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줄기세포 치료, 허락해 주세요"

인쇄

서울대병원의 '매직셀', 효과 입증됐지만 행정 절차 사용 불가

38세 최모씨는 지난달 18일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왔다. 다행히 막힌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삽입술로 목숨은 건졌지만 그동안 피를 못 받은 심장이 괴사해 지금은 제 기능의 50% 밖에 하지 못한다. 그는 언제 또 다시 심장이 멈출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 연구팀은 15년 간 심근경색 스텐트 치료 후 심장 괴사를 막기 위한 연구를 해 왔다. 그 결과, 환자의 줄기세포를 심장 근육에 주입하면 심장이 재생된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런 방식의 이른바 '매직셀'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 약 500명의 환자에게서 시행한 결과 효과와 안정성을 인정 받아 ‘제한적 신의료기술’에 '매직셀'이 선정됐다. 

하지만 최씨는 '매직셀'의 효과를 보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막힌 혈관을 뚫는 스텐트 삽입술을 하면 1개월 안에 줄기세포를 주입해야만 치료 효과가 있다. 최 씨의 경우 다음주 18일까지 이 시술을 시행해야 한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일주일. 김 교수 연구팀은 현재 영구적인 신의료기술에 해당 치료법을 신청한 상태지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는 이달 말에나 열린다. 그의 치료 골든 타임은 현재도 계속 지나가고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의 ‘매직셀’ 치료법은 12년에 걸쳐서 이미 국제 학술지 '란셋(Lancet)' 등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16편의 논문을 통해 발표됐다. 전 세계 전문가들로부터 '매직셀'의 검증은 완료됐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 치료법을 시행하면 불법이다. 최씨처럼 망가진 심장을 마냥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최씨가 보건복지부 등에 제출한 청원서 일부.

최씨는 "두 아이(5세, 2세)의 아빠로서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항상 불안한 마음"이라며  "심근경색 환자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를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김효수 교수는 “연구팀이 15년이라는 오랜 기간 몰두해 온 연구가 결실을 맺게 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직셀 치료법이 필요한 환자가 나오고 있는데 행정적인 절차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