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잡는 AI, 진단키트 이어 치료제 개발·환자 영상 분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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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서열 분석해 치료제 찾고 X선, CT로 진단 보조도

최근 테라젠이텍스는 자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과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았다고 밝혔다. 웹사이트에 공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능을 억제할 약물이 무엇일지 예측해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역시 코로나19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고성능 컴퓨터와 AI로 분석해 설계됐다. 진단키트를 개발한 씨젠의 천종윤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https://news.joins.com/article/23719291)에서 "기존 방법으로 100명의 전문가 3개월 동안 할 것을 인공지능과 컴퓨터로 3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라젠이텍스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할 때 AI 기술을 적용했다. 최신의 분자 결합 분석법과 딥 러닝 기반의 결합 예측 프로그램을 적용해 단백질과 화합물 간의 ‘바인딩 예측(친화력을 수치화하는 분석 방식)’을 실시했다. 사진 테라젠이텍스

빅데이터는 AI의 재료다. 풍부한 데이터와 정교한 AI 알고리즘이 만날 때 기존에 없던 새로운 해법이 탄생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2만4000여개의 코로나19 관련 연구 데이터를 한 데 모은 ‘COVID-19 Open Research Dataset (CORD-19)’가 구축돼 이런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웹 사이트에서 누구나 바이러스나 환자 치료에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수 있어 코로나19 진단, 치료법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염기서열뿐만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폐 질환 환자의 영상검사 결과를 의료 AI로 분석하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의료 AI업체인 뷰노, 루닛은 그 선두에 있다.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인한 폐 질환에 이미 각각의 솔루션(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 루닛 인사이트 CXR2)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완성된 기술력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빛을 발한다. 루닛은 AI 영상진단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CXR2’을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문경생활치료센터에 보급했다. 코로나19 환자의 흉부 X선 사진으로 폐 질환을 진단할 때 AI가 ‘보조 의사’ 역할을 맡고 있다.
 

루닛 인사이트 CXR 2의 실재 사용 모습. 폐 질환 의심 부위가 특수 색상으로 표시되고 아래 확률을 %로 보여준다. 사진 루닛
 

나아가 루닛은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과 코로나19 환자의 폐 질환에 AI의 정확도를 평가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루닛 관계자는 “한국인 코로나19 환자의 폐 질환에 AI의 정확도를 검증하는 최초의 연구”라며 “코로나19 진단과 환자 예후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뷰노의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 역시 강원도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인 홍천군보건소, 영월보건소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 뷰노는 환자의 CT 영상을 토대로 코로나 감염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LUNG QUANT’(가칭)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국내 허가는 받지 못했지만, 이미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개제하며 신뢰성을 인정받은 AI 기술이다.
 
‘LUNG QUANT’는 환자의 흉부 CT을 분석해 폐 질환 여부를 판단한다. 종전에 국제학술지에 보고된 중국 환자의 CT 데이터의 검증연구를 통해 코로나19 환자만의 특징적인 CT 소견을 짚어내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했다.
 
뷰노 정규환 기술총괄부사장(CTO)은 “AI는 지치지 않고, 일관성 있게 X선, CT 영상을 분석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보조해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뷰노는 조만간 ‘LUNG QUANT’의 초기 분석 데이터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정 부사장은 “향후 추가적인 성능 개선과 검증을 통해 향후 누구나 CT 영상을 입력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 웹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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