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보호자는 가족” 간호사 500명 한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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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탐방] 노원을지대학교병원 간호부

간호사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최전선에 있는 전문 인력이다. 24시간 환자 곁에서 밀착 간호를 하며 병상을 지킨다. 대표적인 3교대 근무직인 병원 간호사는 업무 강도가 센 직종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업무 환경 여부에 따라 간호의 격이 달라진다. 올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간호사의 해다. 의료 일선에서 분투 중인 노원을지대병원 간호부를 찾아 그들의 업무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들여다봤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은 간호 업무의 수월성을 높여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중환자실 간호사가 환자 처치를 준비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열 다시 체크하겠습니다” “열나는 거 말고 다른 증상이 있나요?” “언제부터 증상이 생기셨죠?” “최근에 대구·경북 지역에 다녀오셨어요?”
 
지난 23일, 노원을지대병원 안심 진료소에선 개인 보호 장비를 갖춘 간호사가 환자에게 꼼꼼히 묻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의료진 사이엔 긴장감이 감돈다. 검사를 위해 검체 채취가 필요한 경우, 입원이 필요한 경우 등을 구별해 환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이 병원 박영우(병원간호사회장) 간호국장은 “하루 평균 45명 정도가 안심 진료소를 찾는다”며 “간호사들이 감염병 확산 방지의 최일선에서 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선별 분류소, 안심 진료소, 격리 간호 업무를 해내고 있다”고 했다.
 
 
교수·전공의·간호사 동참 협의체 운영
 
노원을지대병원에선 500여 명의 간호사가 외래·병동·행정 등 다양한 부서에 배치돼 환자·보호자를 돌본다. 환자를 위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의 핵심 인력들이다. 간호사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항시 관리하는 데다 보호자와도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 직종이다. 그만큼 업무 부담이 크다.
 
노원을지대병원은 간호사가 업무를 수행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다.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진료·간호 협의체’가 대표적이다. 협의체엔 각 진료과 교수와 전공의, 관리자급 간호사가 참여해 간호 현장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한다.
 
이를 통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받는 간호정보조사지의 항목을 간소화하거나 환자의 활력 징후 측정 시간을 조정하는 등 과도한 간호 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서해경 병동 간호파트장은 “입원 환자라면 모두 간호정보조사지를 작성해야 한다”며 “항목이 워낙 광범위하고 다양해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컸으나 협의체 논의를 거쳐 10개 카테고리 30개 세부 항목을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간호 업무의 수월성을 확보하는 데 의사·간호사가 의기투합함으로써 간호사는 업무 부담을 덜고, 이를 본래의 간호 활동에 집중하면서 환자 만족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간호사 사회는 종종 ‘여자 군대’로 불린다. 생명을 다루는 만큼 예민하고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업무 특성상 직장 내 괴롭힘 문화가 이슈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원을지대병원은 지속적인 조직문화 개선 캠페인으로 배려와 공감 문화를 정착하는 데 앞장선다. 류숙영 특수부서 간호팀장은 "간호부 차원에서 바른말 고운 말 쓰기, 식구라는 따뜻함 느끼기 등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캠페인의 목적을 수시로 상기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배려·사랑 강조하는 신규 간호사 교육
간호계에선 경력 간호사(프리셉터)가 신규 간호사(프리셉티)의 병원 생활과 간호 업무에 잘 적응하도록 일대일로 교육·소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두 그룹 간 잘못된 의사소통과 오해는 깊은 갈등의 단초가 된다. 류 간호팀장은 “괴롭힘 문화 없는 간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배려·사랑의 하모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프리셉터·프리셉티가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올바른 소통법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공감 문화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신규 간호사가 병원에서 1년간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업무를 꼽거나 프리셉터와의 소통이 힘들었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 진정한 멘토·멘티 관계로 거듭날 기회를 제공한다.
 
어떤 조직이든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상의하달(上意下達)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노원을지대병원 간호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하의상달(下意上達)형 소통 방식을 강조한다. 박 간호국장은 “간호사 간 진정한 조화와 화합을 이루기 위해 열린 의사소통 구조의 수평 조직을 지향한다”며 “그런 노력 덕분인지 퇴사 후 재입사한 간호사가 지난해에만 14명”이라고 말했다.
 
노원을지대병원은 간호사의 전문 역량을 키우는 데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병원은 전문대를 졸업한 간호사 가운데 복지 증진과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을지대 내 계약학과에서 학사 학위 과정을 밟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16명이 혜택을 받는다. 병원은 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건 물론이고 병원 근무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주며 학업을 독려한다. 박 간호국장은 “‘당신도 을지 가족입니다’가 을지의료원의 슬로건”이라며 “환자가 다시 찾는 병원, 간호사가 다시 근무하고 싶은 병원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이채원 노원을지대학교병원 간호사



 
“따뜻한 인간관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그리워 돌아왔죠”
이채원(36·사진)씨는 11년차 간호사다. 노원을지대병원을 다니다 퇴사한 뒤 재입사했다. 그는 서로 응원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가 돌아오게 만든 계기였다고 말한다. 그에게 요즘 병원 생활을 물었다.
 
병원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보호자 없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환자를 24시간 돌보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병동에서 근무한다. 진료과와 관계없이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이 머무는 병동이다. 다방면의 간호·의료서비스를 배우고 숙지할 수 있는 파트다. 최근엔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검사를 받은 환자를 격리 간호하기도 한다.”
 
대구 출신이라고 하던데.
“고향이 대구다. 학생 시절 첫 실습지가 계명대 동산병원이기도 했다. 대구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늘어났을 때 근무 지원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간호사가 필요한 곳이 대구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내 자리에서 내가 돌보는 환자가 완치되도록 돕는 업무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병동 입원 환자 상당수가 노인이라 이곳에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재입사가 흔치 않은데, 이유가 뭔가.
“2006년에 노원을지대병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까지 근무하다 건강 문제로 퇴사했다. 2년 정도 몸을 추스르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재취업했다. 복지 시스템이 좋고 3차 의료기관이라 다양한 환자 사례를 접할 수 있어 배울 점이 많았다. 하지만 동료·선후배 간 소통하는 따뜻한 인간관계가 좋아 돌아오게 됐다. 친정집을 그리워하듯 여기서 근무할 때 동료애가 남달랐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았다.”
 
간호 조직 분위기는 여전한가.
“간호 업무는 소통이 중요한 분야다. 아픈 환자나 가족 모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돼 상처받는 일이 적지 않다. 그만큼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조직문화가 중요하다. 특히 요즘은 평소보다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때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응원, 격려에 큰 힘을 얻는다.”
 
2년 연속 친절 간호사로 뽑혔다고 들었다.
“환자들이 적어준 감사의 글 덕분에 원내 ‘친절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앞으로 환자 간호에 더욱 매진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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