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건조증 심한 주부습진, 로션 타입 약 바르면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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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올바른 주부습진 대처요령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육아와 요리, 청소 등 집안일로 인해 손이 물과 합성세제에 자주 닿게 되면 주부습진에 걸릴 수 있습니다. 최근 가사에 참여하는 남성이 늘면서 주부습진으로 피부과를 찾는 남성도 많이 늘었죠. 의료인이나 셰프, 청소부, 미용사, 세탁업 종사자처럼 물에 자주 접촉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주부습진에 많이 걸립니다. 일종의 직업성 피부염인 셈이죠. 주부습진은 추운 계절에 증상이 시작되고 날씨가 따뜻해져도 계속 증상이 남거나 퍼지기 때문에 초기에 현명한 대처가 중요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선 ‘올바른 주부습진 대처 요령’을 알아보겠습니다.
 

물이나 세제가 피부에 장시간 접촉하게 되면 피부의 보호막인 각질층에 손상이 갑니다. 피부의 방어기전이 허물어지면서 피부염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주로 가정주부에게 흔히 발생해 ‘주부습진’이라고 부릅니다.
 
주부습진에 걸리면 손가락 끝의 피부가 얇아지고 붉은 반점이 생기며 각질층이 벗겨집니다. 건조해지고 갈라지면서 틈새가 생기죠. 때에 따라선 부어오르거나 물집·진물·출혈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더 악화하면 습진이 손목, 손등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아토피피부염 병력 있으면 호발
주부습진은 피부 내로 여러 가지 물질이 침투하면서 두 가지 원리에 의해 발생합니다. 바로 알레르기 반응과 자극 반응인데요, 알레르기 반응은 피부에 침투한 물질이 자신의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과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신체는 이를 제거하기 위해 항체를 만들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런 반응의 일종이 주부습진인 것이죠.
 
주부습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다루는 물질 중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마늘, 양파, 당근, 토마토, 시금치, 식용 염료와 같은 식재료가 대표적입니다. 고무·플라스틱·금속 제품, 집안에서 기르는 화초 등도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죠. 비누와 세제에 함유된 향료 역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자극 반응은 피부에 침투한 물질 자체가 자극이 있어서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자극 반응을 잘 유발하는 물질로는 물과 비누, 각종 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물이나 합성 세제를 자주 사용해도 손에 염증 반응이 생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요인이 주부습진 발생에 영향을 미친 걸까요. 
 

주부습진은 아토피피부염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잘 생깁니다. 아토피 체질인 사람은 대개 피부가 예민하고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이죠. 기후 역시 주부습진 발생에 영향을 줍니다. 온도와 습도가 낮은 겨울엔 쉽게 건조해지고 찬바람 탓에 수분 손실이 커 습진이 잘 발생하며, 덥고 습기가 많은 기후엔 진균과 세균 감염 탓에 습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초기엔 차가운 물수건 찜질하면 도움
심하지 않은 주부습진은 보습제를 바르는 것만으로도 증세가 호전됩니다. 그러나 급성으로 악화하거나 물집이 생기고 진물이 날 땐 차가운 물수건으로 찜질하는 것이 도움되고 심하면 스테로이드제를 씁니다. 무엇보다 발병 후 최소 2주간은 인내심을 갖고 물이나 자극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만성기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피부가 호전됐다가 다시 나빠지고 있다면 피부 보호에 더 신경 써야 하는데요, 로션 타입의 약은 쉽게 증발하기 때문에 피부를 오히려 더 건조하게 할 수 있습니다. 건조증이 심해진 주부습진엔 연고제가 좀 더 적합합니다. 의사·약사로부터 적절한 일반의약품을 안내받아 셀프메디케이션을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일반의약품 가운데 주부습진에 허가받은 대표 성분은 우레아 20%, 헤파리노이드 0.3% 입니다. 우레아는 피부 장벽을 강화해 수분 손실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수분 장벽을 보호함으로써 피부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성분이죠. 이런 성분 덕분에 주부습진은 물론 노인성 건피증, 아토피피부염, 손·발바닥 각피증 등에 적응증을 갖고 있습니다.
  
헤파리노이드는 말초 혈관을 확장하고 피부 조직에 혈류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증상을 개선하고 보습·항염증 작용을 하죠. 주부습진과 더불어 관절염, 혈행 장애에 의한 통증과 염증성 질환, 켈로이드(피부 조직이 상처에 과민 반응해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르는 현상) 치료에 쓰입니다. 주부습진 약이나 연고는 전문가가 권하는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임의로 다른 크림이나 연고, 로션을 무작정 바르면 피부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죠. 권장 사용 기간이 끝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 전문 진료를 받도록 합니다. 
 

주부습진은 흔하지만 난치성 질환입니다.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 못지않게 일상생활 관리가 중요한 이유죠. 우선 ▶맨손으로 물 일을 하거나 세제 만지기 ▶맨손으로 자극성 있는 물질 만지기 ▶손을 오랫동안 씻거나 자주 씻기 등을 피하고 ▶물과 접촉한 후엔 보습제를 충분히 사용하기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주부습진의 치료와 재발 방지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극원을 피하면서 피부를 보호하는 일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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