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은 중증 뇌 질환,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인쇄

주민경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못으로 머리에 구멍을 뚫는 느낌이다’ ‘출산보다 더 고통스럽다’. 최근 대한두통학회가 진행한 국내 편두통 환자 대상 설문조사 내용의 일부다.

일반적으로 편두통은 ‘한쪽 머리가 아픈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말하는 편두통은 이와 다르다. 편두통은 뇌 질환으로, 뇌와 뇌신경 및 뇌혈관의 기능 이상으로 나타난다. 한쪽 또는 양쪽 머리에서 심각한 두통이 발생하며 소화불량, 구토, 울렁거림, 빛이나 소리 및 냄새 공포증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환자에 따라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발현되기도 한다. 따라서 편두통이 발현되면 환자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편두통은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도 원인을 찾기 어렵다. 편두통을 가벼운 증상으로 여기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환자들은 이중고를 겪는다. 게다가 편두통이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없다 보니 진단이 늦어지며 치료도 더욱 어려워진다. 대한두통학회 설문조사에서도 편두통 발병부터 진단까지 평균 약 10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식이 부족해 신경과가 아닌 다른 병원을 방문하고, 약국에서 구매한 진통제 등으로 임시방편으로 편두통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제 편두통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편두통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질병 부담(장애를 일으키는 주요인) 2위 질환이다. 이는 우울증, 당뇨,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보다 앞선 순위다. 심지어 편두통이 호발하는 50대 미만 인구에서는 편두통이 질병 부담 1위 질환으로 나타났다.
 
학계와 의료계에서는 편두통을 중증 질환으로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낮은 질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편두통 치료 효과를 개선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신약들도 등장하고 있다. 편두통도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심각한 통증으로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운 편두통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다. 더 나아가 사회 전반적으로도 편두통을 심각한 중증 질환으로 인지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질환에 관심을 갖고 고통을 이해하는 인식이 편두통 환자들에게는 또 다른 희망의 손길이자 응원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