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소변 줄기 약할 때 먹는 약, 종류 따라 주의할 점도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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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 종류와 주의점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나이 든 남성이 흔히 겪는 건강 문제가 비뇨기계(泌尿器系) 질환입니다. 특히, 소변 줄기가 약해졌거나 볼일을 봐도 개운하지 않다면 전립샘 비대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전립샘 비대증 환자 수는 100만명이 훌쩍 넘습니다. 대부분 먹는 약으로 증상을 관리하지만, 흔한 만큼 위험성을 간과하기 쉽죠. 이번 주 약 이야기에서는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의 종류와 복용 시 주의점을 알아봅니다.
 

전립샘은 정액을 구성하는 전립샘 액을 분비하고, 요도와 정액이 지나는 길(사정관)을 보호하는 조직입니다. 방광의 바로 아래에 소변 길(요도)을 도넛 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형태죠. 사춘기 이전에는 형태만 있다가, 노화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나이가 들수록 점점 크기가 커집니다. 이로 인해 요도가 눌리면서 다양한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방치하다간 소변이 농축돼 방광에 돌이 생기거나(요로결석) 세균 오염으로 인한 감염병(요로감염), 방광 기능이 떨어져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요폐 등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립샘 비대증을 치료하기 위해 커진 전립샘을 잘라내거나 태우는 외과적 수술이 주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조직 손상과 출혈, 사정 장애와 같은 성 기능 저하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었죠.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초기부터 먹는 약을 통해 증상을 관리하는 환자가 대다수입니다. 약물치료에도 효과가 없을 때 수술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약물이 쓰입니다. 첫째, 전립샘 근육의 긴장도를 낮추는 약물입니다. 알파1교감신경 (수용제) 차단제라고 부릅니다. 알파1 수용체가 자극을 받으면 근육이 수축하면서 힘이 들어갑니다. 이를 억제해 요도를 조이고 있는 전립샘을 느슨하게 풀어주면 소변을 보다 원활하게 내보낼 수 있습니다. 효과가 빨리 나타나 약을 쓴 다음 이틀~일주일 사이 절반 이상의 환자가 증상 개선을 경험합니다. 하루날(탐술로신), 하이트린(테라조신), 자트랄(알푸조신), 카두라(독사조신) 등이 대표적입니다.
 
고혈압약과 함께 먹으면 안 돼
문제는 약 성분이 혈액을 타고 전신에 퍼진다는 점입니다. 전립샘뿐 아니라 다른 부위의 근육 운동까지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한 대표적인 부작용이 저혈압입니다. 혈관 근육이 느슨해져 혈압이 떨어지는 겁니다. 특히, 앉거나 누웠다가 일어날 때 생기는 기립성 저혈압은 낙상·의식상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고혈압약이나 협심증약을 먹을 땐 더 위험합니다. 이런 약물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추는 데,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를 더하면 저혈압 증상이 악화합니다. 이 경우 의사와 상담해 복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둘째,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작용을 억제하는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입니다. 남성호르몬은 전립샘 내에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호르몬으로 바뀌어 전립샘을 키웁니다. 호르몬을 바꾸는 ‘스위치’가 5-알파환원효소인 셈인데, 이 작용을 억제해 전립샘의 크기를 줄이는 거죠.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 프로스카(피나스테리드) 등이 쓰입니다.
 
DHT는 전립샘뿐 아니라 탈모도 유발합니다. 남성호르몬이 두피의 5-알파환원효소와 만나면 DHT가 증가하면서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이마가 ‘M자’ 형태로 넓어지는 남성형 탈모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탈모 치료제는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와 동일한 성분을 사용합니다. 애초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돼 쓰다가 탈모 방지 효과가 나타나자 제약사에서 두피에만 작용할 만큼 용량을 줄여 만든 게 탈모 치료제입니다.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가 전립샘 크기를 줄여 증상을 완화하는 데까지 대략 6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오래 복용하는 데다, 남성호르몬 역시 우리 몸 곳곳에 작용하는 만큼 주의할 점도 다양합니다. 발기부전이나 성욕 감퇴 등 성기능이 약해질 수 있고 가슴이 커지는 여성형 유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임신했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태아의 생식기 발달이 저해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이 약을 절대 먹거나 만져서는 안 됩니다.
 

감기약 성분이 배뇨장애 증상 악화시켜
마지막은 포스포다이에스테라제-5(PDE-5) 효소 억제제입니다. 혈관을 확장하고 근육을 이완해 전립샘 비대증 증상을 개선합니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의 주 성분인 타다라필이 대표적입니다.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 역시 전립샘 비대증에 효과가 있지만 지속 시간이 길어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로 활발히 연구됐습니다. 탈모 치료제와는 반대로 발기부전 치료제와 동일한 성분을 용량을 줄여 전립샘 비대증 치료에 사용합니다.
 
타다라필 역시 혈관을 확장하는 만큼 혈압약과 같이 먹으면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협심증 환자가 치료를 위해 질산염제제를 복용할 때 타다라필 성분을 함께 먹으면 심한 저혈압으로 목숨까지 잃을 수 있어 반드시 의사에게 약 복용 여부를 알려야 합니다. 전립샘 비대증을 치료하려 쓰는데 발기가 지속하는 것도 일종의 부작용입니다. 발기부전 치료제와는 동시에 쓰지 말고, 약을 먹은 다음 4시간 이상 발기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합니다.
 

어떤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를 사용하든 피해야 할 약도 있습니다. 바로 감기약인데요. 코감기 약에 든 항히스타민 성분이나 기침 감기약에 쓰이는 에페드린요도를 좁히고, 방광 움직임을 억제해 전립샘 비대증으로 인한 증상을 악화합니다. 감기에 걸릴 때 흔히 먹는 종합감기약에도 포함되는 만큼 사전에 의사·약사에게 이들 성분이 포함됐는지 꼭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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