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료 빠르게, 끝까지 … 대학병원 못잖은 ‘동네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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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탐방]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

뇌는 인체의 소우주로 불린다.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수많은 미세혈관이 거미줄처럼 얽혀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 뇌 질환 치료는 그래서 까다롭다. 첨단 장비와 의료진의 실력, 치료 후 관리 시스템을 고루 갖춰야 환자의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 그래서 ‘뇌 질환 치료=대학병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최근 18년간 6만4000여 명의 뇌 질환자를 돌보며 ‘동네 주치의’로 명성을 쌓은 곳이 있다.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이다. 이곳은 의료 장비·인력에 아낌없는 투자로 대학병원 못지않은 치료 성과를 내며 1차 병원의 ‘롤모델’을 제시한다.
 

 

뇌 질환 6만4000명 진료, 전문의 4명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 주요 의료진

치매는 여러 뇌 질환이 원인이 돼 나타나는 증세다. 치매 자체가 하나의 병명이 아닌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기억력·계산력 등의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때 비로소 치매로 진단한다. 발병 원인이 뇌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 등 다양하다.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 최선아(50) 원장은 “현재 대부분의 치매를 완치할 방법은 없다”며 “조기 진단·관리해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라고 말했다.
 
치매를 진단하려면 2시간에 걸친 신경 심리검사로 인지 기능을 평가하고, 자기공명영상(MRI)·혈액검사로 원인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특히 뇌혈관 손상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는 치료 시기가 환자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문제는 신경과 전문의가 없는 일반 병·의원에서는 치매의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은 MRI 촬영에만 수주~수개월이 걸리고 진료 시간이 짧아 진단 후 충분한 치료·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은 3.0T(테슬라) MRI를 통해 치매 진단의 속도·정확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대형병원에 설치된 경우는 많지만, 의원급으로는 이곳이 수도권에서 유일하다. 일반 병·의원의 MRI보다 선명도가 두 배 이상 높고 촬영 속도는 최대 40% 빠른 최첨단 장비다. 최 원장은 “병원을 찾은 환자는 일주일 이내에 MRI와 신경 심리검사, 혈액검사를 종합해 치매 원인 분석이 가능하다”며 “대학병원과 결과는 동일하면서도 시간에 대한 부담은 훨씬 적다”고 말했다.
 
진단의 정확도는 경험 많은 의료진을 거쳐 한층 향상된다.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의 신경과 전문의는 총 4명으로 대부분 임상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이다. 이들이 원인 질환에 따라 환자를 세분화하고, 뇌 혈류·경동맥 초음파와 수면 다원 검사 등 20여 가지 검사를 선별적으로 진행해 최선의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최 원장은 “대학병원보다 신경과 전문의별 전문 분야 간 협력이 원활하고 한자리에서 포괄적 처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운동·영양 상담, 인지 중재 치료 도입
 
치매 맞춤 치료는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의 또 다른 강점이다. 치매의 원인은 나이가 들며 변할 수 있다. 예컨대 초기에는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이라도 시간이 흘러 뇌졸중이 발생하면 혈관성 치매와 혼합형으로 변화할 수 있다. 실제로 최 원장은 파킨슨병으로 인한 치매 환자의 사후 뇌 조직에서 알츠하이머병 소견과 혈관 손상이 동반된 것을 연구하고 학회에 보고(Acta Neuropathologica, 2010)했다. 이 경우 주요 증상과 원인에 따라 약물 등 치료 계획을 수정해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이 2~3주 간격으로 치매 환자와 만나는 이유다. 건강 상태나 증상 변화에 따라 약물 용량·복용 시간을 조절하고, 다른 뇌 질환이 의심되면 추가 검사를 진행해 조기 치료·관리를 시작한다. 병원 문턱이 낮은 1차 병원이기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최 원장은 “파킨슨병은 미세한 약의 용량 조절로 환자의 삶의 질이 극명하게 달라진다”며 “환자와 의사가 자주 만나는 만큼 증상에 따라 세밀하고 정교한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 환자의 맞춤 치료는 병원 밖에서도 계속된다. 최 원장은 “운동·식이요법 등 환자의 생활습관 관리에도 의료진이 적극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60대 김모씨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치매를 진단받았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자꾸 같은 질문을 반복해 직장생활에 어려움이 컸다. 최 원장은 약물 처방과 더불어 김씨의 식습관과 몸 상태에 맞춰 운동법과 음식·영양제 복용법을 안내했다. 그는 1년 넘게 직장생활을 유지하며 가족과 여행을 다닐 정도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인지 중재 치료는 치매 환자를 지키는 새로운 방패다. 인지 중재 치료는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두뇌 훈련 치료법으로 음악·미술 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은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재가형 인지 중재프로그램에 주력한다. 기억력·집중력·언어력 등 뇌의 각 영역을 자극할 수 있게 구성된 일종의 학습 교재다. 최 원장은 “치매 증상을 관리하려면 약물만큼 낮에 하는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치매 환자가 숙제처럼 문제를 풀고 이를 의사·임상심리사가 분석해 인지 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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