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후 커피는 금물, 섞어 마시지 말고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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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숙취 다스리기

각종 모임이 늘어나는 연말에는 간(肝)도 아프다. 과도한 음주가 건강에 해롭다는 점은 누구나 알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술을 멀리하긴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도 챙기고, 건강도 챙기는 '현명한 음주법'은 없을까.

남성보다 여성이 간질환에 취약해 
간질환의 약 14%는 알코올 간질환이 차지한다. 발생 위험도는 술의 종류에 관계없이 총 알코올 소비량에 따라 증가한다. 음주는 한국인 간경변증(2위)과 간세포암(3위)의 주요 원인이다. 매년 알코올 관련 사망자수는 10만명당 9.6명에 달한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김기애 교수는 음주에 대해 “과음자의 약 85% 이상에서 쉽게 관찰되는 지방간을 비롯해 황달 증상과 함께 간이 딱딱해지거나 크기가 위축되는 간경변증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여러 종류를 섞어 섭취하는 등의 잘못된 음주습관은 간질환의 위험도를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양의 음주를 하더라도 간질환에 더욱 취약하다. 위장에 알코올 탈수효소가 적어 알코올의 생체 이용도가 증가, 간 손상의 위험도가 자연스레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체지방 비율에 더해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심화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술 섞어 마시면 숙취 더 심해져
잦은 음주가 부르는 숙취도 문제다. 숙취는 술을 마시는 사람의 체질도 중요하지만 어떤 종류의 술을 얼마나 빨리 마셨는가도 영향을 미친다. 술에는 향기와 색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화학첨가물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숙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술을 섞어 마시면 첨가물들이 서로 화학적으로 상호반응해 숙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선영 교수는 “음주 후에는 이뇨작용으로 탈수가 유발되고, 음주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혈중의 당 농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며 "공복 시 음주는 최대한 피하고 술을 마실 때도 물과 안주를 충분히 섭취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커피는 이뇨작용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음주 후 섭취는 권장하지 않는다. 또한, 사우나 등 땀을 흘리는 행위는 땀으로 알코올을 체외로 배출하는 좋은 효과도 있는 반면, 탈수를 조장해 더욱 나쁜 결과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선영 교수는 “한번 술을 마신 후에는 최소한 며칠은 금주하도록 해야 간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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