고주파 치료 통증은 어느정도이고, 일상생활은 바로 가능할까요?
고주파 치료는 고주파를 발생시키는 특수한 장치에 연결된 주사 바늘을 갑상샘 종양에 찔러 넣은 후 그 바늘에서 발생하는 열로 종양을 태워 없애는 방식의 치료입니다. 암 크기가 작고 주변에 신경이 없다면 한 번 시도해볼 만 합니다. 다만 관련 연구결과가 아직 충분한 상태는 아닙니다. 암을 치료하는 표준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주파 치료를 하면 그 주변에 염증이 생기고 통증을 겪을 수 있습니다. 좀 붓고 아프다고 하지만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알려졌습니다.
 

▶20여 년 전쯤 갑상샘 항진증이 심해서 수술을 했습니다. 요즘 가만히 있어도 몸이 너무 피곤해 갑상샘 기능을 살펴보는 검사를 하고, 약을 복용하려고 합니다. 갑상샘 약을 먹으면 몸이 덜 피로해질까요?
예전에 갑상샘 항진증 치료를 받고 제대로 추적·관찰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갑상샘 항진증은 갑상샘 기능이 너무 과잉된 상태라 갑상샘을 제거해 치료합니다. 그 다음엔 갑상샘 기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부족한 갑상샘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해줘야 합니다.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하면 몸이 붓고, 피곤하고, 무기력증이 심해집니다. 약 복용만으로도 관련 증상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움직이는게 힘들어 하루 대부분을 누워서만 지냅니다. 잘 움직이지 않다보니 올해 20㎏ 넘게 찐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를 시도해도 잘 빠지지 않고 짜증만 늘었습니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은 살을 빼려고 해도 잘 안빠진다고 하는데 진짜인가요? 저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어떻게 시도 해야 하나요?
약을 먹고 있는데도 피곤하다면 문제가 있는 상황입니다. 빨리 담당 전문의와 상담해 복용중인 갑상샘 호르몬 약의 용량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갑상샘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면 살을 빼는 것이 어렵습니다. 갑상샘 호르몬은 인체 신진대사에 관여해 에너지를 태웁니다. 이 기능이 떨어져 있다보니 다이어트를 시도해도 기대만큼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이럴 땐 갑상샘 호르몬 약의 허용 용량을 높게 잡고 복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태어난지 18일 된 신생아인데 갑상샘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치료를 위해 약을 최소 36개월에서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말에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제가 임신중에 뭘 잘못해서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한걸까요?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나요?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선천적 갑상샘 기능저하증인 것으로 보입니다. 갑상샘 형성부전으로 몸에서 필요한 만큼 갑상샘 호르몬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아마 평생 갑상샘 호르몬을 보충하는 약을 복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그나마 빨리 진단받은 점은 다행입니다. 진단이 늦으면 늦을수록 치료해도 예후가 불량합니다. 갑상샘 호르몬은 태아·신생아때 골격 형성, 지능 발달, 중추신경계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시기에 갑상샘 호르몬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커서도 회복이 어렵습니다. 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내분비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헛구역질 같은 마른 기침이 툭툭 나오는 증상으로 괴롭습니다. 몇 달째 말을 하다가도 독한 향수 냄새를 맡거나 연기를 들이마시면 마른기침이 나옵니다. 동네 병원에서 역류성식도염이라고 약 처방을 받았지만 딱히 증상이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기관지나 폐, 식도가 걱정돼 추가 검사를 했지만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다른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요?
내시경으로 정확한 감별진단이 필요하지만, 말씀하신 증상으로 추측하기로는 위산이 식도 끝에서 목젖 아랫부분인 하인두까지 올라오는 인후두 역류질환으로 보입니다. 식도에는 위산 역류를 막는 밸브가 두개가 있습니다. 위·식도와 연결된 부분의 밸브가 느슨해지면 역류성 식도염이고, 식도·인두와 연결된 부분까지 위산이 역류하면 인후두 역류질환입니다. 장기간 적절히 치료하면 증상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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