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환자를 많이 보는 신경과 의사에게 군발성(군집성) 두통은 그야말로 '두통거리'다. 극심한 두통과 함께 눈물, 콧물, 결막충혈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병이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매일같이 두통과 동반 증상에 시달리며 수 주~수개월간 고통받는다. 통증 강도가 요로결석, 뇌동맥류 파열 시 통증과 비견될 정도다. 그동안 많은 약이 처방, 사용됐지만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도 5월부터 'CGRP 차단 주사제'라는 신약이 정부의 승인을 받아 편두통에 이어 군발성 두통 환자에게도 쓰일 수 있게 됐다. 뇌혈관과 신경에 작용해 'CGRP'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차단, 강력하고 지속적인 진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힘겨웠던 두통과의 전투에 매우 중요한 신무기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상대적으로 고비용의 치료 비용이 환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이 보험을 활용해 경제적 부담을 덜려고 하는데 통상 외래진료에서는 실손보험에서 보상하는 액수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그래서 입원해 주사치료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실손 보험사는 고가의 비용이 드는 만큼 환자에게 입원 치료 자체를 허용하지 않거나, 환자가 퇴원한 뒤 의료기관과 '입원 불인정' 등을 이유로 다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실손보험이 없는 환자들에겐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 궁극적으로는 이 치료제가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 전에 당장 닥친 입원 적용 등 환자, 의료기관과 보험사와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누군가 나서야 하는 문제지만 아무도 인지를 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듯해 슬프고 안타깝다. 공은 결정권을 가진 보건당국에 있다. 신속, 명확하게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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