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울증 치료 효과 30% 높인 '일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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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연구팀 '금메달 사례관리' 성과 발표

78세 A씨는 우울증을 진단받은 뒤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홀로 생활하다 보니 식사도 불규칙하고, 분가한 자녀들과 연락도 뜸한 편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아주대병원의 ‘금메달 사례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우울증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운동하기', '우울증에 좋은 지중해식 식단 구성하기', '일주일에 1번 이상 지인 만나기', '정서관리 방법 익히기' 등 단순한 방법이지만 '일상의 힘'은 강력했다.

운동과 사회활동, 가족과 소통과 같은 비약물치료가 우울 증상을 눈에 띄게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손상준·홍창형 교수·노현웅 임상강사와 의료정보학과 박범희 교수팀은 우울증 환자에 비약물치료 프로그램인 '금메달 사례관리'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연구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 '정서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중인 평균 나이 70세 어르신 8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12주 동안 신체운동·영양관리·사회활동·정서관리 동시 치료프로그램(금메달 사례관리)을 실시하고, 다른 한 그룹은 기존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던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금메달 사례관리'란 이름은 일반 사례관리와 달리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한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참여할 때마다 ‘금메달’을 붙여서 생긴 이름이다. 

시행 결과, '금메달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한 그룹은 우울증 증상이 3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했던 다른 그룹에 비해 약 2배 이상 회복효과가 큰 것이다. 나아가 치료전·후 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검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금메달 사례관리'를 받은 그룹은 우울증과 관련한 뇌 변화도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fMRI 영상을 통해 우울증이 심할 때 과활성화 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연결성(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이 치료프로그램 수행 후 정상화됐다.

아주대병원 연구팀은 10년 전 ‘금메달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원시 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손상준 교수는 “금메달 사례관리 프로그램에서는 어르신들의 성취감을 극대화하고, 이를 가족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도와 프로그램 순응도가 매우 높았다"며 "결과적으로 우울증 관련 뇌 변화의 회복까지 확인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현웅 임상강사는 “이번 연구는 약물치료와 함께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비약물치료 즉, 몇가지 실천사항을 통해 노인 우울증이 좋아질 수 있음을 인지검사와 함께 fMRI 검사로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면서 “고령화 시대 은퇴후 남은 삶이 점차 길어질 것을 고려하여 본다면 이번 연구는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한 중요한 가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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