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 로봇 수술하면 신장 손상 최소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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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촌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한웅규 교수

로봇 수술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거의 모든 암 수술에 로봇이 도입되는 추세다. 특히 괄목할 만한 의학적 진보가 이뤄진 것은 신장암 로봇 수술이다. 신장암으로 진단받으면 신장 전체를 잘라내는 것이 표준치료다. 하지만 신장 한 개를 떼면 노폐물을 걸러내는 능력이 떨어져 부담이다.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 쉽다. 이 같은 상황을 바꾼 것이 신장암 로봇 수술이다. 정교한 처치가 가능하다. 신장에서 암이 생긴 부위만 일부 제거하고 나머지는 보존한다. 로봇을 이용한 부분 신장절제술이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한웅규 교수에게 신장암 로봇 수술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Q. 신장암은 어떤 암인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암이다. 최근 4년 새 신장암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30% 가까이 늘었다. 신장암은 소리 없는 암이다. 초기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중증으로 진행한 다음에 발견하기 쉽다. 소변에서 피가 나고 신장이 위치한 옆구리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통증을 느껴졌을 땐 3기 이상으로 중증일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최근엔 건강검진으로 비교적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Q. 최근엔 신장 일부만 잘라내는 부분절제술이 늘고 있는데.
“본래 신장암에 걸리면 암이 생긴 부분의 신장 전체를 떼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신장암 발병 환자 대부분이 신장기능이 떨어져 있는 60~70대 고령층이 많다. 안타깝게도 신장은 간과 달리 떼어낸 다음 기능·크기가 회복되지 않는다. 만성질환이 있거나 신장 기능이 약한 상태라면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결국 만성신장질환·심뇌혈관질환 등 2차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진다. 암이 생긴 부분만 절제하는 신장암 부분절제술은 건강한 신장 조직을 많이 보존해 생존율에도 긍정적이다. 2012년 JAMA학술지에 발표된 코호트 데이터에 따르면, 살아있는 정상 신장 조직이 많을 수록 전체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엔 미세 혈관을 잇는 봉합 기술과 혈관을 잡았다 놓는 클램핑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1~3기 초기 암에서는 부분분절제술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Q. 부분절제술로 치료가 가능한 환자는.
“신장암은 병기에 따라 우선 치료법이 다르다. 암 초기 저위험군이라면 수술을 하지 않고 일단 지켜본다. 미국암협회에서도 전립샘암·갑상샘암과 함께 2㎝미만 신장암(1A)은 지켜봐도 되는 초기암으로 분류한다. 혈액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암이 진행하지 않는지 추적관찰한다. 암이 1~3기 정도로 진행했다면 부분절제술을 고려한다. 초기일수록 완치율이 높다. 신장암 1기 때는 수술만해도 완치율이 95%에 달한다. 하지만 3A기 일때는 수술 단독 완치율이 80%로 떨어진다. 다만 4기로 암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신장 일부만 잘라내도 살아 남는 신장 기능이 얼마 안된다면 신장 전체를 잘라내야 한다.”

Q. 국내 시행되는 신장암 부분절제술의 50%는 로봇을 이용한다고 들었다. 로봇을 이용한 신장암 부분절제술의 장점은.
“신장 기능 유지에 긍정적이다. 신장을 조금만 건드려도 출혈이 심하다. 수술을 위해서는 신장으로 가는 정맥·동맥 혈관을 일시적으로 막아 혈액 흐름을 차단한 뒤 허혈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이후 암이 생긴 부분을 자르고 꿰맨 뒤 혈류를 개통해야 한다. 그런데 혈관을 막고 있는 허혈 시간이 길어지면 고여 있는 혈액의 양이 늘어난다. 혈관을 다시 개통했을 때 허혈재관류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결국 신장이 손상돼 신장 일부만 잘라내는 부분절제술의 의미가 줄어든다. 가능한 30분 이내 짧은 시간에 잘 자르고 잘 꿰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봇은 복강경보다 수술 시간이 짧아 신장 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봉합 편의성도 우수하다. 이는 정상조직 손상을 줄여준다. 신장에는 혈관과 요로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복강경을 이용한다면 암이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봉합의 난도가 달라진다. 사람의 팔은 움직일 때 각도에 한계가 있어서다. 하지만 로봇을 이용하면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곳도 자유롭게 뻗고, 암을 잘라낸 다음 꼼꼼하게 혈관·조직 등을 봉합할 수 있다. 실제로 로봇 부분신장절제술의 신원 보존율이 복강경 대비 높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Q. 어떤 방식으로 신장암 부분절제술을 시행했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개복·복강경 등 기존 방식보다 로봇으로 신장암 부분 절제술을 시행했을 때가 신장 기능 보존에 유리하다. 국내 연구진이 신장암 부분절제술의 수술법에 따른 5년 장기생존율을 비교·평가했더니 로봇으로 수술한 경우가 복강경보다 만성질환 발생률이 낮았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의료비용 절감도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신장 기능이 약해지면서 나타나는 2차 합병증 발생으로 투입되는 약 복용이나 시술 등이 줄어서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오가면서 드는 시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Q. 신장암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할 것 같은데.
“신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하다. 신장암은 암이 커질수록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가능한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좋다. 50대 이상이라면 2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신장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는다. 다만 초음파 검사는 2㎝미만의 암은 놓칠 수 있다. 만약 검사에서 혈뇨 등이 발견된다면 정밀 검진을 받는다. 가족 중 신장암 환자가 있거나 담배를 피운다면 매년 받는다. 평소 신장 기능이 정상적인 수준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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