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면역세포의 전쟁이 시작됐다

인쇄

차움 면역증강센터 조성훈 교수

차움 면역증강센터 조성훈 교수

지금까지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생각하면 먼저 'DNA'와 'RNA'가 떠오른다. 새로운 독감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본색을 알려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구성요소를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DNA(Deoxyribonucleic acid)는 생물의 유전정보를 가진 물질로, 폭이 약 1.1나노미터로 작다. 세포 핵 속에서 생물의 유전정보를 담당한다. 이런 유전정보를 통해 유전형질을 만들어 생물의 모습·성질로 나타난다.


 

이때 유전형질은 단백질 합성으로 생겨난다. 즉 DNA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을 결정하면서 각각의 유전형질로 탄생하는 것이다.

RNA(Ribonucleic acid)는 체내에서 유전형질을 만드는 단백질 합성과정에서 DNA의 유전정보를 전달하고 아미노산을 운반한다. 즉 RNA는 유전자 정보를 '전달'하는 담당요원이다.

지구상 생물은 사람을 포함해 DNA 유전물질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도 DNA를 갖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을 갖지 않는 사스(2002년)와 메르스(2012년)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지만 게놈 RNA 유사도가 80%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다.

원래의 유전정보를 가진 물질이 아닌 RNA가 유전물질인 DNA의 역할을 담당하면 유전형질 생성에 있어 안정성이 떨어져 돌연변이가 많이 생긴다. 계속 변종하면서 본색을 바꾼다. 우리 면역이 변화무쌍한 바이러스의 정보를 알아내 공격하기란 무척 힘들 것이다.

24시간 후 100만 개 이상 불어나

독감바이러스는 하루에 100만 개 이상 돌연변이로 증식할 수 있다. 사람으로 치면 태초에 사람이 만들어져 진화해온 것을 단 하루에 걸쳐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독감바이러스는 진화한다.

만일 코로나19  바이러스 하나가 코·목에 침입하면 8시간 후에는 100개, 16시간 후에는 1만 개, 24시간 후에는 100만 개 이상으로 불어나면서 호흡기 점막과 세포 내로 증식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열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열은 감염 증세라 여긴다. 하지만 열은 감염 증세가 아니라 감염에 대응하는 우리 몸의 생존 전략이다. 즉 '면역반응'이다.


우리 몸은 침입자에 체온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코로나19 환자의 감별을 위해 체온을 측정한다. 높은 온도는 병원체의 증식과 활동성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우리 몸은 열을 내 체온을 올리고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항한다. 면역계엔 적의 공격을 수비하는 면역세포가 있다. 이들 면역세포는 외부 침입자를 찿아내 공격하거나 경험적으로 미리 겪은 병원체를 자신의 하드웨어에 저장해 '항체'라는 면역무기를 만들어 침입자를 물리친다.


하지만 잘 훈련된 강한 면역세포가 아니라면  변화무쌍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적하기는 커녕 바이러스에게 침범당하기 쉽다. 면역세포도 활성도가 높아야 하고 조절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면역 군대의 행동강령 3가지

면역세포는 우리 몸에서 군대라 생각하면 된다. 면역세포의 임무는 몸의 침입자인 세균·바이러스를 없애고 몸 내부의 적인 암세포를 없애는 것이다. 면역 군대는 백혈구에 있다. 혈액은 적혈구·백혈구·혈소판·혈장으로 구성된다. 백혈구는 과립구, 무과립구(과립이 없는 림프구)로 나뉜다. 과립구엔 호중구·호산구·호염기구가 있고, 무 과립구에는 림프구·단핵구가 있다.


이 가운데 림프구는 면역 군대를 이루는 대표 세포다. 림프구엔 NK세포, T세포, B세포 등이 있다. 면역 군대의 행동강령 1번은 '나와 남을 구별하는 것'이다. 즉,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것이다. 자연면역이라 해서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것이 대식세포, 호중구, 림프구인 NK세포다. 특히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신출귀몰한 변화를 찾아낼 수 있는 건 우리의 훈련된 전투병인 NK세포 덕분이다.
 

행동강령 2번은 '나와 남이 구별되면 무차별 공격하라'다. 자연 면역세포인 NK세포가 무차별적인 선제공격을 퍼붓고, 곧이어 군대에 해당하는 T세포가 공격을 이어간다. 행동강령 3번은 '적을 기억하기 위해 이물질 표지를 T·B 세포에 넘겨라'다. 정보를 얻어 항체를 만드는 것이 이들 세포의 주 임무다. 바이러스를 기억해 무기를 만드는 것이다. 또 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면역세포 방어막을 지금까지의 여느 바이러스보다 쉽게 무너뜨렸다. 그래서 밀폐된 공간에서의 집단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현 상황에선 확진자의 80%는 무증상으로 넘어간다. 10~30대는 무증상으로 넘어갈 확률이 크지만 나머지 사람에겐 바이러스가 치명적일수 있다.


우리의 면역이 사춘기를 넘어 20대에서는 최고로 올랐다가 50대 이후에 급격하게 떨어지는 곡선패턴과도 비슷하다. 무증상의 젊은 확진자를 격리하는 이유는 고위험군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포인트는 면역 상태가 좋은 젊은 층과 그 반대인 고위험군 간의 배려가 확진자를 줄이며 사망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최소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늘 피곤한 사람도 감염 고위험군

항상 감염 질환에 취약한 사람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노인, 만성질환자뿐 아니라 영양 상태가 나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늘 피곤한 사람도 고위험군이다.


몸의 감염 대부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몸속 면역시스템으로 억제되지만, 면역시스템이 제대로 발동하지 않으면 감염 바이러스는 몸속에서 빠르게 확산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잠복 기간을 거치는데, 이 잠복 기간에도 바이러스는 증식하고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다. 잠복기가 지나면 특이적 고열·기침 증상이 발현하는데 그때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눈치챈다. 벌써 주위 사람을 감염시킨 것도 모른 채 일상생활을 해온 것이다.


손을 열심히 닦고 마스크를 써도 이미 감염된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예방책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배려로도 생각해야 한다. 자신은 바이러스를 이길 몸 상태라 무증상군이어도 혹시 타인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들을 배려해 손을 닦고 마스크를 써야 한다. 현대사회의 집단 구조에서 개개인이 지켜야 할 책임이다.


인류는 지구상에 출연한 이후 오랜 세월을 거쳐 수많은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았고, 그 공격에 대한 다양한 방어 및 면역체계를 만들었다. 한때 우리 몸을 침범한 바이러스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졌다. 우리 몸의 게놈의 3%를 차지하는 정크 DNA 염기 속에 마치 공룡 화석처럼 박혀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우리 몸에 면역시스템이 있는 한 말이다.

개인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를 해왔다. 바이러스 복제를 돕는 효소를 억제해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는 치료법부터 최근엔 면역시스템을 강하게 구축하기 위해 면역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세포 치료법까지 임상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연구의 근간은 면역시스템이 우리를 괴롭히는 바이러스에 당한 만큼 반격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성훈 교수는…

의학박사이자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차움 면역증강센터 교수로 몸 담고 있다. 현재 ㈜차바이오텍 BI 본부장이기도 하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