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재발 위험, 병기 따라 맞춤 치료하면 30% 이상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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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태원 교수팀

수술 후에도 암이 잘 치료되지 않은 고위험 직장암에는 한 가지 항암제를 쓰는 것보다 두 가지를 병용 투여하는 맞춤 치료가 재발 위험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태원•홍용상•김선영 교수 연구팀은 2008~2012년 국내 6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임상연구에서 직장암 환자의 병기에 따라 수술 후 처방하는 항암제 강도를 조절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미국 임상암학회지’ 10월 호에 발표했다고 5일 밝혔다.

대장은 소장과 연결된 결장과 항문 쪽 끄트머리에 있는 직장으로 나뉜다. 대장암 환자 3명 중 1명은 직장에 암이 생겨 병원을 찾는다. 일반적으로 직장암은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를 사용해 사전에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로 이를 제거한다. 추가로 암세포가 대장 조직 깊숙이 파고들었거나 림프절 등 주변 장기로 퍼진 2기 이상 환자는 수술 후 6개월 가량 항암제를 이용한 보조항암치료를 적용해 재발 위험을 낮춘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태원, 홍용상, 김선영(왼쪽부터) 교수

하지만, 까다로운 위치에 암이 발생한 경우 수술을 해도 암세포를 전부 제거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보조항암치료의 효과도 떨어져 향후 암이 재발할 위험이 컸다. 이에 김 교수 연구팀은 보다 효과적인 보조항암치료 방안을 찾기 위해 수술 후에도 병기가 2~3기로 높은 고위험 직장임 환자 321명을 대상으로 항암 치료 강도를 달리 적용한 후 6년간 추적 관찰했다. 한 그룹은 한 가지 항암제(플루오로우라실)를 사용하고, 다른 그룹은 두 가지(플루오로우라실과 옥살리플라틴)를 병용 투여한 뒤 치료 성적을 비교했다.

그 결과, 고위험 직장암 환자는 두 가지 항암제로 강도 높은 보조항암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한 가지 항암제만 투여하는 것보다 생존율 향상과 재발률 감소에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하나만 투여한 그룹은 6년간 전체 생존율은 76.4%, 동일기간 무재발 생존율은 56.8%였다. 반면 두 항암제를 병용 투여한 그룹은 6년 전체 생존율 78.1%, 무재발 생존율 68.2%로 한 가지 항암제만 쓴 그룹보다 더욱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나아가 연구팀이 수술 후 병기 등을 보정한 후 두 그룹의 재발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두 가지 항암제를 쓴 그룹은 한 가지 항암제만 쓴 그룹보다 직장암 재발 위험도 역시 37%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종전에 획일적인 암치료에서 벗어나 환자 맞춤형 항암치료의 새로운 지침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실제로 앞서 2014년 김 교수 연구팀이 초기 연구 데이터를 국제 학술지 ‘란셋 온콜로지’에 발표한 뒤, 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의 보조항암치료 방법은 세계 임상종양분야의 표준 진료방침인 ‘미국 암센터 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인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직장암 병용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활용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김태원 교수는 “직장암 재발을 예방하는 것은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기존에 보조항암치료로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한 고위험 직장암 환자는 병기에 따른 맞춤 치료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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