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유발하는 선천성 흑암시, 환자의 6%는 치료 시도 가능

인쇄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한진우 교수팀, 환자 50명 분석 결과

영유아 실명의 주요 원인인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 환자의 6% 정도는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유전자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는 망막의 빛을 받아들이는 세포에 이상이 생기는 유전질환이다. 출생 또는 영유아부터 시력이 현저히 떨어져 실명에 이르게 된다. 유병률은 세계적으로 10만 명당 3명 정도이며 현재까지 유전자 치료 외에 알려진 치료법이 없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한진우 교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한진우 교수 연구팀은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및 유전 양상, 표현형을 종합한 분자유전학적 진단을 진행했다.

그 결과, 환자 중 78%(39명)에서 원인 유전자가 발견됐다. GUCY2D(20%), NMNAT1(18%), CEP290(16%)이 가장 많이 발견됐고, 유전체 복제수 변이(copy number variation, CNV)도 3명(6%)에게서 발견됐다. 복제수 변이는 보통의 유전자 검사법으로는 잘 검출되지 않아 병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인 중 하나인데,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으로 복제수 변이를 발견함으로써 더 정확히 원인 변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유전자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유전자형(RPE65)은 1명(2%)이었다. 또 2명(4%)은 시니어로큰 증후군(Senior Loken syndrome)으로 시력 소실과 함께 신장이 같이 손상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유전자 분석을 통해 미리 발견한다면 조기에 신장이식 등 맞춤 치료를 준비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한진우 교수는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26개의 원인 유전자가 발견됐지만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환자의 유전자형 분포 및 각 유전자와 임상양상과의 관계를 분석했으며,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이 정확한 진단과 함께 환자의 맞춤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 교수는 “유일한 치료법인 유전자 치료제 및 검사 비용을 낮추는 것이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 학술용역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 국제학술지(Molecular Vis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