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Pick]부정맥·협심증으로 심장 기능 약하면 초고층 아파트는 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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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희의료원 심장내과 김진배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심장은 생명의 시작과 끝입니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혈액은 혈관을 타고 온 몸을 순환한 다음 다시 심장으로 돌아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심장 리듬입니다. 심장은 박자에 맞춰 규칙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만일 심장 리듬이 불안정한 부정맥 상태가 반복·지속되면, 심장이 갑자기 멈추거나 뇌졸중·협심증·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 발병위험이 높아집니다. 두 번째 닥터스 픽(Doctor's Pick)에서는 경희의료원 심장내과 김진배 교수의 도움말로 심장 리듬에 이상이 생긴 부정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부정맥으로 진단받으면 고층 아파트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인가요?
부정맥은 심장의 움직임이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빠르게 뛰거나 너무 느리거나 불규칙하게 움직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 형태 중 하나인 아파트처럼 높은 곳에 산다고 부정맥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상태가 나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심장이 멈춘 응급상황에서는 고층 아파트가 불리할 수 있습니다. 응급 치료를 위해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 어려워서 입니다. 이는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이든,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이든 마찬가지 입니다.
 
일반적으로 심장이 멈춘 응급상황에서 후유증 없이 회복하려면 가능한 빨리 심장 제세동·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심장 정지 후 1분 이내 제세동이 이뤄졌을 때 생존율은 80% 이상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율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심정지 상황에서는 1분이 경과할 때마다 생존율은 7~10%씩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엘리베이터입니다. 초고층에 거주하면 저층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느라 환자에게 도착하는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그만큼 응급 처치가 늦어집니다. 또 엘리베이터가 좁다면 환자 이송용 간이침대를 펼친 채로 이동이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심장을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을 중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층에서는 119구급대가 환자에게 약 4분 정도 늦게 도착하고 이 같은 차이가 생존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개인적 응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가족에게 응급 처치 교육을 받도록 하고, 혼자 산행·여행을 하는 것은 자제할 것을 권합니다.
 

▶부정맥 진단을 받고 베타차단제를 복용중입니다. 약을 먹으면서 홍삼을 먹어도 상관없나요?
베타차단제는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의 속도를 늦춰주는 역할을 하는 약입니다. 홍삼을 먹는다고 기외수축·빈맥 같은 부정맥 증상이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연구가 시도 중이지만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홍삼의 다양한 건강증진 효과를 위해 복용한다면 말리지는 않습니다. 홍삼과 약 복용은 별개입니다. 홍삼은 베타차단제와 상호작용이 있지 않아 복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협심증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약을 먹어도 혈압·콜레스테롤 등 혈관 수치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술을 줄이면 약을 안 먹을 수 있나요?
심장 기능이 전반적으로 약해진 상태로 보입니다. 협심증 약은 심장 혈관이 좁아져 생기는 가슴통증을 줄여줍니다. 술을 줄이고 체중을 감량하는 등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으로 몸 상태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고, 증상이 나아지면 약 복용 중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약을 먹을 이유가 없어져서 입니다. 다만 협심증으로 심장 혈관을 인위적으로 넓혀주는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면 혈전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합니다. 참고로 약을 먹어도 혈관 수치가 나쁘다면 자신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술은 심장엔 독약입니다. 최근 술을 자주 마시면 심장에 비정상적인 전기 자극이 일어나 심장이 파르르 떨리는 심방세동 발생 비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나이가 드니 심방세동 증상이 나타나 고민입니다. 그런데 발기부전 증상도 생겼는데,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약을 먹어도 괜찮을까요?(60대·남성)
심방세동 증상만 있다면 드셔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심방세동 약과 발기부전 약은 딱히 약물 간 상호작용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협심증으로 치료받고 있다면 발기부전 약 복용은 주의해야 합니다. 협심증 약은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방식으로 치료효과를 냅니다. 그런데 심장과 연결된 관상동맥 혈관이 좁아져 있는 협심증 환자가 발기부전 약을 먹으면 심장으로 가야 할 혈액이 다른 곳으로 이동되어 협심증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저혈압 쇼크가 나타날 우려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협심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발기부전 약은 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기부전으로 고민이 크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저용량으로 복용할 것을 권합니다.
 

▶부정맥으로 인공심장박동기 시술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예전과 달리 일상생활이 조심스럽습니다. 집에서 저주파 자극기를 사용해도 될까요?(50대·여성)
인공심장박동기는 부정맥으로 심장 박동이 저하되면 즉시 전기 에너지로 심장 박동을 유도하는 체내 삽입형 의료기기입니다. 특별히 저주파 자극기를 사용하는 것이 금기는 아니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심장에서 먼 부위인 목·어깨·다리 등은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인공심장박동기를 삽입한 심장 근처는 기기의 오작동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저주파 자극기 사용을 피해야 합니다.
 
인공심장박동기는 특성상 강한 자기장·전기장에 취약합니다. TV·컴퓨터·진공청소기·전기장판 등 대부분의 일상생활에 쓰이는 전자제품은 인공심장박동기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평소처럼 제품을 사용하면서 생활해도 됩니다. 다만 MRI을 촬영할 때나 비행기를 탑승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MRI는 자성을 이용해 이미지를 촬영합니다. 공항 보안 검색에 사용하는 검색대나 금속 탐지기도 전기장이 흐릅니다. 인공심장박동기 환자임을 증명하는 카드를 보여주고 우회해 지나가야 합니다. MRI의 경우에는 인공심장박동기를 조절 후에 촬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구형 인공심장 박동기의 경우에는 촬영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므로 담당 주치의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은 증상이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심방세동과 심실빈맥은 서로 다른 증상인가요?
심방세동과 심실빈맥은 서로 다른 부정맥 증상입니다. 부정맥은 심장이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크게 빠른 빈맥과 느린 서맥으로 구분합니다. 심방세동·심실빈맥 모두 심장이 빠르게 움직이는 질환입니다. 차이는 심장 박동의 양상입니다. 심장은 몸에서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전기 신호의 자극으로 움직입니다. 처음 전기 신호가 만들어지는 곳은 심장의 오른쪽 위 부분에 위치한 ‘동방결절’입니다. 이 곳에서 형성된 전기 신호에 심장이 자극을 받아 움찔하면서 혈액을 심방에서 심실로 이동합니다. 그 다음 심방과 심실 사이를 가르는 벽에 위치한 ‘방실결절’이라는 곳에서 전기 신호를 전달받아 심실을 자극해 혈액을 심실에서 전신으로 뿜어줍니다. 그런데 심장의 전기신호가 엉키면 불협화음처럼 심장리듬이 흐트러져 심장이 펌프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파르르 떠는 것이 심방세동 입니다.
 
심실빈맥은 심실 박동 속도 자체가 매우 빠른 악성 부정맥입니다. 결국 심장에서 몸으로 충분한 혈액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어지럼증을 호소합니다. 심장 돌연사의 80%는 심실 부정맥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심장이 빨리 움직여 가만히 있어도 100m 달리기를 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을 몰아쉽니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잠을 자다가 심장이 두근거려 깹니다. 낮에도 심장이 빨리 뛴다고 느껴지기도 해 걱정이 됩니다. 부정맥 가능성이 있나요? 이럴 땐 어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을까요?
보통 사람을 자기 맥박을 느끼지 못합니다. 따라서 자기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는 것은 정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고 충분히 부정맥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심장이 매우 빠르게 혹은 느리게 뛴다’, ‘숨을 쉬기 어렵고 가슴이 심하게 답답하다’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심장 리듬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심장 부정맥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의원을 찾아 심전도 검사, 24시간 홀터 검사, 심초음파 등 심장 기능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 같아 심전도·심초음파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나왔습니다. 그럼 안심해도 될까요?
안타깝게도 확실하게 정상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부정맥은 진단이 매우 어려운 질병입니다. 부정맥으로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그 순간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정확한 부정맥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정맥 증상이 언제 나타날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을 때는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심장 리듬이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전도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어도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 입니다. 심초음파 검사 역시 심장의 구조를 살펴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정도 입니다. 불규칙한 심장 리듬인 부정맥을 찾아내지 못합니다. 만일 부정맥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하다면 부정맥 증상을 포착할 수 있는 장비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홀터 검사 등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저는 혈압이 낮을 땐 70/46mmHg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맥박도 1분당 50회 정도로 느립니다. 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 위험이 있는 건가요? 할머니가 심부전증으로 평생 약을 드셨는데 가족력도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 걱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1분에 60~100회 정도 박동합니다. 정확하게 맥을 측정했다면 서맥일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통상적으로 국가대표 운동선수처럼 운동을 많이 한다면 심장박동이 느릴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지속하면 심장이 최적의 효율을 내도록 적응해 좌심실 근육이 두꺼워지고 용량이 커집니다. 한 번의 심박동으로 많은 혈액을 뿜을 수 있어 심박동이 느린 편입니다. 다만 맥이 느린 것과 혈압은 큰 관련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혈압이 낮으면 맥박은 빨라집니다. 혈압은 다시 측정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심부전증을 앓으셨다면 가족력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부정맥과 별도로 심장 기능을 점검하는 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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