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비상난 속 이대목동병원 교직원 500번째 헌혈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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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팀 소속 49세 정기태씨, 고2 때부터 매년 20번 정도 헌혈

이대목동병원 총무팀 직원 정기태씨가 지난 15일 500번째 헌혈에 성공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대목동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헌혈하려는 사람이 줄면서 국내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 가운데 30년 넘게 꾸준히 헌혈에 동참한 사례자의 미담이 전해졌다. 이대목동병원 총무팀에서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교직원 정기태(49)씨의 얘기다.

정씨는 '한 방울의 피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이어갈 소중한 빛과 같다'는 신념과 함께 지난 15일, 서울역 헌혈의 집에서 500번째 헌혈을 진행했다. 500회 헌혈을 시행하면서 정씨는 적십자 혈액 사업에 공적이 있는 다회 헌혈자에게 수여하는 포상인 헌혈 유공장 은장(30회), 금장(50회), 명예장(100회), 명예대장(200회), 최고명예대장(300회) 등을 10여 년 전에 모두 휩쓸었다. 최근엔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정씨는 "고교 2학년 시절 TV에서 '혈액이 모자라다'는 광고를 접하고 헌혈을 시작했다"며 "성분헌혈이 도입된 이후에는 1년에 20번 정도는 꾸준히 헌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 시절 학교를 찾아오는 헌혈차를 통해 꾸준히 헌혈을 진행했던 정씨는 젊은 시절 '헌혈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 지역 곳곳에 위치한 헌혈의 집을 돌아다니며 헌혈과 각 지역 관광도 함께 했던 것이다. 정씨는 "젊은 시절에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헌혈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관광도 했다"며 "지금은 집 근처나 근무지 근처 헌혈의 집을 통해 헌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헌혈 후 받은 헌혈증은 근무지인 이대목동병원 사회사업팀과 혈액암 환자, 백혈병센터 등에 기증했다. 특히 업무 특성상 병원을 누비며 환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상황이 많아 소아 환자의 보호자에게도 헌혈증은 물론 사비로 장난감을 많이 기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씨는 "헌혈 한 번으로 3명을 살린다는 헌혈 동참 캠페인처럼 그동안의 헌혈로 수많은 사람을 살린 데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헌혈은 잠깐 아프거나 귀찮을 수도 있지만,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고귀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헌혈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혈액의 적정 재고량이 많이 모자라면서 헌혈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보통 5일 치 이상을 적정 재고량으로 비축해 둬야 하지만 현재는 3일 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헌혈 참가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씨는 "원래는 1000회 헌혈이 목표였지만 해외여행, 내시경 검사 같은 변수로 950회로 목표 횟수를 낮췄다"며 "건강 관리를 통해 만 69세까지 헌혈을 지속해 목표에 꼭 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의료원은 이달 이대서울병원 개원 1주년을 기념해 이대목동병원(18~19일), 이대서울병원(20~22일)에서 교직원을 대상으로 ‘노사가 함께하는 헌혈 캠페인’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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