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0.01 리터로 줄기세포 생성 기술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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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세계 첫 성과, 심장내막 유래 순환-줄기세포

혈액 10cc(0.01리터)만으로 본인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신생아 제대혈처럼 성인도 줄기세포를 보관했다가 향후 질병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양한모 교수팀은 심장내막이 기원인 상위 줄기세포(CiMS; Circulating Multipotent Stem cell)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종전에는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피부조직을 배양하거나 골수에 바늘을 찔러서 줄기세포를 빼냈다. 서울대병원 연구는 미량의 말초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말초혈액 줄기세포 생성 과정 [사진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심장이식 환자가 이식 전 본인의 줄기세포가 배양됐다가 이식을 받은 뒤에는 심장을 준 사람(공여자) 에서 유래된 줄기세포가 배양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간과 신장, 골수를 이식한 환자들은 이식 전과 후 모두 환자 자신의 유전자형을 가진 CiMS만 존재했는데 달랐다. 연구팀은 심장내막에 붙어 존재하던 CiMS가 떨어지면서 혈액을 타고 전신을 순환하고 손상받은 조직에 안착해 분화하면서 재생을 도와준다고 봤고,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했다.

CiMS 줄기세포는 신경, 간, 근육 등 다양한 세포들로 분화될 수 있다. 특히 피부 모세모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역분화-만능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역분화-만능줄기세포는 심근세포, 혈관평활근세포, 혈관내피세포 등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 동물시험 결과 탁월한 효과를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이미 12년 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12년 전 말초혈액에서 배양된 CiMS 줄기세포를 증식시켜 제대혈처럼 질소탱크에 보관했다가 최근 이 동결세포를 해동해 배양했는데, 건강하게 증식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왼쪽), 양한모 교수

연구를 진행한 김효수 교수는 “환자나 건강한 사람 모두 간단하게 말초혈액 10cc만 채취해 CiMS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제대혈처럼 무제한 동결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 해동해 쓸 수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제대혈은행과 마찬가지로 성인도 CiMS은행을 구축해 미래의 질환에 대비할 수 있는만큼 상용화를 위해 법규제 완화와 바이오벤쳐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연구중심병원 프로젝트의 바이오치료-유니트에서 수행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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